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9. 海兵隊 司令官 時節 (7) 靑瓦臺에서 있었던 일

머린코341(mc341) 2014. 9. 6. 14:47

국방의 멍에 - 19. 海兵隊 司令官 時節

 

(7) 靑瓦臺에서 있었던 일

 

  육본에서 약 1시간 동안 머물러 있던 해·공군 총장과 나는 박정희 소장이 윤보선 대통령에게 인사를 드려야 되겠다면서 동행을 하자고 요청하는 바람에 각자의 차를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박 소장이 자신이 주도한 거사를 선뜻 지지해 주려고 하지 않는 각 군 총장과 해병대 사령관에게 동행을 하자고 했던 것은 윤 대통령에게 각 군 총장과 해병대 사령관의 양해하에 거사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려고 했거나 지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에 당도해 보니 어디서 모시고 왔는지 현석호 국방장관도 그곳에 와 있었다. 그 후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현 장관은 그날 새벽 자택에서 연행되어 서울시장실에 감금되어 있다가 육군본부에서 먼저 나간 장도영 총장이 시장실에 들려 모시고 온 것이라고 했다.

 

  일행은 잠시 대통령 집무실 옆 접견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윤 대통령을 뵙게 되었는데 대통령이 모습을 나타내자 박 소장은 서먹서먹한 말투로 이런 말을 했다.

 

  즉,"각하 우리 군인들의 본분이 국방에 전심전력을 다하는데 있는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4·19 의거 후 나라가 혼란해지고 공산당이 도처에서 머리를 쳐들고 있고, 북한의 김일성이는 소련, 중국과 함께 한반도에 대한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 국민이 저들과 맞대항해서 싸워야 할 중대한 이 시기에 민주당 정부는 너무나 무능하고 연약해서 독버섯같은 공산당을 제압하지 못하고 단결이 와해되어 국가안보상 처해진 이 심대한 위기를 더 이상 보지 못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 확고한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군인들이 오로지 구국의 일념으로 정치적인 욕심없이 과감히 궐기를 했으니 우리 군인들이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원대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해 주십시요." 라고 했다.

 

  한데 박 소장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윤보선 대통령은 박 장군에게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석호 장관에게 "내가 당신 보고 뭐라고 했소. 그렇게 싸움질만 하게 되면 군인들이 들고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소, 내 말 안 듣다가 올 것이 드디어 오고 말았구먼··" 하곤 딱한 듯이 깊은 한숨을 몰아 쉬었고, 그러한 말을 듣고 있던 현 장관은 "면목이 있습니다." 하곤 고개를 떨구었는데 바로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육군의 유원식(兪元植) 중령이 윤 대통령 앞으로 다가가 "각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하자 윤 대통령은 그를 데리고 서제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주체세력중의 한 사람이었던 유원식 중령의 부친(민주당 구파)과 윤보선 대통령은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고 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