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18. 사단장 시절(師國長 時節)
(8) 金東河 將軍의 辭任事件
김동하 장군이 사임을 한 시기는 내가 국방대학원에 입교한 뒤의 일이었다. 김 장군이 그러한 일을 당하게 된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연유가 있었다.
즉 1959년 9월에 중임을 한 김대식 사령관이 1960년 4·19 혁명으로 나머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임을 하게됨에 따라 사임에 앞서 예하부대에 대한 고별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포항으로 내려갔을 때 사단장 김동하 소장으로부터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당한 것이 발단이 되어 수모를 당한 김대식 사령관이 상경하는 즉시 이종찬 국방장관에게 난생 처음당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수모를 당한 얘기를 털어 놓자 군의 군기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 장관이 김동하 장군의 소행을 하극상(下剋上)으로 단정하여 김 장군을 사단장 직위에서 해임하는 조처를 취함으로써 사임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것이었다.
일제 때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소좌의 계급으로 8·15를 맞이했던 이종찬 장관은 6·25전쟁중인 1951년 이승만 정권의 권력핵심부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현을 추진할 목적으로 1개 사단병력을 임시수도인 부산으로 진주시켜 계엄사령관으로 취임하라고 했을 때 그러한 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육군참모총장직을 내놓고 육군대학 총장직을 맡았던 성품이 강직하고 인격이 고매한 분으로 알려져 있었고, 4·19혁명 후 과도내각의 수반이 된 허정(許政)씨의 천거로 과도내각의 국방장관으로 기용된 분이었다.
한편 이종찬 장관으로부터 그러한 말을 들은 나는 사령관으로 취임한 뒤 일차 김동하 장군댁을 방문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러한 생각을 했던 것은 나와는 해군과 해병대의 창군동지로서 오랜 세월 고락을 같이 해온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사령관 취임식을 마친 후 나는 모처럼 참을 내어 김동하 장군을 위로하기 위해 김 장군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나의 방문을 받은 김 장군은 마치 총맞은 호랑이처럼 거칠게 울분을 포효하며 격분을 했고, 억울함을 호소한 김 장군 부인의 감정도 매우 격했다.
따라서 모처럼 위로를 하기 위해 방문했던 나는 제대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미 김 장군은 해임을 취소시켜 복권을 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았을 뿐 아니라 2~3일 후에는 만주 광명학교 선후배지간인 소설가 박계주(朴啓周·순애보의 작가)씨 등의 지원을 받아 이종찬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그 소장을 동아일보 광고란에 크게 게재하게 점으로써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동아일보의 가두판을 통해 그러한 사실이 보도가 되자 이종찬 장군은 동아일보 최두선(崔斗善) 사장에게 관계관을 보내어 그 다음날 신문의 광고란에 게재된 일부 소장(訴狀) 내용을 지우게 하기 위해 돌아가고 있는 윤전기를 멈추게 하는 등의 헤프닝이 있기까지 했는데, 일이 그런 모양으로 확대되어 나가자 이 장관은 나에게 이런 지시를 했다. 즉 김동하 장군의 뒷조사를 해서 군법회의에 회부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사단장의 직위에서 해임이 되고 예편이 된 민간인을 어떻게 군법회의에 회부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그런 방법보단 계속 설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더니 이 장관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법관 출신인 이희봉 국방차관을 포항으로 내려보내 조사를 해 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사단장 김두찬 소장에게 연락을 취하여 국방부의 조사에 일절 협조하지 말도록 함으로써 2~3명의 조사원들을 데리고 3~4일간 포항으로 내려갔던 그 이 차관은 아무런 정보도 얻어내지 못하고 돌아오고 말았는데, 결국 그 문제는 그 후 제2공화국 수립을 위한 개헌과 총선 등을 앞두고 차츰 관심의 대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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