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철모의 추억

머린코341(mc341) 2017. 10. 22. 20:20

철모의 추억


아~아 정신이 몽롱하다  눈깝풀이 무거워 계속아래로 처진다  벌써 몇일째 올빼미 처럼 밤만 되면 걷는다.


걷고 또 걷고,  다리가  허공을 내 져으며 자꾸 헛발질을 한다.  떠진눈과 몸은 계속 움직이며,  걷고 있지만 정신은 잠을 자고 있는둣 하다.  팔과 다리, 몽롱한 머리,가  제각기 따로 논다.


이제는 체력도 다 소진된듯 하다. 뒷끔치의 물집은 물러 터져도 감각이 없다.  졸음이 고통을 이겨준다.

 

아 ~ 그래도 이제는 희망이 있다  오늘이 마지막날이다 .  지금은 부대에 복귀중이다.


저 멀리 마을에서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만이 우리의 발자국 소리에 장단을 맟춘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걷는 행동들이  이 깜깜한 밤의 적막감을 더한층 고조시키는 듯 하다.

 

그런데 이 적막감을 깨고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 허동욱 해병님 철모 어디에 있습니까?"


응? 하며 손을 머리에 얹어보지만 철모가 없다.   순간!  나의 몸 모든신경이 머리로 쏠리며 긴장감이 온몸을 휘몰라 친다.


조금전 방어전술을 위해 산속의 무덤옆에 잠깐 있던곳에, 철모를 벗어 놓고 온 모양이다.  
 
계속 걸으며 생각한다  이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하나, 이대로 그냥 부대로 복귀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다 중대장님께 걸리면 죽음?   아니! 그렇다고 뒤 돌아가 철모를 찾아오기에는 우리가 너무 먼길을 왔다.
 
빨리 결정을 해야한다. 어떻게 한다!  그래! 나는 해병대다 못할것도 없고 않되는것도 없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며 찾아오기로 결정한다.
 
먼저 소대장님에게 다가가  사정 설명을 한다. 그리고 후임에게 베낭을 맏긴다.


이 무거운 무장을 메고 뛰어갔다 온다는 것은 무리인듯 싶어 베낭을 맏기지만 후임에게 너무 미안하다.


후임의 무장도 무거워 힘들텐데 내것까지 지우다니.  하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다.  뒤로 돌아 뛰기 시작한다. 


우리소대가 저 멀리 멀어지고  한참후  한 무리가 서서히 다가온다  화기소대인듯 하다.
 
" 야! 어디가나 "


화기소대장님이 소리친다.


" 뭐 좀 찾은러 갑니다 " 


계속 뛰다 이제는 숨도 턱에 차오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깊은 산곳의 깜깜한 칧흑속에서 내총과 탄띠의 부딫치는 쇠조각 소리와 군화 발자국 소리만이 어둠의 정적을 깨고 있다. 계속 달린다 . 


이 깊은산속의 어둠에,  무서움도 없다고 생각하며 뛰고 있지만,  그런데도 가끔씩 뒷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아! 이제는  아까 있던 두 분상의 무덤을 찾아야 한다. 아! 여기다  나무를 헤치고 올라가니 두 분상의 무덤이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절이라도 한번 하고싶다.


아까 이곳에서 소대장님이 무장 확인을 하라고 하실때 철저하게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바보 같다.


아! 저쪽에 철모가 달랑달랑 나무에 걸려있다. 


자 이제 빨리가자 철모를 찾아 돌아 내려오느데 무서움이 몰려와 뒷머리가 쮸뼛쮸뼛 선다. 누가 뒤에서 쳐다보며 잡아당기는듯 하다.


속으로 외친다 "나는 해병대다 나는 해병대다 귀신도 잡는 해병대다."  무서움이 조금가신다.


이제 또 뛴다.  빨리 가야  중대무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  한참을 뛰고 또 뛰니  어둠이 조금씩 가시고 있다.

아침이 올 모양이다  이제 조금 밝아져 뛰기가 한결 좋다.


저 멀리 중대원들이 마지막 점검을 위해 모두 모여있다.  이제 다 왔다.  중대장님이 앞에서 말씀중이다.
 
쌀짝 중대원들 틈으로 끼어든다  중대장님이 소리친다


" 야! 거기 인제 온 놈은 누구야?"
" 네 병장 허동욱 철모를 잊고와 가서 가셔 가져왔습니다"


솔직하게 답변을 하였다. 어? 그런데 중대장님이 아무 다른 말씀을 안하신다.  어휴! 이제는 살았다.
 
한 20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때는  군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지금이라면 도저히 할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그 군인 정신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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