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생활중 에피소드(11)
야! 임마 네가 나와서 해봐!
월남에서 어느 전투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오후 늦게 작전지역에서 겨우 임시 방석(중대 진지를 이렇게 불렀음)을 차리고 각 소대별로 야간 매복을 끝냈을 즈음이 였습니다.
갑자기 1 소대 전방 매복조에서 총소리가 나면서 적과 전투가 벌어 졌습니다.
이 전방 매복조는 불룩 튀어나온 묘등 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중대장인 제가 있던 위치에서 고개를 들고 보면 전방 약 200 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상항이 비교적 잘 보였습니다.
아마도 월맹군 1개 분대 10여명이 야간 이동을 하다가 우리 매복조와 조우를 한 것 같았습니다.
중대본부에서 60미리 박격포 조명탄을 쏘아 올리고 또 포병의 조명탄 사격 지원도 받아 주위를 대낮같이 밝히고 있어 전투 지휘하기가 용이 했습니다.
한참 적과 교전을 하고 있는데, 제가 보니 하사관 한명이 그 묘등뒤에 몸은 숨긴채로 총만 앞쪽으로 내 밀고 쏘아 대는게 아니겠습니까.
그 묘등을 조금만 돌아 앞으로 나오면 적의 위치가 잘 보일텐데 저렇게 몸은 숨긴채 총만 쏘아 데면 그놈의 총알이 어디로 날아 가나 하는 생각에 그쪽을 향해서 냅다 고함을 쳐 댔지요.
" 야! 김하사 임마, 그 앞쪽으로 나와서 적을 보고 총을 쏴야지, 그 자리에서 뭐가 보이냐!" 하면서 앞쪽으로 나오라고 계속 고함을 쳐 댔습니다.
한참을 고함을 치고 있는데 이 친구 나 있는쪽을 쳐다 보면서 " 야! 임마, 네가 와서 해봐!" 하고 반대로 나에게 고함을 치는게 아닙니까.
하도 기가 차고 속이 터져 성질 같아선 쫓아나가 한 대 쥐어 박고 싶었지만 전투중이라 참고 있다가 전투가 끝나고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후에 현장에 나가서,중대장 한테 야 임마 네가 나와서 해봐 란 말투가 어디 있어 하고 야단을 치면서 한 대 주어 박으려 하자, 이 친구왈 자기는 절대 그런 소리 한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을 하며 오리발을 내 밀더군요.
하긴 전투중에 저나 나나 죽고 사는 문제가 눈앞에 일각인데 전들 무슨 정신이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전투에서 적의 수류탄 공격으로 아군 수명이 전사하고 적은 시체 여러구를 남기고 도주하였읍니다.
더 나은 전과를 올릴수도 있었는데 아쉬운 전투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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