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간 현역을 지킨 미국 전술핵의 중핵 B61 핵폭탄
B61 핵폭탄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인류는 핵폭탄에 의한 핵폭발의 위력을 이미 경험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廣島) 상공에 B-29 ‘에놀라 게이(Enola Gay)’ 폭격기가 고농축 우라늄 기반의 원자폭탄인 ‘리틀 보이(Little Boy)’를 떨굼으로써 핵무기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초기의 핵폭탄들은 크고 무거웠다.
불과 15킬로톤(kt)의 파괴력을 가진 리틀 보이는 길이 3m에 지름이 0.7m이며, 무게는 무려 4.4톤에 달했다.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진 플루토늄 원자탄인 ‘팻 맨(Fat Man)’은 21킬로톤의 파괴력에 길이 3.3m, 직경 1.5m, 그리고 무게는 무려 4.6톤에 달했다. 대형 폭격기가 아니면 운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한편 열핵폭탄(thermonuclear bomb: 수소탄) 시대가 열리면서 핵폭탄의 크기는 다소 작아졌다. Mk15 열핵폭탄의 경우, 파괴력이 수백 배 증가하여 3.8메가톤이 되었지만 무게는 3.4톤으로 다소 가벼워졌고, 추후에 2.9톤으로 더욱 가벼워진 Mk39 핵폭탄도 등장했다.
그러나 미군 최대의 파괴력(25메가톤)을 가진 B41 핵폭탄이나 9메가톤의 파괴력을 가진 B53 핵폭탄 등은 여전히 직경 1.3m, 길이 3.76m의 크기에 4톤이 넘는 무게로, 대형 폭격기의 폭탄창에 수납되어 투발되는 형식이었다.
B53 핵폭탄 <출처: 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
그러나 소련의 대공방어망이 강화되면서 더 이상 대형 폭격기들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전투기나 공격기 등 적국의 대공방어망을 회피하면서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전술적 성격의 기체에 핵폭탄을 장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후 전투기나 공격기의 외부 무장장착대에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경량 핵폭탄이 개발되었는데, 최초로 등장한 것이 B43 핵폭탄이었다.
B43은 1956년 개발에 착수하여 1959년부터 2,000발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B47보다 개량된 성능의 핵폭탄인 B61이 1960년부터 개발되었다.
B43 핵폭탄 <출처: Public Domain>
1960년 8월 4일 샌디아(Sandia)와 로스 알라모스(Los Alamos) 핵연구소에서 신형 핵폭탄의 개발 타당성 검토 연구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 1961년 10월 16일에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쿠바 미사일 위기가 끝난 후인 1963년 1월 18일, 신형 핵폭탄에 TX-61이라는 명칭이 부여되면서 로스 알라모스 핵연구소가 기술개발을 담당하게 되었다.
폭탄의 자유낙하 실험은 1963년 8월부터 시작되었고, 이후 5년간 네바다(Nevada) 핵실험장에서 B61의 지하폭발 실험이 계속되었다.
초기 모델인 B61 Mod 0(B61-0으로도 표기)가 1965년 5월에 처음 만들어진 후 1966년에 연속적인 폭발 실험이 거듭되었다. 6월 30일에는 340킬로톤의 파괴력을 기록하면서 최대 폭발력을 과시했다.
일련의 실험이 종료되고 1966년 10월부터 B61 Mod 0의 전시비축탄이 초도생산되기 시작하여 같은 해 12월부터 핵무기 저장고에 비축되기 시작했다.
B61 Mod 0의 본격적인 양산은 1967년 1월에 시작되어 1969년 1월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달인 2월부터 1971년 4월까지는 강력한 파괴력의 전략핵폭탄인 B61 Mod 1(B61-1)이 양산되었다.
1970년대에도 실험은 계속되어 1972년 4월부터 B61 Mod 3(B61-3)와 Mod 4(B61-4)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1979년부터 양산되었다. 1979년부터는 파괴력이 높은 전략핵 능력을 갖춘 B61 Mod 7(B61-7)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B61 핵폭탄은 1967년부터 실전배치 되었다. <미 국방부>
B61은 미군이 보유하는 다양한 항공기들에서 운용되어왔다. 전략핵폭탄 모델은 B-52나 FB-111, B-1, B-2 등의 폭격기에서 운용되었으며, 현재 B-52은 여전히 투하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파괴력이 낮은 전술핵폭탄 모델은 미국과 NATO 전술기에서 활용되고 있다. B61의 운용 기종은 F-100, F-104, F-4, F-105, F-15E, F-16, F-111, F-117뿐만 아니라 파나비아(Panavia) 토네이도(Tornado)도 있다. 미 해군과 해병 항공대는 B61 Mod 2(B61-2)와 Mod 5(B61-5)를 A-4, A-6, A-7, F/A-18 등에서 운용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미 해군이 항공모함을 핵타격 임무에서 제외시킴에 따라 해군과 해병은 더 이상 해당 임무를 수행하지 않게 되었으며, 배치된 핵폭탄들은 퇴역 후 해체되었다.
