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메집
1사단에는 보병연대에서 돌아가며 수행하는 임무중 해안방어라는 임무가 있다.
당시 알파 지역과 부라보 지역이 있는데 우리대대는 부라보 지역이다.
난 통신병 쫄병으로 부라보 지역 대대본부에 근무했다.
고참은 소초로 나가면 한결 편하여 중대로 배치받고 본부에는 고참 두어명과 쫄병이 근무하기 때문에 쫄때는 본부에서 상황실과 교환실 근무 통신시설 유지보수에 바쁘다.
그런데 그 당시 B 지역 본부근처에 조그만 개울건너 몇 채의 민가가 있고 그 끝집이 77세의 할머니가 군인들을 상대로 라면, 전, 막걸리 등을 파는 할메집이 있어 우리는 가끔 몇 몇이서 라면도 먹고 막걸리도 한 잔 하곤한다.
하루는 동료대원이 출출한데 할메집에 갈까요 한다.
우리는 네명이 가면서 정상병님이 하는 말
야 ~~ 그 할메 글을 전혀 모르는 일자무식이래 그래서 외상 먹으면 꼭 우리보고 적으라 칸다.
그러니 먹고나서 적당히 적으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라면 하나씩과 전 둘, 막걸리 두 되(두 주전자)를 맛있게 먹고 할머니 갑니다. 달아주이소 한다.
그러니 할머니는 노트 하나를 주면서 여기다 달아라 한다.
노트를 보니 우리 대대 대원들의 외상 달아 놓은게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할머니 내가 달아요 하니 그래 알아서 달아.. 칸다.
우리는 라면 4개, 전 하나, 막걸리 한 되를 달고 할머니한테 노트를 건네주니
할머니는 받아가지고 찬장에 놓고 잘가이소 한다.
그리고는 10여일이 지났나. 우리는 또 할메집에 막걸리 한잔 하러 깄다.
그런데 할머니가 강일병 나 좀 보소 한다. 와 그러십니까? 하니
할머니는 날 보고 저번에 와서 정 상병, 김 일병, 신 일병이랑 와서 라면 하나씩과, 전 둘, 막걸리 두 되를 먹었자누...
그런데 이거 잘못 적었다. 그러신다.
윽... 아니 10여일이 지났는데 그걸 어떻게 알제?
하여간 난 모르는체하며 그래여...그날 하나씩밖에 안 먹은거 맞는데...하니
아니다...내가 맞다. 전 둘하고 막걸리 두 되다. 한다.
야 이거 완전히 쪽 팔린다. 할 수 없이 그런가? 하며 전 둘 막걸리 둘로 고치고 겸연쩍게 이상하네. 하면서
얼버무리고 그날 먹은것은 먹은대로 잘 적었다.
참 이상했다. 글도 모르고 80이 다 되어가는 노인네가 어찌그리 기억력이 좋은지.
그 후론 외상 먹으면 잘 적었고 할머니의 기억력이 대단하다고 여러 대원들한테 이야기 했더니 ㅎㅎㅎ
할머니는 글을 모르기 때문에 외상을 달고 가고 나면 다른 사람한테 외상장부를 보여주며
적은 상태를 확인하고 잘 못 적으면 꼭 기억을 했다가 다은에 오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할머니만의 노하우인 것이다.
그렇게 그 해의 해안방어시 할메집 이용은 먼 훗날 추억의 한편이 되었다.
아마 부라보 지역 대대본부에 근무했던 해병대 대원들은 할메집을 한번쯤은 이용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할메집 지금은 지나간 추억의 한 장면이네요.
'★해병일기 > 해병266기 강한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생처음 회국수 먹던날 (0) | 2015.01.29 |
---|---|
말년엔 몸조심해야하는데 (0) | 2015.01.29 |
예비군 교육시절 김포에서의 추억 (0) | 2015.01.29 |
작전보좌관의 지혜 (0) | 2015.01.29 |
선착순(IBS)의 추억 (0) | 2015.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