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수기/해병158기 이장원

청룡 1진의 기억 -(4) 해병이 되다 - (상남 보병 훈련대)

머린코341(mc341) 2015. 1. 7. 06:31

청룡 1진의 기억 -(4) 해병이 되다 - (상남 보병 훈련대)

 

<상남 보병 훈련대>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해에서 8주간 장한영 교관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상남으로 넘어와 도착해 보니,
담당교관 얼굴이 딱 사천왕 !!

내리자마자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작대기로 어깨와 등짝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바람에
얼이빠진 채 노란 얼굴이 되어 그자리에 주저앉았는데, 이것은 단지 서곡에 지나지 않았다.

작가 김승옥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서울) 1964년 겨울”,

그 해 12월의 4주간을 겨울 바람 쌩쌩 부는 상남 언덕배기에서,
2주간은 개인 천막 속에서, 1주간은 퀀셑에서,

그리고 마지막 1주일은 4박5일 행군으로 채웠다.

 


(쉼터 자료실의 사진 - 전역후에도 신병 훈련대 꿈을 꾸면 놀라곤했다)

개인 천막의 흙 구덩이에서도 매일 저녁, 시도 때도 없이 빤쓰 바람에 단독 무장 집합.
처음에는 치가 떨리더니 그것도 며칠 하고 나니까 이골이 나, 으레 저녁 식사후 후식 순서거니 했다.

2주간의 개인 천막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퀀셑으로 들어온 날 저녁,
또 다시 정말 치가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기합이 빠질까봐 정말로 훈련 목적으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또 교관에게 술 사와 대령하지 않는다고 화가나서 그러는 건지는 아직도 분간이 잘 안된다,

12월 중순의 그날 밤 9시경, 빤쓰만 입고 막사 밖 언덕배기에 양팔 간격으로 늘어 서란다.

기온은 약 영하 5도정도였으나 쌩쌩 부는 바람으로 체감 온도는 약 영하 15도 정도(?).
양팔 간격으로 꼼짝 말라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작대기로 무차별 등짝을 후려쳤다.

등짝에 작대기 세례를 당하지 않으려고,
머리 속 의식은 꼼짝않고 서 있으려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어떤 상황에서는 머리의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이빨이 저절로 덜그럭 덜그럭 하고, 팔다리가 저절로 아래 위로 와들 와들 흔들리는 것이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자꾸 체온이 내려가니까 뇌로부터 명령이 없어도 몸이 저절로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지없이 “움직이지 마!” 하는 호령과 함께 작대기가 등짝에 날아왔다.

20여분을 그렇게 한 뒤, 다시 연병장으로 단독무장 집합을 시켜,
껑껑 얼어 붙은 맨땅의 연병장 위를 포복 전진을 시켰으니 팔꿈치와 정개이가 다 까지고 말았다.

막사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의논 끝에 추렴해 막걸리와 백숙 안주를 사다 교관에게 갖다 바쳤다.



석달째 훈련이라 몸의 기름끼는 다 빠지고 최소한의 영양 상태에서
난 이 무릎의 상채기는 훈련이 끝날 때까지 낫지 않아 무진 고생을 했다.

해병대 상남 보병 훈련대 !!!!! - 그곳은 지금 많이 바뀌었다 한다


해병대 상남 보병 훈련대 !!!!! - 내 기억속의 그곳은 아무런 변함이 없다.

 

 

 

출처 : 파월 제1진 청룡부대 2대대 해병158기 이장원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