백령도 이야기
이동훈. 경기도 부천시.
백령도를 아십니까?
인천에서 쾌속선을 타고 80노트로 달려서 5시간 만에 도착하는 백령도.
인천에선 191km 떨어져 있고 북한에선 17km 떨어져 있으며 임당수를 비롯해서 두무진 등 여러가지 관광지가 있는 백령도에서 해병으로 보낸 시간들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입대 했을 때부터 신기했던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수송병으로서 백령도에 신병으로 도착하자마자 본 세상은 참으로 신기한 세상이었습니다.
우선 먼저 병장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감히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앞만 보고 있는데 취침 순검(점호) 때 대대장님께서 오시더니,
대대장 - “자, 다들 힘들지? 음, 그나저나 너 눈이 왜 이러나? 너 때린 놈 여기 있나?”
그 순간 저는 아 큰일 났구나... 막 이런 생각을 할 즈음이었습니다.
근데 깜짝 놀랐습니다. 대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진짜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대대장 - “해병대가 원래 그런대야. 달걀 가져다 마사지 하고 눈 멍 가시기전까진 돌아다니지 마라.”
헉 신병 앞에서 맞을거 각오하고 오지 않았냐? 뭐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는데 앞으로의 생활이 참 걱정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쿵! 쾅! 따따따따!!” 소리가 들려 진짜 전쟁이 난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저런 훈련을 한다고, 탱크에 발칸에 수류탄 총기 전체 사격을 한다고.
그렇게 어찌 어찌 지내다 상병이 된 겨울 어느날, 신병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신병이 너무 반가워 아껴주기 위해 여러가지 말을 걸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 ~~~입니까?” 라는 말을 쓰지 못합니다.
“~~인지 알고 싶습니다.” 라고 써야 합니다.
나 - “집이 어디야?”
신병 - “인천입니다!”
나 - “여자친구는?”
신병 - “있습니다!”
나 - “그래? 갔다 와서 애기하자.ㅋ
나 지금 나가야 되니까 저기 스팀위에 앉아서 몸 좀 녹여”
신병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애기를 끝내고 일을 하고 내무실로 돌와 왔는데 분위기가 이상한 겁니다.
기무부대와 헌병대 차가 와 있고 다들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내무실로 들어간 순간 헌병대에서 탁 잡다니 차에다 싣더군요. 아무 이유도 모르고 끌려 갔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칡 캐다가 담근 술이 걸렸나?’ ‘내가 괴롭힌다고 신고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헌병대에 도착해서 저는 애기를 듣고 황당해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제가 나가면서 신병에게 “추우니까 스팀위에 앉아있어.” 라고 말했던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군기가 얼마나 들었던지 그 신병 스팀위에서 제가 올 때까지 앉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자 당연히 엉덩이는 살이 익고 화상을 입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진술서를 쓰고 고의로 그런게 아니라는 참작을 받고 저는 풀려났습니다.
그렇게 그 신병은 병원으로 실려 가고 저는 내무실로 돌아와 며칠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부대에 사이렌이 울리더니 부대원들을 집합시키고 황당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진짜 백령도에 들어와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가능할까 생각했던 일이 터진 것입니다. 그건 전설로만 들었던 “탈영” 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백령도에서는 거의다가 군인이거나 군인가족 아님 주민이라 해도 군인과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라 탈영을 한다면 북한으로 헤엄쳐서 넘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그래서 저희 모두는 생각했습니다. ‘길어봤자 3일이면 잡힐거라고’ 그러나, 3일 동안차로 순찰을 돌고 주민들에게 연락하고 해도 성과는 없고 순찰만 강화됐을 뿐입니다.
역대 백령도에서 3일 이상 탈영은 최초였습니다.
4일째부턴 부대업무는 다 제치고 백령도 전체에 포상금과 포상휴가가 발령되고, 4,000명의 군인이 경계병들과 행정병을 빼곤 모두 다 탈영병을 찾았습니다.
산, 들, 이 잡듯이 뒤져도 못 찾았습니다.
일주일째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전설처럼 식판을 타고 숟가락으로 헤엄쳐서 인천까지 갔나?’ 부터 시작해서 ‘쾌속선에 줄로 묶어 인천으로 갔다’ ‘아님, 북한으로 넘어갔나?’ 진짜 크다지만 갈 때도 먹을 때도 없는데서 일주일동안 찾을수 없으니 진짜 난감하더군요.
