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346기 김선기

그때를 아십니까?..해병대 군번줄..

머린코341(mc341) 2015. 7. 20. 16:43

그때를 아십니까?..해병대 군번줄..

 

흔히 요즘은 인식표라 불리는 군번줄...

인식표란 단어를 사실 저도 인터넷 통해서 최근에야 알았지 저희 군시절엔 인식표란 단어 자체를

안썼었던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군인이라면 모두들 목에 목걸이로 달고 다니는게 군번줄인데..

저희 현역 시절엔 이 "인식표'....군번줄을 해병대가 목에 걸고 다닌단거 자체가 수치로 여겨지던 시절이라

훈련소서 한번 받아보곤 다들 버리든가 아님 어디 짱박아두던가 ...하여튼 선임들 눈에 안띠게 감춰 버렸었습니다...

 

타군들이나...아님 다른나라 군인들이 들음 이 무슨 망칙하구 무식한 전통이냐 할지 모르지만...

그 당시 해병대원들이 목에 군번줄 건단건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라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훈련소 훈병시절 머리 박박밀고 나서 젤 먼저 받아든 작은 명함판 싸이즈의 사진함 봉투같이 생긴 봉투...

겉면에 성명과 군번을 기재하고 빈봉투에 본인들 손톱과 머리카락을 동봉해서 정성스레 접어 소대장님께

내게 됩니다..사실 이런걸 하다보면 비장함도 느껴지며 한편으론 강인한 해병대원이 된다는 자부심도 같이 무르익죠...

 

상륙전 선봉에 서야 하는 임무탓으로 언제 어디서 전사 하더라도 우리가 내민 봉투 내용물이 전사시 국군묘지로 간다는 교관님의 말씀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지만...어차피 해병대가 좋아 스스로 선택한 인생인만큼 별 거부감없이 봉투에 손톱과 머리카락 잘라서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교관님 말씀이 상륙전은 후퇴가 없다...앞에는 적 뒤로 돌아서면 바다다...싸워서 이겨라   지면 죽음이다..모선에서 나가면..배수진이다...스스로 살아 남아야 한다...전우는 남겨두지않는다...죽더라도 메고 같이 가야한다..귀에 못이 박히게 듣던 이말...

 

바로 여기서 우리에게 남긴 한 마디가 군번줄...즉 인식표 따윈 필요 없단 거였습니다...

만약 실무 올라가면서 인식표 목에 걸고 올라갔다간 선임들한테 바로 아작 날거라며..이런 단어 쓰면 육군분들껜 미안한 얘기지만 그 당시 군번줄 목에 걸고 실무 갔다간 땅개란 조롱 받으며 선임들한테 빳따세레 받을거란 소문이 훈련소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습니다...육군분들 오해 없으시길...타군이 해병대 부를때 물방개란 소릴 하던데..ㅎㅎ

걍 당시 분위기 그대로 전하는거니 화내지 마십쇼^^

 

해병대...!!

남들이 이해할수 없는 이상스러울 정도의 끈끈함과 나름의 전통..

그 당시 훈련소 분위기를 살펴보면 갓 입대해서 같은날 같이 머리 박박 밀었어도 분명 해군병들과 보이지 않는 차이가 많이 존재했었습니다...

 

해군과(77년도 입대)통합되어 있던 시절이라 진해 훈련소에서 해병대라고 부르기 보담은 해군쪽에서 인위적으로 상륙병이라 부르던 일에 아직 갓 입대한 햇병아리 해병들이지만 우리들도 많은 반감을 가졌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훈련소 왕자식당 앞에서 식사정렬시 우연히 해군 훈련병과 만날시에는 공공연히 적개심을 보이곤 했었습니다...

 

만약 해병대원 정렬하고 있는 앞을 해군 훈련병들이 지나 갔다간 정말 생난리가 나던 시절였죠..

아예 이런꼴 공공연히 안보려고 해군들은 항상 조심조심 뒤로 돌아가거니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군출신 분들이 들음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당시 분위기가 엄연히 그랬었습니다.

훈련 교관인 "DI"들도 해병대와 해군은 확실히 차이가 났었으니까요...

 

하여튼 그 당시 해병대 하후생들이나 해병훈병들....모든 구호와 대답도 "악"이었고...

눈에 안보이는 악기가 하늘을 찌를듯 정말 살기등등 사기충천이던 시절였습니다..

아마 해군과 통합된 설움이 해병대에게 훈련소서부터 더욱 악기를 내게 했었던것 같습니다.

 

그 당시 진해 훈련소서 "해병대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이런게 눈에 안보이는 설움이죠...

나가자 해병대가..상륙전가..해병 행진곡..도솔산가...이런것들을 많이 불렀죠...

포항 후반기 보병 교육가서 드뎌 "해병대가" 맘껏 목청껏 불렀었죠...

