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266기 강한길

물개때문에 매복을~

머린코341(mc341) 2015. 10. 24. 01:19

물개때문에 매복을~


고참때 해안방어 임무에 난소초 통신병으로 배치받았다.

난 밤이고 낮이고 분초 매복초등  내쌕타의 통신시설을 유지보수한다.

그래서 초병근무는 안하지만 밤에도 여차하면 출동한다.

어느날 4x 분초에서 고장을 고치고 돌아오는길에 4y분초에 들었다.

들른 4y 분초는 특유의 해안선 백사장이 있다.


백사장 중간은 육지에서 내려오는 작은 천이 있는데 평소에는 바다의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둑을 만들어 천을 막고 물이 많이 차거나 비가 많이 오면 모래뚝이 허물어져 저절로 물이 빠지고 하는 천연의 모래뚝과 백사장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가끔밤이면 백병전이 일어난다.

어느날 초병들이 매복근무를 하고 있는데 모래뚝 전방에 포복으로 기어오는 물체를 발견하고 사격과 비상이 걸린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끝나고 보니 물개였단다.

그뒤로 가끔 또 물개가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사로잡는다고 몽둥이까지 동원하며 육박전까지 치르고 놓쳤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숫놈의 물개가 암놈의 물개가 죽은뒤로 나타난다는 소문이 되어 물개 거시기의 효능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로잡을까? 하고 밤마다 물개 나타나기만 기다린다.


그러다 나타나면 사로잡을려고 포복으로 기어가면 어찌나 눈치가 빠르고 빠른지 잡을수가 없다고 이야기하여

오늘은 나도 한번 물개사냥에 나서기로 하고 소초에 전화하여 나의 소재를 알리고 나도 매복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날밤 물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밤을 세우고 소초로 가려니 분초의 부분초장 265기 선임이 해장하고 가란다.

그리하여 마을 가게로 들어가 아침부터 시작한 해장술이 마을 가게의 이름모를 술을 다 맛보게 되었다.


그러다 몇 몇 대원들까지 합세하여 계속 마시다보니 그럭저럭 오후가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소초에 돌아왔는지 알 수 없다.

소초에서 난 아침과 중식을 먹지 않고 먹은 술에 얼마나 구토를 했는지 소초 후임들이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때의 소초후임들 이제 생각하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까마득히 잊었던 그 시절 아련히 떠올라 몇 자 끄적거려 본다.


출처 : 다음 해사사, http://cafe.daum.net/rokmarinecorps/6bOu/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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