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3 - 첫 발을 내디디며

머린코341(mc341) 2015. 5. 9. 18:32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3 - 첫 발을 내디디며

 

 

멀리 수평선 저쪽 안개 쪽에서 어렴풋이 이역의 전선이 보였다. 열대 숲도 아득히 보였다. 성난 파도와 수평선만 보다가 신비한 이역 땅을 보니 기분이 가쁜 했다. 상갑판위에 나온 장병들의 환호성이 선체를 뒤흔들었다.


뉴스와 사진으로만 보던 월남땅! 군함주위를 작은 기선들과 고깃배들이 지나갔다. 드디어 군함이 다낭에 정박했다. 신비롭게 보이기까지 하는 크고 작은 색색의 집들과 무성한 야자수, 바나나.... 도로변에 죽 늘어서 있는 야자수 그늘 아래로 지나다니는 월남인들이 한 눈에 보였다. 이곳 월남을 돕기 위해 자유십자군 청룡부대 일원으로 항해해 온 나 자신이 스스로 영웅처럼 느껴졌다.


부산에서 함께 출항하여 함께 온 맹호, 백마, 비둘기부대 장병과 헤어져 각각 다른 LCM(상륙정)에 올라탔다. 그들은 얼굴이 흐려지더니 마침내는 군함도 멀어져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LCM을 타고 다낭항 줄기를 따라 올라갔다. 갑자기 '꽝'하는 폭음소리가 들렸다. 어디에서 쏘았는지 어디로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평화스럽게만 보이는 이곳 다낭시가 전쟁의 도시임을 일깨워 주었다. 폭격기는 가까운 곳에서 폭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함선, 병원선, 수송선, 고기잡이배들과 하늘을 뒤덮은 헬리콥터들... 이것이 우리와 월남의 첫 인사구나 싶었다.


군악대의 환영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는 드디어 상륙했다. 거기서 다시 GMC에 나누어 타고 다낭 시가를 지나 비행장으로 갔다. 다시 미 해병대의 수송 헬리콥터에 몸을 싣고 다낭 비행장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얼마나 갔을까? 우리가 내린 곳은 추라이 비행장이었다. 추라이 비행장에는 폭격기들이 이 착륙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갖가지 형태의 헬리콥터들이 뜨고 앉고 또 뜨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미해병들의 모습이 하도 분주하여 정신을 죄다 빼앗아 가는 것 같았다. 부상자 수송용 헬리콥터에 실려온 전상자들은 헬리콥터에서 내려지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엠블런스에 실려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추라이의 청룡여단 본부까지 우리가 승차한 GMC를 경비해줄 여단본부에서 온 청룡 경비대 해병들이 와 있었다. 그들은 무거운 방탄복에 찢어진 얼룩무늬 작업복을 입고 있었으며 구리 빛으로 그을린 얼굴에다 머리카락은 귀를 덮고 있었다. 머지 않아 나도 저런 모습으로 변하겠지.....

 

************************************************************

추라이 전선

 

이제사 알았다

우리가 온 까닭을

머나먼 이국전선

거부치 못할 부름이 있었다.

시달리고 지친 눈동자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몸부림은 어디에도 없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만 가득한

전·쟁·터

그러나 곧

추라이엔 평화가 오리라

우리가 왔으므로.

************************************************************

잊어야 한다

 

꿈처럼 아득한

동화 속 같은

지난날의 추억들

이젠

잊어야겠지

까만 눈동자

화사한 웃음

그러나 이젠

쏟아지는 폭우 속으로

떠내려보내야겠지

밤하늘 유성 하나

꼬리를 물고 떨어진

빈자리에 다시금 돋아나는

화사한 웃음

재빨리 눈을 감는다

잊어야 한다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