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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서살아남기 <12>저체온증

머린코341(mc341) 2015. 1. 15. 13:53

야전서살아남기 <12>저체온증 (국방일보, 2009.04.10)

 

급격한 체온 저하·초기 탈진증세

 

 

지난 1일은 민주지산 사고 10주년 추모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날 혼을 나눈 우리의 전우 6명이 천리행군 도중 민주지산 정상 부근에서 저체온증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래서 지난해 같은 날 그곳을 찾았다.

 

민주지산은 충청북도 영동에 있는 해발 1241m의 산이다. 정상 도착 전 약 8부 능선부터는 아직도 쌓인 눈이 녹지 않았을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변화무쌍해 따뜻한 피복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당일 산행이라도 매우 힘들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수십 갈래의 칼능선과 산바람,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들과 흰눈은 생존에 대해 연구하는 필자에게 사뭇 뭉클한 마음으로 다가왔다. 누가 다녀갔는지 충혼비 앞에는 향이 피어오르며 하얀 국화꽃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숙연한 마음으로 참배하고 복귀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전우 중 한 명일 것이라는 생각을 뒤로 한 채….

 

민주지산 인명 손실 사례는 여러 가지 악조건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일어난 사고다. 천리행군 5일차의 피로 누적과 행군 중 지속적으로 비를 맞아 옷이 젖어 있는 상태였다. 폭설과 풍속 30knot의 강풍으로 기온이 급강하해 민주지산 정상 부근의 체감온도는 영하 34도에 이르게 됐고 결국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었다. 이는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체온의 급격한 소모로 초기 탈진증세가 저체온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 저체온 시 호흡량·심박수·심박출량 감소

 

젖은 옷과 바람은 신체의 열손실을 촉진시키고 근육의 수축 속도와 파워를 감소시키며,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공기온도가 어는 점보다 높아도 체온이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기능 상실은 세포온도가 10도 변화할 때마다 대사 반응이 정상 수준의 절반으로 느려지는 것과 관련 있다. 그 결과 신체를 차갑게 하면 졸음이 오도록 만들며 심지어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체온 저하의 가장 중요한 영향은 심장에서 나타난다. 저체온에 노출된 인체는 호흡의 빈도와 양이 감소한다. 이는 심박수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줄어든 심박수 때문에 심박출량도 감소한다. 즉, 신체 중심 및 말단 부분 전체로 신속하게 혈액을 공급할 수 없어 결국 체온은 더욱 떨어지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게 된다. 이때 저체온증 환자들은 심박과 호흡이 너무 약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저체온증이 차가운 물에 빠져 일어났다면 심폐소생술(CPR)이 지체없이 바로 시작돼야 한다. 지상에서 일어났다면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 생명 징후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이 정말 필요한지 가려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들은 심장기능에 심각하게 장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치료와 이동 시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모든 저체온증 환자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훈련된 의료진에 의해 검사돼야 한다.

 

◆ 전장생리를 기초로 한 피복·장비·식량 연구소 설치 필요

 

민주지산 사고가 발생한 후 지휘관과 군수 관련 분야에 계시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현재 군은 피복체계에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특전사에 보급된 우수한 성능의 기능성 고어텍스, 기능성 속옷과 고어텍스 전투화 등 그 당시와 비교할 때 전투원들의 임무와 특성을 모델로 한 소재와 기능·모양 등 커다란 구조적인 변화가 진척됐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지난달 30일자 국방일보 1면에 게재된 ‘피복·장구류 전문 연구개발을 위한 조직의 필요성 제기’라는 기사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이미 다른 선진국들은 조직적이며 효율적인 연구소와 개발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전투의 주체인 ‘인간’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모두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인체의 생리 연구를 통해 ‘인간과 전장 환경과의 관계’를 기초로 조직은 체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미 육군 환경의학연구기관(USARIEM)에서는 극한의 더위와 추위·고지대·체력단련·영양·식량·수중·야간 등 환경이 전투원들의 건강과 능력, 전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이곳에는 피로연구실·장갑의료연구소·기후연구소·극지방연구소·영양실험실 등이 있으며, 내부 근무자들은 현역 군인을 포함해 생리학자·심리학자·영양사·의사·수의학자까지 다양하다. 열, 추위실험, 생체역학, 운동생리, 뼈 연구, 유전 및 생화학실험 등이 병행되고 있으며 네틱(Natick) 육군 연구개발 실험실과 함께 자료를 공유한다.

 

즉, 적과 환경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결국 전투원이며 특히 임무특성상 근거리에서 교전하는 지상군의 경우 피복과 장비·식량에 대한 고차원적인 연구소 설치가 필요하다 하겠다.

 

사진설명:행군 중인 육군3군단 장병들. 산악지형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변화무쌍해 따뜻한 피복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체온의 급격한 소모를 유발,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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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방일보, <임승재 대위 육군특수전교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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