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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문] AIIB와 THAAD: 이슈 연계 가능성 제기에 대한 제언

머린코341(mc341) 2015. 4. 3. 11:29

[국방논문] AIIB와 THAAD: 이슈 연계 가능성 제기에 대한 제언

 

한국은 2015년 3월 26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이하 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중국에 통보했다.

 

지난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시, 중국이 한국의 가입을 공식 요청한 이래 8개월 동안 한국은 가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는 AIIB가 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AIIB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과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이하 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입장이 교차하면서, AIIB 가입 여부는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한국이 경제적 실익을 위해 AIIB 참여를 결정한 이후,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국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한국과 미국이 아직까지는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관료들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관철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국제관계에서 제반 이슈들이 상호 연계(issue linkage)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볼 때, AIIB 참여를 통해 중국의 요구를 충족시켜 준 한국이 THAAD 배치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THAAD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이는 크게 두 가지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이 면밀한 검토를 통해 THAAD가 한반도에서도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둘째, 군사적 효율성 여부에 관계없이 미·중 전략적 대립의 관점에서 한국이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수용하는 경우다.

 

그런데 두 가지 상황 모두 중국에게 THAAD의 한반도 배치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AIIB 가입이 설득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예측의 이면에는 미국이 한국에게 AIIB 가입에 대한 반대급부로 THAAD의 한반도 배치에 전향적 입장을 취해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녹아있다.

 

만약 한국이 이러한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면, 한국의 AIIB 가입이 미국의 국익에 반드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역내에서는 미국 주도의 ‘포괄적 아·태 지역주의’와 중국 주도의 ‘배타적 동아시아 지역주의’가 대립해 왔다.

 

양쪽의 대립을 극명히 보여준 대표적인 예가 2005년에 출범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 Summit, 이하 EAS)’이다.

 

EAS 설립 당시, 중국은 참여국을 아세안+3 국가로 한정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EAS가 중국 주도로 ‘배타적’으로 운용될 것을 우려한 일본, 한국 및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참여국의 범위가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까지 확대되는데 기여하였다.

 

일본, 호주, 한국, 뉴질랜드 등 미국의 동맹국 및 우방국들은 EAS에서 배타적 지역주의를 활성화시키려는 중국의 의도를 희석시켰다.

 

EAS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을 배제한 중국 주도의 다자주의에 미국의 동맹국 및 우방국이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미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이들 국가들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도 있다.

 

AIIB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미국의 NATO 동맹국들은 일찌감치 AIIB 참여를 선언하였다.

 

한국에 이어 미국의 아·태지역 주요 동맹국인 호주도 2015년 3월 말 이전에 AIIB 가입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들의 AIIB 참여로 지분 문제, 이사회 구성, 총재 선임 등 AIIB의 전반적 운영이 중국이 의도한 대로 전개되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즉, 한국을 위시한 다수 국가의 AIIB 가입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 금융질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중국이 활력을 얻게 되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은 THAAD의 한반도 배치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미·중의 지정학적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AIIB 참여가 초래할 우려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 및 우호국의 AIIB참여가 오히려 미국의 아시아 금융주도권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AIIB와 THAAD는 전혀 다른 영역의 별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쟁점화의 배경 및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상호 연계되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이 THAAD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중국의 이해를 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이슈 연계를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한국에게 AIIB 가입에 대한 반대급부로 THAAD의 한반도 배치에 전향적 입장을 취해줄 것을 요구할 경우, 한국이 이슈 연계에 지나치게 얽매여 미국과의 THAAD 협상에서 수동적일 이유가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군사적 유용성, 주한미군 외 배치, 적정 부대 규모, 재원조달 등 논쟁적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THAAD의 한반도 배치’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 될 수도 있는 ‘한국의 AIIB 참여’ 간에는 이슈의 비중에 있어 비대칭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세종연구소. 세종논평. No. 294. 2015년 3월 30일

[저자] 유현정.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리] 아침안개. 2015.4.1.
                        http://citrain64.blog.me/220318061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