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6. 진동리 지구 전투 (6) 光復節 記念式

머린코341(mc341) 2014. 7. 25. 21:11

국방의 멍에 - 6. 진동리 지구 전투

 

(6) 光復節 記念式

 

  그날 내가 해야 했던 주요 일과는 부대의 병력과 장비를 점검하는 일과 그 다음 날 8월 15일 해군참모총장의 임석 하에 거행될 광복절 5주년 기념행사에 대비한 열병과 분열식(分裂式) 예행연습을 하는 일이었다.

 

  통제부에서 계획했던 8.15 5주년 기념행사에는 애당초 열병 분열식과 같은 식순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고, 또 해군참모총장도 행사에 참석치 않게 되어 있었으나 13일 해군참모총장이 나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병부대를 진해로 집결시킴에 따라 해군본부와의 협의 끝에 그와 같은 식순이 삽입이 되고, 또 해군참모총장께서는 그처럼 절박했던 시기에 임시수도(부산)를 떠나기가 정녕 어려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토록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해병전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그러한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밖에도 나는 해군병원에 입원 가료중인 전상환자도 위문하고 동문(東門) 밖 양어장 옆에 있는 장충단(奬忠壇) 해군묘지도 참배할 예정이었는데, 결국 오전에는 해군병원과 장충단 묘지를 다녀오고, 오후에는 병력과 장비를 점검하는 일과 다음 날의 행사에 대비한 예행연습을 했다. 그리고 예행연습을 마친 자리에서 나는 부하 장병들이 겪었던 그 동안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하고 진동지구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는 일 없이 용감하게 잘 싸운 필승의 감투정신을 해병대의 전통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몰론 임전무퇴의 정신도 중요하겠지만 그 원동력이 해병들의 철석같은 단결정신, 즉 상관을 부하를 위해, 부하는 상관을 위해 서로가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그와 같은 가족적인 단결심에서 샘솟는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여 더욱 분발해 달라는 요지의 훈시를 했다.

 

  내가 강조했던 정신적인 덕목은 창설기 때 초대사령관 신현준 대령이 해병정신의 바탕이 되게 하기 위해 누누이 강조했던 것인데, 그날 내가 그 정신을 그토록 강조했던 연유는 더 이상 철수해서는 안될 위치에서 처음으로 전투다운 전투를 해본 진동리지구 전투를 통해 해병들이 가지고 있던 어떤 무기보다도 더 강하고 소중한 것이 곧 가족적인 단결심이었다는 사실을 지휘관의 입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터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예행연습을 마친 후 나는 통제부에서 잠시 차를 빌려타고 바로 지척지간에 있는 애미고개 너머의 고향집으로 달려가 태산같은 걱정을 하고 계실 부모님을 뵙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그 동안 대원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해왔던 나로서는 대원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닌 이상 그럴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의 뇌리에는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해병 1기생들에게 화랑오계를 강의할 때 들려준 적이 있던 김유신 장군에 관한 다음과 같은 얘기, 즉 전쟁터로 나가던 김유신 장군이 자기집 앞을 지나갈 때 부모와 처자식이 음식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는 줄을 알면서도 잠시 들렀다 가지 않고 부하장졸들의 사표(師表)가 되기 위해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는 및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그 다음 날 오후 3시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과 통제부사령장관 이하 통제부사령부의 잠병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광복절 5주년기념식은 행사주역부대인 해병대에 대한 해군참모총장과 통제부사령장관의 열병에 이은 해병부대에 대한 해군참모총장의 부대표창장 수여와 훈시 및 분열식 등의 순서로 간략하게 진행되었다.

 

  그날 해병들은 전선에서 갖 돌아온 용사들답게 땀과 먼지와 초연에 찌든 단 한 벌밖에 없는 남루한 국산 훈련복과 밑바닥이 모양사남게 닳고 헤어진 국산 농구화를 착용하고 있었고, 또 그들의 어깨나 손에는 화약냄새가 물씬거리는 각종화기와 박격포의 포신과 포판 등이 메어져 있거나 들려져 있었다.

 

  그날 손원일 참모총장은 "진동리지구 전투에서 전 장병이 일계급 특진의 영예를 누린 우리 해군의 영웅들인 김성은 부대 장병 여러분! 우리 민족의 성웅이신 충무공의 순국정신으로 멸공구국전선에서 더욱 감전분투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는 요지의 훈시로써 해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건투를 격려해 주었으며, 그러한 훈시에 고무된 해병들은 힘차게 행진한 분열식을 통해 더욱 용감하게 나가 싸울 것을 다짐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