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사17기 오창근

해병대 생활중 에피소드(2) 도망병

머린코341(mc341) 2015. 1. 13. 22:02

해병대 생활중 에피소드(2)

 

도망병


소위로 임관후 진해 해병 학교 교육을 약 3개월 가량 받고 포항 사단 제 3연대 2 대대 5 중대 3소대장으로 부임하였습니다.

소대장 근무중엔 거의 침식을 부대에서 했는데 거의 매일 밤 군화는 신은체로 옷도 입은체로 취침을 하면서, 병들이 야간 근무 시간은 잘 지키는지, 근무 교대는 잘 되고 있는지, 늦은 밤에 고참병들이 신병들을 괴롭히지나 않는지를 수시로 확인 하면서 소대장임무를 열심히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우렸습니다.

당시에는 먹는것도 부족 했고 기압도 많이 받아 신병 생활이 상당히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각 부대별로 도망병이 참 많았읍니다.

그러나 도망병에 대하여 상급부대에 정확히 보고하지도 못하고 우물 쭈물 하고 있다가 그 도망병이 사고를 내거나 체포 되어 발각 되면 그제사 사후 보고를 하는등 도망병 문제는 어느 부대나 가장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63년말 그날은 아주 추운 날씨였는데 아침에 확인해 보니 1 소대 1명, 저의 3 소대에서 1명 등 중대에서 하루 밤에 2명의 도망병이 발생 했습니다.

며칠후에 제주도로 대대 전체가 상육 훈련을 가게 되어 있는데 부족 인원도 문제이려니와 본인이 소대장으로 부임후 첫 도망병이 발생 했으니 영 소대장 체면도 말이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자청하여 다음날 도망병의 연고지인 경남 함안으로 도망병을 잡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부산에서 함안까지 도로 포장도 거의 안되있고 또 시외 버스 사정도 안좋아서 아침에 포항을 떠나 오후 늦게야 함안에 도착 할수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도망병 이 해병의 부모님들을 만났습니다.

이군 부친께서는 펄쩍 뛰시며 문중 가족중에서 군에 여렀이 갔지만 아직 까지는 군복무를 마치지 않고 탈영한 사람이 없다고 하시면서 이는 가족의 불 명예이니 이군은 군에 꼭 복귀하여 복무를 마쳐야 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도망한지 3일이 되어 오는데 이군은 아직 집에 도착하질 않고 있었습니다.

이군 부친게서는 소대장께서 이렇게 멀리 오셨는데 대접을 해야 되다고 큰댁 양조장 집에서 지방 막걸리를 갖어와 어떻게나 권하시던지, 몇잔 마시고는 그만 장거리 여행에 지쳤던지 그댁 아랫방에서 골아 떨어져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를 잤는데 목이 하도 말라 깨어보니, 두 부부가 저녁상을 차려 놓고 내가 깨기만을 기다리고 계셨고 내가 밥을 한술 뜨고 상을 물리자, 그제사 이군이 왔다고 얘기를 하는겁니다.

밤도 상당히 깊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래 지금 어디 있느냐니까 집엔 오지 못하고 여기서 멀지 않은 큰 댁에 있다고 하는겁니다.
그래서 당장 가자고하여 이군 부친을 앞세우고 큰 댁으로 갔습니다.

부대 이탈후 경주 뒷산으로 해서, 인적이 드문 산 길로만 걸어서 울산까지 와서는 겨우 버스를 타고 근 3일 만에 고향에 온 이군은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자는 이군을 깨워 본가로 데리고 왔고 또 도망을 갈까보아서 허리춤을 꼭 잡고 밤새 자는둥 마는둥 잠을 설치다가 아침이 되어 이군을 데리고 부대로 출발 하게 되었는데, 이군은 엉엉 울면서 신병 훈련 마치고 몇 달만에 고향에 왔는데, 또 포항에서 근 사흘 만에 여기를 왔는데 딱 하루만 더 자고 가자고 떼를 쓰는겁니다.

저는 부대 훈련이 내일 모래인데 절대 그럴수 없다고 단호이 거절하면서 이군을 끌고나섰습니다.


이군 부친께서도 어서 소대장님 따라 떠나라고 하시며 가족의 명예를 생각하여 절대 다시 낙오할 생각 말라고 하시며 이군을 떠밀어 보내셨습니다.

12년이란 세월이 지난 1975년 어느날, 그땐 교통 경찰이 되어있던 이군이 수소문 끝에 제가 제대한후 근무하고 있던 퇴계로 2가의 사무실로 저를 찾아 왔습니다.

옛날 소대장과 도망병은 이렇게 반가운 재회를 하고 해포를 풀었읍니다.

(그후 이순경은 근무지가 퇴계로 2가 저의 사무실 앞 이였는데 밤 11시50분경 명동에서 한잔 걸치고 취한 소대장이 나타나면 통행금지전에 택시 잡아 태워 집에 보내느라고 수고를 많이 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