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4. 海兵隊의 濟州道 移動
(6) 投書事件
8주간에 걸친 육군참모학교 고급지휘반 과정을 수료했던 나는 즉시 원대에 복귀하여 참모장의 직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내가 귀대하자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신 사령관이 입교발령을 받고 내가 이수했던 그 두 개의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
그런데 신 사령관이 제주도를 떠난지 불과 10여일이 경과된 어느 날 나는 어떤 자의 소행이었는지는 모르나 국방부장관 앞으로 다음과 같은 투서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몹시 마음이 불쾌하고 착잡했다.
"제주도에서 수백 명의 공비들이 해병대의 동조 하에 폭동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는 것이 곧 그 투서의 내용이었다.
누군가가 해병대를 중상모략하고 사회의 안정을 해치기 위해 조작한 전혀 터무니없는 내용이긴 했지만 그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나는 즉시 그 사실을 서울에 있는 신 사령관에게 알렸더니 걱정이 되었던지 학업을 쉬기까지 하면서 신성모 국방장관이 그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제주도로 비래하기 하루 전날 해군 함정 편으로 부대로 돌아와 나와 함께 신성모 장관을 맞을 준비를 갖추었다.
그 당시 서울에서 제주도로 가려면 목포-제주간을 운항하는 민간선박을 이용하거나 인천경비부에서 제주도로 운항하는 해군함정이 있을 경우, 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서울에서 제주도로 운항하고 있던 미공군 C-46기 편을 이용할 수 있는 실정이었다.
먼저 신경을 써야 했던 것은 신 장관이 유숙할 숙소였다. 당시 제주읍에는 귀한 손님을 모실만한 여관이나 호텔이 전무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신 사령관과 나는 부득이 신 사령관의 사택(舍宅)에 모시기로 했으나 신 사령관 사택에는 깨끗한 이불과 요가 없어 마침 내가 거처하는 집에 가지고 있는 새 이불과 요를 가지고 가서 영접준비를 갖추었다.
신 사령관이 귀대했던 다음날 오후 2시경 신 사령관과 나는 미공군 C-46기 편으로 제주 비행장에 도착한 신성모 장관을 신 사령관의 지프차에 모시고 제주읍으로 향했다. 그날 모처럼 신 장관을 뵙게 된 나는 진주 공비 내습사건과 관련된 일로 나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준 데 대해 정중하게 감사를 드린 다음 루머가 떠돌고 있는 투서의 내용과 관련해서 해병대에는 그런 불순분자가 단 한 사람도 없고 제주도의 치안이 잘 확보되어 극히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를 드렸더니 신 장관께서는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투서를 했는지 철저히 조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날 오후 제주도지사와 제주경찰국장으로부터도 그런 일이 전혀 없다는 말을 들은 신 장관은 그날 밤 신 사령관 사택에서 일박한 다음 그 다음 날 미공군 C-46기 편으로 상경을 했고, 그 때 신 사령관도 함께 떠났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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