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12.12사태

12.12 : 군벌과 군조직 -2-

머린코341(mc341) 2020. 3. 12. 20:46

12.12 : 군벌과 군조직 -2-



이재천 소령이 부관실로 들어가 전화기를 잡고 옆에 있는 손잡이를 막 돌리려던 때였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안사 수사관들은 그때 출입문 앞으로 이동해 출입문을 가로막았다.


총장공관 경호대장 김인선 대위가 정 총장이 부관을 찾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며 권총을 뽑았다. 보안사 수사관들이 권총을 뽑은 것도 그 때였다. 김인선 대위가 수사관들을 밀치고 홀로 나가려던 순간 수사관들이 권총을 발사했다.


이재천 소령이 복부에 1발, 김인선 대위가 척추 등에 5발을 맞았다. 홀에 있던 정승화 총장이 놀란 것은 총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전 연행을 요구하던 대령 두 명이 그를 팔을 끼고선 그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당사자들의 기억은 판이하게 다르다. 아마 그 급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 기억이 뒤섞였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승화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부관실에서의 총성을 그는 총장공관 경비병과 합수단 수사단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 것으로 오해하고 “사격 중지”를 외쳤고, 두 대령이 팔짱을 끼자 “그래, 가자!”라고 말하면서 일어섰다.


그때 M16을 든 곤색 야전잠바를 입은 남자가 현관 유리창을 깨면서 뛰어들어와 공포탄을 쏘고 총구를 가슴에 갖다대었다. 이후 그는 현관 앞에 주차되어 있던 세단차의 뒷좌석에 탑승해 연행되었다.


한편 당시 총장공관 당번병이던 김영진의 기억은 또 다르다. 부관실에서 총소리가 난 후, 바깥에서 또 드르륵-하는 M16 총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이다.


이후 응접실로 뛰어들어간 김영진 병장은 정 총장을 끌고가는 두 대령을 몸으로 막고 있었고, 그 중 한명의 몸에서 하얀 라이터만한 권총이 떨어졌다.


홀까지 갔을 때 홀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더니 M16 개머리판으로 정 총장을 후려쳤다는 것이다. 그 이후 그는 전화 생각이 나서 2층 내실로 뛰어들어갔다.


합수부측의 주장 또한 다르다. 천금성이 집필한 증언 기록에 따르면 정 총장은 “내가 육군참모총장이다”라며 반항하였고, 헌병을 불렀다. 헌병 두명이 들어오자 정 총장이 이들을 제압하라고 지시하였고, 몸싸움 도중 헌병 한명이 총을 쏴 우경윤 대령이 피격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총장은 자신은 헌병을 부른 적이 없다고 하며 반박하고 있고, 김영진 또한 ‘당시 공관 안에서 무장한 사람은 김인선 대위 한 사람 뿐이었다’라며 합수부 측의 증언을 반박하고 있다.


물론 당시 합수부측 인물이 아닌 정 총장의 인물들 중에서 확실히 권총을 꺼내든 사람이 있긴 했다. 정 총장의 둘째 아들이자 당시 정 총장의 아내 신유경과 함께 공관 2층에 있던 정태연이다.


그는 총성을 듣고 권총을 가져다주기 위해 2층을 내려가다 정 총장을 연행중이던 합수부 측 일행과 마주쳤다. 그때 정 총장이 “어서 올라가라”고 고함을 쳤고, 그는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갔다.


따라서 당시 총장공관에서 권총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 중 한 명인 김인선 대위는 우경윤 대령의 피격 당시 먼저 총에 맞아서 쓰러져 있던 상태였고, 정태연은 총을 쏴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정 총장쪽이 아닌 합수부측에서 우경윤 대령을 고의로 쏘았을리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합수부 측에서의 오인사격뿐이다.


피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간 상황 속에서(당시 허삼수조차도 홀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수사관을 보고 당황했을 정도였다) 총으로 무장하고 있던 합수부 수사관들이 실수로 우경윤을 쏘았을 수도 있으며, 혹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33헌병대 병력의 오인사격일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총성이 울리고 정 총장이 연행되어 간 후 그의 아내 신유경이 공관 1층으로 내려갔을 때 ‘덩치 큰 사나이’가 대자로 누워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덩치 큰 사나이’는 육군 범죄수사단장 우경윤이었다.


그때 반일부 준위는 어서 비상을 걸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공관 정문 경비초소로 달려갔으나 그곳에는 오히려 경비병들이 엎드려 있었고 청와대경비대 복장을 하고 M16을 든 사나이들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그때 내무반에 있던 수사관 한명이 반일부 준위를 발견하고 총을 쏘아대자 반 준위는 빠르게 담을 뛰어넘어 외곽경비를 맡고 있는 해병대쪽으로 향했다.


