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人生旅路 - 5. 휴전
(6)제2연대장
나의 인사국장 근무기간은 전쟁 말기인 53년 3월 부터 55년 6월까지의 만 2년 3개월간이었다. 전시하에서 휴전으로 전환이 된 그 전환기의 인사행정업무와 휴전이 되면서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그 급격한 부대 증편과 또 그러힌 일과 함께 추진된 전투역량의 배양을 위해 나에게 주어졌던 임무를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수행했던 나는 1955년 6월 15일부로 해병사단의 제2연대장으로 임명되었다.
당시의 사단장은 초대 사단장 김대식(金大植) 소장이었다. 그런데 만 1년간 근무했던 그 연대장 근무기간은 한마디로 훈련으로 시작되어 훈련으로 세월을 보낸 그러한 기간이었다.
각 연대에서 실시했던 훈련의 종목은 내가 2연대장으로 부임했을 때 연천(連川)지구의 나이트메어 훈련장에서 실시되고 있던 보병대대의 대대공방전(보전협동) 훈련과 기동훈련, 부대지휘소훈련, 중대테스트훈련 등이었는데, 주저항선 부대배치를 제외한 전부대가 실시한 그같은 훈련을 통해 나는 그 때 이미 사단(해병 제1상륙사단)으로 승격이 되어 있던 해병대의 전투수행 능력이 일취 월장하는 듯한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파주지구 야외훈련 지휘소에서(55. 10)
좌로부터 2연대장 姜起千 대령, 사단장 金大植 소장, 대대장 朴敬烈 중령
그리고 긴급한 상황하에서 소기의 임무수행을 할 수 있는 전술적 능력배양을 위해 실시한 그 부대기동훈련은 보병대대들로 하여금 봉암-금촌 지구를 비롯해서 월룡-일산, 탄현-일산, 마송-오리전(김포) 지역에서 실시하고, 특과부대들은 금촌-일산(11연대), 새말-일산(공병대대), 영태리-일산(근무대대), 일산-능곡(의무대대), 두문리-일산(수송대대), 총동-능곡(전차대대) 지역에서 각각 실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원들이 다른 어떤 훈련보다 기동훈련을 좋아했던 이유는 소풍을 가는 듯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는 주둔지역의 소류지(小溜池)에서 망중한(忙中閑)을 즐긴 그리운 추억담이다.
파주지구의 해병사단 주둔지역 내에는 수십 개의 소류지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2연대가 예비연대로 있던 그 이듬해 여름철 휴일날을 이용해서 한두 차례 사단장 김성은(金聖恩) 장군과 2연대 부연대장 이봉출(李鳳出) 중령과 함께 어느 한 군데의 소류지에서 낚시를 즐긴 적이 있었다. 전쟁 중에는 물론 휴전이 된 후에도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던 그 작은 못에는 붕어와 잉어, 가물치와 메기등 많은 종류의 고기가 있었으나 막상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보니 못 한가운데서 펄쩍펄쩍 뛰놀고 있는 큰 물고기들은 낚이지를 않고 못 가장자리 부근에서 맴돌고 있는 피라미와 붕어새끼들만 낚일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 낚시터로 가던 그 날 아침, 사단장 김성은 장군은 못 한가운데서 뛰놀고 있는 그 큰 고기들 때문에 약이 올랐던지 부연대장 이봉출 중령에게 사단 공병대대의 8인치 펌프를 가져오게 하여 그 소류지의 물을 딴 곳으로 퍼내게 했다.
그리하여 약 4시간의 펌핑 끝에 그 소류지의 밑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던 3~4명의 대원들이 못 가운데로 들어가서 준비해 둔 작은 그물과 맨손으로 무진장으로 득실거리고 있는 고기들을 마구 퍼 올려 대여섯 개의 가마니와 두 개의 큰 식통에 담아 4분의 3 트럭으로 연대본부로 운반한 다음, 일부는 각 대대의 특식용으로 나누어 주고 일부는 사단본부 취사장으로 보내 주었는데, 그 고기들 가운데 덩치가 큰 잉어와 메기, 가물치 등은 길이가 1미터나 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대원들이 못 가운데로 들어가서 신나게 고기를 퍼 올리고 있는 동안 이봉출 중령은 대원들이 잡아 놓은 큰 가물치와 잉어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그가 준비해 온 식칼로 즉석에서 회를 떠서 시뻘건 초고추장에 찍어 맛있게 먹게 해 주었는데, 그 회 맛이 얼마나 일품이었던지 나는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고, 또 그런 일로 해서 사단장 김성은 장군과 부연대장 이봉출 중령과 함께 그 소류지에서 그런 식으로 망중한을 즐겼던 그 일을 두고두고 잊지 못하고 있다.
출처 : 예비역 해병대장 강기천(姜起千) 제7대 해병대사령관님 회고록 "나의 人生旅路"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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