이럴때 더욱 해병대 자부심 생깁니다...해군에 대한 눈에 안보이는 묘한 반발심도 커지구요...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 니다.


모든 깃발들도 전부 빨간색과노란색였고....진해에선 파란색에 흰색(해군색갈)도 섞어서 봤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훈병시절부터 이런 색상에 대한 반발심..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데도 생기더군요..

모?서자의 반발심 같은 ...이런 감정이랄까?? 하여튼 해병대들 이 때문인지 희한하게 물개(해병대는 사석에서 해군을 그렇게 많이 부르죠..일종의 애칭인데 하두 인테넷상서 예민해서 넘 민감해 하지 않으시길 양해 바랍니다...)만 보면 으르렁 댔습니다...

 

훈병 생할 몇 일이 지난 어느날...

군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받아야할 군번줄..문제의 인식표가 개인들 앞에 한 개씩 전달 되었습니다.

당시 시대 상황이 해병대와 해군이 통합되었던 시절이라 그런지 인식표 안 병과에 해병대라 써있지 않고

영어로 써있더군요...변칙스런 군번줄...미군도 아닌데 영문 표기 군별이라...이런게 다 통합당한 설움이었겠죠...-_-

 

물론 이름은 한글로 정확히 써있었으나 군별란에는 영어로 R,O.K,M,C로 찍혀 있었습니다...

영문을 요약하면 대한민국 해병대..

글구 군번과 ,혈액형...


어린시절 군복 입으면 아저씨로 호칭되던 시절에 군번줄까지 받아드니 정말 군인 아저씨가 된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자랑스럽기두 하구...

 

하지만 문제는 그런 멋진 인식표를 받아들고도 목에 걸고 다닌 훈병들이 한 명도 없었단 겁니다...

이상하게도 그 시절 분위기가 그런건 육군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터부시하던 분위기였고..(육군 출신분들은 기분 상해 마세요..그 당시 훈련소 분위기가 정말 그랬습니다)교육 받을때도 해병대는 상륙전 선봉부대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며 어디에서 전사하던 해병대는 전우들이 챙겨 주기땜에 군번줄따윈 필요없단 분위기였으니까요...


해병대는 전사하든 부상당하든 전우를 놓고 가지 않는단 정신교육과 전통에 매우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훈련소서 이런 정신교육 받았기땜에 당연히 그렇게 하는걸로 다들 알구 있었죠...

 

후반기 포항 보병 교육받으며 접해본 포항 실무에 근무하는 선임들 역시 다들 인식표는 아예 안하고 다니더군요..


가끔 목줄건 모습 보면 고참들 총알 박아서 걸고 있을뿐 그 당시 군번줄이란 목에 걸면 안된다는게 해병대 분위기였습니다.

 

진해 훈련소....

연병장 가로질러 소각장이나 화장실쪽 달려감 바로 연병장끝이 바다였습니다...

인식표 받아 들고 그 쪽 바다로 달려가 먼 바다를 향해 군번줄 날려서 버린 동기넘들도 많았습니다...

마치 그렇게 행동하는게 당당한(?) 해병대원이 되는건 줄 알았죠?....--,,-- 

저 역시도 군번줄 진해 앞바다에 날려 버렸구요..@@~~~지금은 후회 됩니다..기념으로 갖구 있을걸..


세상을 살다보면 유행이라는게 있고 전통이라는것두 있습니다.

그것이 악습이든 말든 그 당시 해병대 분위기는 군번줄은 해병대는 차지않는 군대란 시절였습니다...

군복 모양 역시도 우리보다 한참 대선배님들 보면 다들 가운데 챙을 꺽어서 쓰셨더군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해병대 생활..!!

이젠 군번조차도 예전과는 틀린 테크 군번이란걸 받는 시대가 되버린 지금....

 

예전 선배들이 인식표 목에 거는걸 수치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고 얘기함....요즘 후배들이 들을때 참 무식한 군대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시에 전사함 어케 할거냐고 반문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시절..우리들에겐 눈에 안보이는 거칠지만 믿음직스런 전우애와 해병대란 자부심 그리고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내가 죽음 내동료가 날 델꾸 갈거고 ...내 동료 전사함...내동료 시신 내가 챙겨서 돌아 가겠다는....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산천초목이 바뀌어도...해병대 정신은 살아 있어야 할 겁니다..


조금은 무식해 보이던 그 시절 해병대의 정신력은 가히 세계 최고였다고 자부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을것 같습니다.

 

해병대...!!

작지만 강한 군대....지내보면 남자로써 가볼만한 참 재밌는 군대란 생각이 듭니다....^^


출처 : 네이버 대한민국 해병대연구 카페, 알카포네(병346기)님  http://cafe.naver.com/rokmc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