일주일이 지난 다음부터는 진짜 간첩이 침투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도 않는 TOD 차량부터 부대원 3교대 매복이 시행되었습니다.
새벽내내 소리도 안내고 논밭에 누워서 지나가는 사람들 감시하고 시골길이든 산길이든 가리지 않고 그렇게 매복을 하길 5일째. 탈영한지도 보름이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저런 놈을 북파 공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죽지 않았다면 신이다’ 등등 진짜 전설적인 인물들과 비교도 했습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지칠쯤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엔 설마 하다 ‘그럼 잡혔으면 인천에서 잡혔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어이없는 말이 들렸습니다.
우리 부대 바로 옆에 있는 두무진에서 잡혔다고. 두무진이라 하면 관광지라 민간인 군인 진짜 많고 초소도 쫙 깔려 있어 도저히 거기서 잡혔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먹을걸 구할대도 없는 그런 곳에서 보름이라니... 그놈은 천재였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매복하고 찾으면 산이나 들만 찾을거란걸 알았던듯 건물에 숨어 있다가 밖에 말리는 생선을 먹으며 건물 안에서 15일을 버틴 것입니다.
그렇게 탈영병도 잡히고 시간이지나 제대 2개월 정도 남았을 때입니다.
진짜 구르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하듯이 저도 몸조심 하며 조신하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대원들에겐 “당분간은 애들 때리지 마라. 단속 심하다.” 라고 말하며 조용히 말년병장을 누릴즈음 신병이 들어왔습니다.
예전 생각이 나서 “스팀에 앉으면 안 된다. 앉더라도 니가 아프다 느끼면 뭐든 하지마라.” 등등 여러가지를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제대하는줄 알았습니다. 근데 이 신병이 저의 군 생활에 마지막 남은 복병이었습니다.
외출명단을 작성하는데 신병이 내무실에만 있는게 불쌍해 외출을 보냈습니다.
외출 나가서 술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신나게 놀다 취해서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진 좋았습니다. 신병 일어나서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서 그대로 자빠지는게 아니겠습니까?
진짜 깜짝 놀라 전부 깨워서 신병을 살펴보니 아무렇지도 않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또. 또. 또 헌병대에서 잡으러 왔습니다. 이번엔 무슨 일인가 싶어 마음을 졸이며 있으니 신병이 눈이 밤탱이가 되어 있어서 “때린거 아니냐? 내무실 안에서 누가 때린거 아니냐?“ 등등 여러가지를 조사 하고 신병에게도 조사하고 갔습니다. 신병도 아니라고 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얼마전에 신병이 자살해서 그런지 신병은 특별 관리 대상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내무원들을 모아놓고 애기했습니다.
“나 제대할 때까지 재 아무것도 시키지 마라.”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던 신병, 내무실 청소 할 사람이 없어 신병도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또 일이 발생할 줄이야. 막 청소를 하던 신병 “앗!” 하며 소리를 내며 주저앉더니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서 신병 손을 살피며 물었습니다.
“왜 이래?”
그러자 신병 “선풍기 닦다가...” 그렇습니다.
이 신병 선풍기 닦다가 손이 벤 것입니다. 진짜 어렸을때 말로만 듣던 얘기,선풍기에 손 넣으면 손 짤린다는....
그리고 진짜 내 생애 들었던 말이 이뤄질줄은 몰랐습니다.
선풍기를 닦다가 손이 들어가 손이 베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어김없이 헌병들이 오더군요. 저는 한숨을 쉬며 또 취조를 당했습니다.
“선풍기에 손 넣으라고 시킨거 아니냐? 얼마전 불려온 복수 한거 아니냐?” 등등 진짜 힘든 취조를 마치고 얼마후에 제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세히 애기하지 못해서 그렇지 더 많이 헌병대에 끌려갔습니다. 그놈 땜에... 흑흑
말년에 헌병대를 집 드나들듯이 하게 만든 그 신병 지금은 어엿하게 제대해서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힐수 없으므로 잘 지내고 조만간 술 한잔 하자..
너 땜에 말년 식겁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