B61 핵폭탄은 F-15E나 F-16C/D 등 다양한 전투기에서 운용할 수 있다. B61 테스트 영상<출처 : 밀에어로코리아>
한편 B61 핵폭탄의 기본 설계는 다른 핵탄두에도 활용되었다. 해상 발사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의 핵탄두인 W80 Mod 0, ALCM(공중 발사 순항미사일)과 ACM 스텔스 순항미사일의 핵탄두용으로 쓰이는 W80 Mod 1, 그리고 퍼싱(Pershing) II 탄도미사일용 탄두인 W85 등이 B61에 바탕하고 있다.
퍼싱 II는 1987년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에 따라 1991년 중반까지 미사일과 발사대는 모두 폐기되었지만, 핵탄두만은 유지되어 B61 Mod 10(B61-10) 핵폭탄으로 개조되어 유럽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B61 Mod 10은 퇴역하여 미국으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B61은 꾸준히 개조되었다. B61 Mod 1을 개조해 만든 전략핵폭탄 모델인 Mod 7은 1985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W85 탄두를 B61 Mod 10으로 개조하는 사업은 1989년 4월에 연구가 시작되어, 1990년 6월부터 양산이 시작되었다.
심지어는 냉전이 끝난 1995년 8월에도 벙커버스터(bunker buster) 핵폭탄인 B61 Mod 11(B61-11)이 개발되기 시작하여 1997년 1월부터 양산되었다.
최신형인 B61-12 핵폭탄은 정밀타격이 가능한 벙커버스터 전술핵폭탄으로 F-35A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출처: 미 국방부>
그러나 50년 가깝게 운용하면서 B61도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초반이 되자 B61의 노후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B61 Mod 12(B61-12) 전술핵폭탄이다.
B61-12는 GPS를 통한 정밀유도가 가능한 핵폭탄으로 벙커버스터 기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B61-12는 F-15E나 F-16C 등 기존의 전투기뿐만 아니라 차기 스텔스 전투기인 F-35A의 폭탄창 내부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미 공군은 B61 전술핵 모델 400~500발을 모두 B61-12로 개수할 예정이다.
B61-12로의 개수에는 애초에 4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사업이 연기되면서 80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현재에는 무려 1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 400발의 재고를 생각하면 1발당 2,500만 달러의 개조비용이 드는 셈으로, 폭탄의 무게당 가격이 금보다 비싸다. 이에 따라 B61-12는 역사상 가장 비싼 핵폭탄이 될 전망이다.
특징
B61은 핵중력탄(nuclear gravity bomb)으로 직경 33cm, 길이 3.56m에 무게는 320kg 정도로 가볍다. 전투기의 외부에 장착되어 초음속 비행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날렵한 외형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별도의 도색 없이 금속 재질이 그대로 드러나 ‘은제 탄환(silver bullet)’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자유낙하 방식의 폭탄으로 상공 폭발이나 지상 폭발은 물론이고 지하관통 폭발에까지 다양하게 운용될 수 있다. 투하된 이후에는 스핀 로켓(spin rocket)을 사용하여 자세를 제어하며 안정된 투하 탄도를 유지한다.
또한 초저공 투하도 가능하여 50피트로 비행하는 항공기로부터도 투하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투하 시 충격을 감소시켜야만 하는데, 투하하면서 폭탄이 낙하산을 산개함으로써 낙하탄도를 제어할 수 있다.
B61 초기형에는 나일론 재질로 된 직경 17피트의 낙하산이 사용되었으나, 후기형부터는 나일론/케블러 합성 재질로 된 직경 24피트짜리 낙하산이 쓰이고 있다.
B61은 2단계 내폭형 핵탄두(2 stage radiation implosion weapon)로,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는 DAY(Dial-A-Yield), 즉 가변식(variable yield) 설계를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핵분열만을 일으키는 0.3킬로톤부터 방사능 폭발을 일으키는 340킬로톤까지 폭발력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 전술핵무기나 전략핵무기로 활용이 가능하다.
B61 전술핵폭탄(Mod 3·4·10)은 0.3, 1.5, 5, 10, 45, 60, 80, 170킬로톤 등의 폭발력을 보이는 반면, B61 전략핵폭탄(Mod 7·11)은 네 가지 크기로 조절이 가능하며 최대폭발력은 340킬로톤에 이른다.
B61은 단순한 외형과는 달리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B61은 모두 6,500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립부품만 모아도 1,800여 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격발기구의 부품 수만 해도 400여 개다.
폭탄은 크게 신관과 레이더 및 센서 등으로 구성되는 노즈부(nose subassembly), 열핵탄두를 포함하는 중앙탄두부(center warhead subassembly), 격발기구와 스핀로켓 등으로 구성되는 후방부(rear subassembly), 꼬리날개와 낙하산 등을 포함하는 후미부(tail subassembly), 이렇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B61은 6,500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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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B61은 모두 3,155발이 생산되었지만, 냉전 종식 후에 1,700여 발로 줄어들었다. 2017년 1월 기준으로는 전술핵폭탄 500발과 전략핵폭탄 300발을 합쳐, 모두 800발 정도만이 남아 있다.
