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3. 홍천·화천지구 전투 (2) 학곡리(鶴谷里)의 씨름판

머린코341(mc341) 2014. 8. 10. 07:24

국방의 멍에 - 13. 홍천·화천지구 전투

 

(2) 학곡리(鶴谷里)의 씨름판 

 

  해병 제1연대가 집결했던 곳은 춘천시 남방 8킬로 지점의 학곡리(鶴谷里)였다. 4월 5일 이곳에 집결한 연대는 4월 8일까지 휴식과 재정비를 취하고 있었다. 그때 학곡리의 야산지대에는 미 해병사단의 일부병력도 집결해 있었다.

 

  그런데 연대가 학곡리에 집결해 있는 동안 나는, 어느날 오후 지휘소천막 바깥쪽으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기에 무슨 일인가 해서 나가 보았더니 덩치가 큰 미국 해병(USMC)과 덩치가 작은 우리대원(KMC)이 서로 맞붙어서 씨름을 하고 있었다. 샅바도 없이 서로 상대방의 허리와 대퇴부를 잡고 있는 자세들이었다.

 

  한데 얼핏 보기에는 황소와 같이 덩치가 큰 USMC가 대번에 압승을 거둘 것 같았으나 사정은 그렇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비록 체구는 메뚜기 같이 작은 편이었지만 경량급 역도선수 같이 다부지게 생긴 KMC(김모 해병)의 씨름 기술이 만만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황소같은 USMC는 요것쯤이야 하고 메뚜기 같은 KMC를 번쩍 들어올리긴 했으나 내동댕이 치듯 그를 넘어뜨리려 하던 순간 그만 김 해병의 날쎈 잡치기 수에 걸려 벌렁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따라서 씨름판 주변에서는 일제히 환성과 탄성이 터졌고, 미해병대는 동료 대원이 왜소한 KMC에서 어처구니 없이 패하게 되자 그 다음에는 올챙이 같이 배가 불룩한 USMC가 등판하여 김 해병과 맞붙었으나 그 역시 김 해병의 민첩한 앞무릎치기 수에 걸려 맥도 한번 못춰 보고 넘어짐으로써 구름떼처럼 운집해 있던 양국 해병들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날 천막 바깔쪽에서 벌어졌던 씨름판은 처음에는 우리 대원들끼리 모여서 하고 있었으나 그 근처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USMC들 이 흥미롭기도 하고 또 만만하게 여겨지기도 하여 친선을 도모할 겸 한번 해보자고 나섰다가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