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2. 海兵隊 創設期
(8) 綜合優勝
해병대가 창설된 그해 6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진해지구에서는 해군통제부사령부(특설기지사령부의 후신)가 주관한 재진해군단위부대 대항 체육대회가 개최되어 성항을 이루었었다.
그 대회에 참가했던 팀은 해군신병교육대, 해군사관학교, 해군종합학교, 해군공창 등 여러 단위부대 팀과 해병대를 대표한 해병1기생 팀이었고, 경기종목은 기마전을 비롯하여 줄다리기, 씨름, 장대눕히기 등이었다.
그런데 그 체육대회에서 해병 팀은 뜻밖의 일로 분패를 당한 기마전을 제외하곤 다른 모든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여 종합우승의 영예를 누리게 됨으로써 일기당천의 강병으로 길러낸 보람이 있었다. 그간의 어려움속에서도 해병은 자랑스럽게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경기종목 중에서도 특히 해군신병교육대팀과 대전했던 '장대눕히기' 결승전에서는 해병팀 선수들은 마치 사나운 표범처럼 상대팀 수비진의어깨 위를 밟고 올라가 눈 깜짝할 사이에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관전자들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고, 해군사관학교팀과 대전했던 줄다리기 결승전에서도 해병대팀은 시종 일사불란한 단결심으로 선전감투한 끝에 상대팀을 통쾌하게 굴복시킴으로써 무적해병의 기개를 떨쳤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해군신병교육대팀과 대전했던 기마전 결승전에서는 뜻밖의 일로 상대팀에 분패를 당하고 말았는데 그 뜻밖의 일이란 바로 이러한 것이었다. 즉 기상천외의 전술을 구사한 해군신병교육대팀의 기수(騎手)들은 머리를 빡빡 깎은 다음 그 위에 와세린 같은 것을 빤질빤질하게 바르고 나옴으로써 해병팀 기수들은 그들의 머리를 잡을 수 없게 된 반면 상대팀 기수들은 해병팀 기수들의 더부룩한 머리털을 마음대로 움켜 쥐고 뽑아 재낌으로써 쓰라린 패배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게 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와 같은 변칙전술 때문에 패배의 쓴 잔을 마시게 된 해병팀의 소대장급 간부진에서는 우승을 사기당했다면서 부득부득 이를 갈며 본부석 앞으로 달려가서 항의를 했으나 통제부사령관(金一秉 대령)을 위시한 여러 단위부대장들과 진해시 유지들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던 그 대회본부석에서는 해군신병교육대팀의 그 기막힌 변칙전술에 매료가 되었던지 껄껄 웃어대기만 할 뿐 약이 오른 소대장들의 항의를 받아들이려하지 않고 있었다. 당시의 해군신병교육대 대장은 강기천(姜起千) 소령이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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