B61 초기형들은 대부분 도태되었거나 상위 모델로 업그레이드되어, 현재는 전술핵폭탄인 B61-3과 B61-4, 전략핵폭탄인 B61-7과 B61-11(지하관통탄) 등 네 종류만 남았다.
이 중에서 B61-11 이외에는 모두 퇴역하거나 개조될 계획이며, 특히 B61-4부터 정밀유도가 가능한 B61-12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B61은 미국의 핵무기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에 배치된 무기이기도 하다. NATO와의 핵 공유 협정에 따라 NATO 회원국 5개국(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의 핵저장고 6개소에 150발이 배치되어 있다. 나머지는 전량이 미국 커틀랜드(Kirtland) 공군기지에 보관되어 있다.
B61은 미군이 유일하게 해외에 배치하고 있는 핵무기다. <출처: 미 국방부>
B61은 핵 공유 협정에 의해 NATO 회원국이 운반 수단(전투기)을 제공한다. 사진은 토네이도에 B61을 장착하는 장면이다. <출처: 독일 국방부>
변형 및 파생형
● B61 Mod 0(B61-0): B61의 최초 양산 모델로 1966년 10월부터 초도생산되었으며 1967년 1월부터 1969년 1월까지 500발이 양산되었다.
● B61 Mod 1(B61-1): B61의 전략핵폭탄 모델로 최대 340킬로톤의 파괴력을 자랑한다. 1969년 2월부터 1971년 4월까지 700발이 양산되었다.
● B61 Mod 2(B61-2): 해군·해병대 함재기용 전술핵폭탄 모델로 모두 235발이 만들어졌다.
아메리카 항공모함에 탑재되어 1991년 걸프전에 투입되었던 B61 핵폭탄 <출처: Public Domain>
● B61 Mod 3(B61-3): 전술핵폭탄 모델로 1972년 4월부터 1979년까지 545발이 생산되었다. PBX-9502 둔감성 고폭약(insensitive high explosive)을 처음으로 채용했다. 또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여 폭탄을 활성화시키도록 개조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실전배치 중이다.
● B61 Mod 4(B61-4): 전술핵폭탄 모델로 B61-3와 같은 시기에 개발되었으며, 모두 695발이 만들어졌다.
핵저장고에 보관 중인 B61 핵폭탄 <출처: Public Domain>
● B61 Mod 5(B61-5): 해군·해병대 함재기용 전략핵폭탄 모델로 모두 265발이 만들어졌다.
● B61 Mod 6(B61-6): B61 Mod 0를 개수하려는 사업이었으나 양산되지 않았다.
● B61 Mod 7(B61-7): 1979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전략핵폭탄 모델이다. B61-1을 개조하여 1985년부터 1990년까지 600발이 생산되었으며,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다. 오직 B-52와 B-2 폭격기에서만 운용이 가능하다.
B-52 폭격기의 B61-7 투하 장면 <출처: 미 공군>
● B61 Mod 8(B61-8): B61-2와 B61-5를 개수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양산되지 않았다.
● B61 Mod 9(B61-9): B61-0의 현대화 계획으로 실제 양산되지 못했다.
● B61 Mod 10(B61-10): 퍼싱 II 미사일이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조약에 따라 폐기됨에 따라 퍼싱 II의 탄두인 W85을 B61 핵폭탄으로 개조한 전술핵폭탄 모델이다. 215발이 개조되었으며, 유럽에 배치되었다가 2005년부로 퇴역했다.
● B61 Mod 11(B61-11): 벙커버스터 기능을 갖춘 전략핵폭탄 모델로 B61-7을 개조하여 만들어졌다. 지상관통을 위해 중앙탄두부가 철제로 만들어져 무게가 540kg까지 늘어났다. 9메가톤급 B53 열핵폭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생산량은 불과 50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B61-11은 오직 B2 폭격기에서만 운용 가능하다.
● B61 Mod 12(B61-12): B61 핵폭탄의 현대화 모델로 2012년 B61 Mod 12 LEP(Life Extension Program: 수명연장사업)으로 개발 계획이 승인되었다. B61-4부터 B61-12로 개수되며, B61-3과 B61-10을 모두 포함하여 2020년대 중반까지 400여 발이 생산될 계획이다.
최초의 투발 시험은 2015년 3월에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실시되었으며, 같은 해 8월과 10월까지 3회의 투발 시험을 모두 완료했다. 투발 시험에서 B61-12는 30m의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미국은 2016년 1월 B61-12의 투발 시험을 또다시 실시했다. 2017년 4월 14일에는 F-16C가 B61-12를 투하하면서 실전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B61-12 핵폭탄 <출처: 미 공군>
B61-12를 장착한 F-16C 전투기 <출처: 미 공군>
제원(B61-4 기준)
- 형식: 2단계 내폭형 열핵폭탄
- 중량: 320kg
- 길이: 3.56m
- 직경: 33cm
- 폭발력: 0.3, 1.5, 5, 10, 45, 60, 80, 170킬로톤(B61-1, B61-7은 최대 340킬로톤)
[유용원의 군사세계]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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