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9. 海兵隊 司令官 時節 (8) 유엔軍司令官의 發言

머린코341(mc341) 2014. 9. 10. 20:46

국방의 멍에 - 19. 海兵隊 司令官 時節

 

(8) 유엔軍司令官의 發言

 

  한편 그날 오후 2시경 나는 유엔군 사령관 메그루더 대장의 전갈을 받고 유엔군사령부로 갔더니 그는 "가장 충성스러워야할 해병대가 반란군에 가담하다니 매우 유감된 일" 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도 같은 생각이며 면목이 없다" 고 하자 그는 8군에서는 반란군을 몰아내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해병대에서 포항에 있는 사단(-)을 출동시켜 남산에 집결해 있는 KMC를 몰아내어 김포로 돌려 보내라고 했고, 필요할 시에는 8군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머리 속에 세 가지 경우를 상정해 보았다.

 

  첫째는 내가 마음만 먹기만 한다면 그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포항에서 2게 연대를 서울로 출동시켜 남산에 집결해 있는1개 대대의 병력을 포위하여 그들을 몰아 내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만약에 남산에 있는 병력이 말을 듣지 않을땐 폭격을 하겠다고 위협을 해서 공군기를 출격시키게 되면 무난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두번째 경우는 포항에 있는 해병대 병력을 서울로 출동시키는 동안 만약에 거사를 한 부대를 지원하는 육군병력이 동원될 때에는 큰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세번째 경우는 만약에 포항에서 출동한 해병들이 남산에 있는 전우들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합세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생각과는 달리 나의 마음 속에는 이러한 감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즉 민주당 정부가 출범한 후 나는 경향신문사 사장 한창우 씨등 장면 총리의 측근자들로부터 간혹 가톨릭 신자인 남상휘(南相徵) 준장을 소장으로 진급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러한 부탁은 그 해 10월 8일 영일만에서 실시된 단풍작전을 참관하기 위해 사단을 방문했던 장면 총리 내외분을 새단차에 모시고 경주불국사 호텔로 갈 때 장 총리로부터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몹시 입장이 난처했던 나는 금년에는 사정이 어려우니 내년에 가서 고려해 보겠다고 답변을 했으나 그 일이 몹시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나는 남 준장을 서울 가까이에 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해 11월 1일부로 김포 여단장으로 있는 남 준장을 진해 기지사령관으로 내려 보내고 진해기지의 교수부장으로 있던 김윤근(金潤根) 대령을 준장으로 승진시켜 김포 여단장으로 임명하는 인사조처를 취했는데, 5·16 4일 전에는 김업(金業) 국방부 사무차관이 화가 잔뜩 났던지 나에게 "정 말을 듣지 않겠다면 사령관을 갈아 치워 버리겠다" 는 말을 하여 나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했었다. 그리고 남상휘 준장과 교체시킨 김윤근 준장이 군사정변에 가담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착잡했던 당시의 내 심정은 충격적인 돌발사태를 보도한 주요 일간지의 호외들이 "일부 몰지각한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쿠데타를 기도했다" 는 식으로 보도하며 신랄하게 매도하고 있던 그러한 상황 속에 3·15 부정선거와 4·19의거를 거쳐 국민의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수립해 놓은 제2공화국 정권이 불법적으로 탈취당하고 헌정질서가 파괴당하는 일을 원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그러한 경우와 내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던 그러한 감정 때문에 나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몹시 마음이 착잡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초조하게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메그루더 사령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즉 "마린은 마린과는 싸움을 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 는 말과 "만약에 서울로 출동시킨 해병들이 남산에 집결해 있는 동료들을 몰아내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합세할 경우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는 일이니 마린(해병)을 몰아내기 위해 마린을 투입하는 일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라고 했더니 그는 수긍이 갔던지 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하면서 자신이 나에게 했던 그 말을 유보한다고 했다.

 

  주한 유엔군사령관으로서 한국군의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메그루더 대장은 그 후 군 통수권자인 윤보선 대통령에게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한 작전권 행사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1960년 8월 제2공화국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민주당 신·구파의 맞수로서 장면 총리와 갈등을 빚어 왔던 윤보선 대통령은 그의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메그루더 사령관으로 하여금 달리 손을 쓸 수 없도록 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