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15. 용두산 사령부
(2) 용두산(龍頭山) 사령부(司令部)
1950년 12월 하순경 진해에서 해병제1연대가 편성될 당시 진해 도천(道泉) 국민학교에 위치하고 있던 해병대사령부가 부산 시내에 있는 용두산꼭대기로 이전했던 것은 1951년 5월 20일, 그러니까 내가 참모장으로 부임할 바로 그 무렵이었다.
부산항의 명물로 알려져 있던 영도(影島)다리와 외항에 있는 오륙도가 남으로 트인 바다와 함께 시원스럽게 조망되는 천하의 명당(明堂)인 용두산 정상에는 일제 때 신사(神社)를 건립했던 약 200평 정도의 건물 터(趾)와 그 신사 앞에 밖아 놓은 400~5OO평 정도의 광장이 있었는데, 해병대사령부가 들어섰던 곳이 바로 신사터와 광장이었다.
그 두 공지에 들어선 사령부는 약 40동의 야전천막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신사터에는 사령관과 참모장, 정보국 및 그 후 고문단의 천막이 가설되고 신사터보다 약간 낮은 지대에 조성된 광장에는 다른 국감실의 천막이 하나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정연하게 가설되어 있었다.
사령부의 부산 이전을 실현시킨 유공자는 사령부를 해군본부 가까이에 두고 해군의 주전부대(主戰部隊)인 해병전투부대의 선전감투와 해병대의 발전을 위해 심혈을 다해 뒷받침해 주고 있던 손원일 참모총장 바로 그분이었다. 일제 때 같은 해양(海洋)의 선각자(先覺者)로서 친분이 두터웠던 신성모 국방장관과 남달리 가까운 사이였고, 또 부친(孫貞道 목사)과 친분이 두터웠던 이승만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손 총장의 각별한 배려와 지원이 없었던들 그러한 명당에 해병대사령부를 이전 시킬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그러한 사실을 헤아리고 있던 사람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용두산에는 시가지 쪽에서 고지 정상으로 올라오는 찻길도 하나 있었지만 옛날 신사를 건립할 때 축조해 놓은 40계층의 돌계단이 있었는데, 돌계단은 6·25때에 지어졌던 눈물겨운 피난살이 신세를 한탄한 유행가의 가사 속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사십계단 층층대에 않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시원히 말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러워 동정하는 판잣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고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우는 이북고향
언제 가려나
작사자와 작곡자가 누구였는진 모르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창되고 있는 이 노랫말 속에 있는 '40계단 층층대'가 곧 그 용두산에 있던 40계단을 말하는 것이다.
한편 해병대사령부가 용두산으로 이전한 후 각 국감실에서는 이사기록업무를 비롯하여 상훈, 후송, 치료, 영현등록, 병력보충과 교육훈련, 병력증강계획과 군수품 및 각종 장비의 획득과 관련된 제반업무를 재정리 할 것은 재정리 보완하고, 새롭게 계획을 세워 추진할 사항은 관련부서와 머리를 맞대어 기획을 해 나가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령부가 제주도나 진해 도천국민학교에 위치하고 있을 때는 남의 집에 접방살이를 했지마는 어엿하게 독립된 면모를 갖춘 새로운 사령부는 사령부에 근무하는 모든 장병들로 하여금 정착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부산이란 대도시가 해군본부와 피난 정부가 함께 위치하고 있는 임시수도였으므로 그러한 요소들이 장병들의 심기를 일전시킬 계기를 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950년 11월 진해에서 해병제1연대를 편성할 때 해병정신에 투철한 해병다운 신병, 해병다운 하사관과 해병다운 초급장교를 직접 육성하고 전투부대에 대한 군수 보급지원을 적기에 신속하고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 사령관에게 후방 사령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건의한 적이 있었던 나는 사령부의 부산이전으로 그러한 과제가 성취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기대감을 가질 수가 있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해병대 사령관 글 > 4대사령관 김성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방의 멍에 - 15. 용두산 사령부 (4) 海兵隊 심볼마크 (0) | 2014.08.13 |
---|---|
국방의 멍에 - 15. 용두산 사령부 (3) 전투사(戰鬪史) 발간(發刊) (0) | 2014.08.13 |
국방의 멍에 - 15. 용두산 사령부 (1) 찬사(讚辭)와 긍지(矜持) (0) | 2014.08.13 |
국방의 멍에 - 14. 중공군(中共軍)의 대공세(大攻勢) (4) 생사(必死)의 탈주(脫走) (0) | 2014.08.10 |
국방의 멍에 - 14. 중공군(中共軍)의 대공세(大攻勢) (3) 결사적(決死的)인 철수엄호(撤收掩護) (0) | 2014.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