공관 경비대장 황인주 소령은 순찰 도중 총소리를 듣고 보통 일이 아니라 생각하여 해병대 기동타격대에 비상을 걸고 경비대 막사로 달려갔다. 실탄 분배를 지시하던 도중 반일부 준위가 달려들어와 괴한들이 총장을 납치해갔다는 말을 해왔다.


뭐냐고 묻는 순간 갑자기 닥쳐들어온 육군 헌병들이 반 준위와 황 소령을 폭행하며 원산폭격등을 행하기 시작했고, 다른 대원들 대부분 또한 구금시켰다. 10여명만이 그 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한남동 공관촌에 있던 해군 제2참모차장 김정호 중장이 꽤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병력을 통제하였다는 점이었다. 그는 일부 해병대원들에게 33헌병대 병력이 장악하고 있던 정문 탈환을 지시했다. 경비 선임부사관 김명환 중사를 필두로 한 4명이 접근하여 헌병들을 무장해제시켰다.


그때 막사에 감금되어있던 황인주 소령에게 33헌병대 중대장 한동성 대위가 접근해와 사격을 중지할 것을 요청해왔다. 황 소령은 자신을 내보내준다면 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한 대위가 자신도 함께 나가겠다고 했으나 황 소령이 그를 거부하고 홀로 나갔다. 한동성 대위와 막사의 33헌병대 병력들은 곧 투항하여 무장해제되었다.


한편 한남동에서 장소를 옮겨 연희동으로 가보자면, 그곳에는 수도권의 주요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소장,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 육군본부 헌병감 김진기 준장 그리고 보안사 참모장 우국일 준장과 수경사 헌병단장 조홍 대령이 모여있었다. 모두 전두환 소장의 초대 혹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12월 5일 경 허화평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 수경사령관 장태완 소장을 방문했다. 11월 24일 수도경비사령관으로 갓 취임한 그에게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때였다.


그때 집무실에서 허화평 대령은 전두환 소장이 ‘김장값’이라고 하며 전달한 100만원짜리 수표와 12월 12일에 수도권 주요 지휘관들을 모시고 같이 식사를 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알겠다고 하면서 수경사 참모장 김기택 준장에게 금고에 보관해두고 총장과 장관에게서 100만원씩 타와 연말특식때 쓸 것임을 밝혔다.


이후 그는 12월 12일 전속부관 천연우 대위와 연희동으로 출발했다. 약도에 있는 주소에 도착한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그 가정집과 같은(처음에는 전두환 소장의 자택으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평범한 외양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올라가보니 요정 야외에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김진기 헌병감이 있었다. 그리고 전두환 사령관이 있는 대신 보안사 참모장 우국일 준장이 있었다.


그날 한남동에서 있을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통보받지 않은 그는(비육사 출신에 하나회가 아니었고, 코드 또한 맞지 않았다) 전두환 소장이 그에게 말해준대로 “사령관님께서 대통령각하의 호출을 받아 청와대로 가셨다. 늦어도 8시까지는 돌아오겠다고 하셨으니 먼저 연회를 시작하라는 명을 받았다”라는 말을 하였다.


장태완 소장이 기다릴 것을 제시했으나 그것을 막은 것은 정병주 특전사령관이었다. 결국 요정 안으로 들어가 방에 도착하니 수경사 헌병단장 조홍 대령이 있었다. 수경사령관이자 직속상관인 장태완 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온 것이었다.


장태완 소장은 그를 야단치면서(마침 그가 능력있는 박동원 작전참모 대신 그날 오전에 발표된 준장 진급심사 결과에서 준장으로 진급되었다는 사실도 한몫했을 것이었다) 돌아갈 것을 명했으나 정병주 소장이 “진급했는데 축하주나 사자”라며 만류했다. 조홍은 결국 요정에 남았다.


시바스 리갈 양주가 상에 올라오고 술잔이 오갔다. 한 잔을 다들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비상 시국이라 너무 격조했다는 말들이 오가던 때, 갑자기 김진기 헌병감을 찾는 언질이 와 김 준장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장태완 수경사령관을 불렀다. 장 소장이 밖으로 나갔다.


“총장 공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장태완 사령관이 급히 총장공관에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나 수경사령관이다. 부관 바꿔라.”
“아아, 앰뷸런스... 앰뷸런스....”


[
뻘글 집합소]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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