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1966 백령도) (54)/ 흘러간 물개 사건
(5) 흘러간 물개 사건
백령 중대에서 함께 소대장을 하던 동기생 모두가 중위로 진급을 한 뒤 차례로 보직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부산에서 어릴 때 같은 학교를 줄곧 다녔고 해병학교도 동기생인 김 중위가 사격장 관리대장으로 먼저 발령을 받았다.
그대로 백령중대에서 아직도 근무를 하던 다른 동기생 이 중위와 나는 짬이 나면 으레 그 곳으로 들러 권총사격을 하거나 농담으로 깔깔거리다 돌아오곤 했는데 하루는 사격장의 선임하사관으로부터 재미있는 일화를 듣게 되었다.
우리가 백령도에 발령을 받아 오기 직전의 일로 새벽이면 물개(지금은 물범으로 판명)들이 사격장 해변에 자주 나타나 물속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보아 왔다는 것이다.
명사수인 선임 하사관은 어떻게든 그 것을 잡아 보려고 애를 썼는데 하루는 쪽배를 타고 가만히 접근을 해 총을 쏘아 분명히 머리가 작은 수놈을 명중 시켰는데 그만 물살이 급해 금을 캐던 폐광 방향으로 떠내려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 후 어느 날 어떤 아낙이 굴을 따러 해변으로 갔다가 우연히 총을 맞아 죽어 있는 물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아낙은 횡재를 했다는 생각으로 돈을 받고 팔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돈을 주고 살 사람은 진촌에서 번듯하게 영업점을 하는 사람이라야 되겠다 싶어 급히 물개를 진촌으로 싣고 가 어떤 양복점 주인에게 팔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소문은 즉시 날개를 달고 진촌은 물론, 우리 헌병대장의 귀에까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그것을 미리 예측한 양복점 주인은 아무래도 헌병대에서 누가 와도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얼른 물개의 해구신만 잘라 육회를 해 먹었는데 불행하게도 육회를 너무 빨리 먹은 나머지 급채를 만나게 되었고 병세가 심해지자 할 수 없이 동네 언덕에 우뚝 선 카톨릭 병원에 입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일의 이야기는 동네 아낙들이 그 양복점 주인의 마님더러 요즘 남편이 잘 해주느냐고 넌지시 물으면 물을 때마다 말은 하지 않고 그저 생글거리기만 하는 것이 아무래도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고들 쑥덕거렸다.
그리고 또 다른 오래된 물개 얘기로는 한 날 사격장에서 어떤 대원이 물개 수놈 한 마리를 잡아 부대장에게 바쳤다. 부대장은 그것으로 높은 사람에게 상납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해구신만을 잘라 말리기로 작정을 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던 부대장은 해구신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말리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부대기를 달아 놓는 게양대가 최고라 여기고 사병들더러 매일 아침 부대기의 게양대 줄에 사람의 손이 안 닿을 정도 높이에 매달아 두고 저녁에는 달아두었던 해구신을 내려 다시 제자리에 잘 보관 해 두도록 명령을 했다.
하루는 부대 본부에서 근무하던 황 중위가 태극기를 하강 할 때 차렷 자세를 하고 경례를 하고 있었는데 무심코 그 옆의 부대기 맨 아래 무엇이 달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곧 국기 하강을 했던 대원들을 찾아 가 물어 보았는데 한 대원이 정력에는 왕이라는데 그것도 모르시냐고 비아냥거려 황 중위는 몹시 기분이 상한 나머지 그로 하여금 더욱 해구신에 대해 몰두를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옳거니, 이 기회에 내가 한 번 시험을 해 보아야지!”
황 중위가 야심을 품은 며칠 후, 말리던 그 해구신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고 그로인해 부대 전체가 비상이 걸리다 시피 발칵 뒤집혔던 것은 또한 해병대 출신이면 누구나가 눈을 감고 있어도 비디오로 보인다.
그런 후 결국은 황 중위가 스스로 자수를 했다는데... 해병대에서의 그 뒷얘기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 다는 것이 이어져 오는 선배들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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