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구문굉

"불꽃처럼" (나의 해병대 일기) (38) 뒤 돌아 보며/ 말단 소총 소대

머린코341(mc341) 2015. 7. 25. 16:00

"불꽃처럼" (나의 해병대 일기) (38) 뒤 돌아 보며/ 말단 소총 소대   



소총 소대의 위험 중 하나가 기습을 받는 것이다.

 
보통 우리들끼리 말을 할 때는 말단 소총 소대라는 말로 스스로를 비하해 표현을 할 때가 많다.


그것은 그만큼 때로는 고되고 임무 자체가 상대적으로 위험스럽다는 의미에서 자학적이거나 아니면 비아냥거림에서 나오게 되는 말로 여기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보병은 3보 이상 구보. 포병은 3보 이상 승차”라는 말은 실제의 임무가 달라 그렇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선 눈에 보이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그러한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소총 소대장의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는 소대원 43명의 생명은 물론, 우리 보병이 다른 모든 병과의 생명까지도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은연중의 자부심과 최후의 승리는 역시 보병이 한다는 긍지를 결코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포병도 기갑도 항공도 모두 전투병과임에는 매 한가지일 뿐만 아니라 막상 전쟁이 나면 조금 후방에 있거나 전투 병과가 아니라고 해서 덜 위험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내가 월남전에서 막상 말단 소총소대장을 하다 보니 포병 대대에서 중대로 파견된 포병 관측장교가 그렇게도 부러울 수가 없었다.

 
중대 전체가 작전에 임할 때만 관측장교는 중대장을 따라 비로소 함께 기동을 하고 우리처럼 소대 급 수색이나 정찰은 물론 3일에 한 번씩 나가야하는 야간 매복은 아예 해당도 없으니 말단 소총소대장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솔직히 전투지에서의 타 병과들을 언급하자면 포병의 지원 사격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막상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 때의 통신은 실로 생명과 같은 것이었다.


숲이 가려 서로의 위치나 피아간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야말로 작전을 용이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아닐 수 없었다.

 
별로 많지 않은 통신수단으로 각 소대에서부터 대대까지 그 운용을 원활히 하는 역할은 역시 통신병과의 몫이라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전투를 지휘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막상 전투를 해보지 않으면 상상 하기가 힘들 것 같다.

 
또 총알이 충분해야 하는 것도,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 것도 그리고 먼 거리의 부대 이동을 시켜주어야 하는 것도 그리고 적을 교란 분쇄시키기 위해 포탄을 퍼부어 적들을 제압하는 것도 지뢰나 부비트랩을 제거하는 것도 그리고 부상병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모든 각각의 병과들이 도움을 주지 않으면 보병들이 제대로 전투를 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나는 전투를 해보고서야 비로소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동기생끼리 서로가 만나 술잔을 기울일 때면 으레 동기생 모두가 참전을 했던 월남전의 얘기가 항상 주제가 된다.

 
혹시라도 보병이 아닌 타병과가 당시의 전투에 대한 얘기를 앞서서 말을 이어가게 되면 “야, 너 말단 소총소대장을 안 해봤으면 듣기만 해!”하고는 곧잘 무안을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보병이 아닌 동기생들은 사선을 넘나들었던 말단 소총소대장들이 불쌍한 듯 그저 미소만 지우고는 그래도 재미가 있다는 듯이 귀를 기우려 준다.

 
그러나 실은 이 세상에 독불 장군이 없듯이 군대에서도 모든 병과가 한 몸이 되어 각각 제 몫을 해야만 승리도 있고 영광이 있는 법이다.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말단 소총소대장으로써의 경험도 결코 그 뒤안길에서 애써준 타병과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겠는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