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구문굉

내가 만난 미 해병대 전우들(3)

머린코341(mc341) 2015. 11. 10. 18:42

내가 만난 미 해병대 전우들(3)


3. 미 해병대원들의 먹거리 얘기


구정공세 전 워낙 많은 베트콩들과 월맹 정규군들이 우리 지역으로 몰려 왔다가 이제는 그 지역을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해 우리와는 주간에도 자주 접전이 벌어졌고 밤에는 각 중대의 각 소대들이 매복을 나가야 했기 때문에 내 뿐만 아니라 모든 대원들이 지쳐 있었다.


그리고 으레 중대 병력이 움직이면 두 앵그리코 맨 모두 함께 작전에 나갔다. 그리고 원래 앵그리코맨들의 정 위치는 지휘관인 중대장의 부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했는데도 모두 내 옆에서 위치를 하며 기동을 했고 내 전령은 자기 위치에 가라고 신경질을 내기도 해 내가 그냥 두라는 말로 잘 타이르기도 했다.


사실 내 옆에는 내 통신병의 안테나가 있고 거기에다 또 앵그리코 맨들의 안테나가 두 개씩이나 있어 적 스나이퍼들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내 자신이 사냥감이 되어 버리는 결과가 올 수 있었다.


내가 부하 20명을 인솔 해 디엠반 군청을 사수하느라 파견을 나갔다가 돌아오니 채 몇 주일이 지나지 않아 두 앵그리코맨이 바뀌었다. 한 대원은 흑인이었고 다른 한 대원은 키가 훤출하게 큰 말 없는 대원이었다.

 
1968년 4월로 기억 된다. 미국에서 마틴루터 킹 목사가 죽었다는 것이 부대 내에서도 소문이 퍼졌다. 내가 흑인 엥그리코맨(항공.함포 유도 통신병)에게 그러냐고 하니까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키가 큰 앵그리코맨은 어느 날 나에게 군대에서 보급품으로 주는 룩스나 다이얼과는 다른 비누 한 장을 선물로 주었다. 주면서 깨알 같이 쓴 글자를 가리켜 그곳을 보았더니 거기에는 뉴욕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는 귀한 것이라는 보여주기 위해 그랬던 것 같았다.

 
이번에는 빨리 앵그리코맨이 바뀌었다. 불과 1달 정도나 지났을 까 했을 때 먼저 두텁게 보이는 안경을 낀 앵그리커맨이 교대를 하더니 한 달 뒤에는 고향이 메인주라고 하는 미남 Pete Plummer가 왔다.


안경을 낀 앵그리코 맨은 작전에 나가지 않을 때는 시간만 나면 소설 책을 읽기에 바빴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난 뒤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 가까이 가 보았더니 안경 낀 앵그리코맨이 평소 자기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얘기를 했다. 감자, 토마토 쥬스. 양파 어쩌구 저쩌구 말을 하면 한 가지씩 얘기가 나올 때마다 피터는 “오호호~ 우 후후~” 하고는 못견디겠다는 제스쳐를 썼다.


실로 앵그리코 맨들은 C-레이션에만 주로 식사를 의지 했고 그래도 우리는 작전을 나가서만 c-레이션을 먹을 뿐 중대 내에서는 늘 상 월남정부에서 주는 쌀로 밥을 짓고 또 한국에서 보내주는 김치하며 K-레이션으로 식사를 할 수 있어 음식에는 별로 부담이 없었다.

 
우리 27중대는 지원 전투 중대의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곳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더 지원 병력이 필요하면 출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두 대의 미 해병대 LVT가 대기 상태에 있었다.


4월의 어느 날로 기억 된다. LVT를 지휘하는 미 해병대 소위가 오늘 저녁은 청룡부대 내에 있는 미 해군 해안 공병 대대에서 큰 파티가 벌어지는데 그곳에 가서 실컷 스테이크와 맥주를 마시고 오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가거든 우리 중대 장교들이 먹을 스테이크를 많이 가져 오라는 부탁을 했고 그는 그러겠다는 대답을 했다. 바로 그 파티 장소는 우리 27 중대로부터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 밖에는 되지 않아 그가 걸어서 파티 장소로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저녁을 먹은 후 장교들끼리 벙커 밖에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세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그가 오지 않아 은근히 기다려졌다. 우리 중대의 진지는 해안에서 별로 멀지 않은 모래 사구로 된 5고지에 있어 모래 바람이 시원한 편이었으나 때로는 모래 먼지가 바람에 날라 다녀 귀찮기도 했다.


드디어 어둠 속에서 그가 나타났다. 기우뚱 거리며 한 발 한 발 우리가 있는 경사진 고지를 향해 내딛는 그의 발걸음이 벌써 맥주를 많이 먹은 모양이었는데 오른 손에는 무엇인가 종이에 싼 물건이 들려 있어 스테이크가 드디어 도착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가 스테이크를 싼 종이는 기름이 묻어 누른색으로 변해 있었고 다섯장의 입맛을 당기게 했던 두툼한 스테이크는 씹자 말자 모래가 씹혀 먹을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미리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여러 겹의 종이로 잘 싸고 조그마한 박스에라도 넣어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또 눈이 작고 마른 LVT 맨은 얼굴에 흉터가 많아 보였다. 한 번은 우리 소대만 LVT 한 대를 끌고 아침 일찍 정찰을 나갔다가 임무를 마치고 모두 점심 때 쯤에 돌아오고 있는 길이었는데 그만 LVT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나는 그들의 옆에서 아마 빠리에서 미국측과 월맹측이 휴전회담을 하려고 하는 모양이라는 뉴스를 전했더니 흉터 많은 대원이 미소를 보이며 늘 상 피우는 쿨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내가 보기엔 존슨 대통령은 꼭 코끼리를 닮았다고 했더니 갑자기 자기 동료 LVT 맨을 돌아보며 “이봐 루테난트 쿠는 공화당이야” 하고는 소리를 쳐 나는 웃었다.


나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대원들 모두에게 점심을 먹어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으레 흉터 많은 LVT 대원도 C-레이션을 먹을 줄 알았더니 그 대원은 다른 LVT 대원과는 상관없이 토치램프에 불을 피우고는 작은 양파 하나를 까서 면도칼로 조심스레 자르더니 후라이 팬에 기름도 두르지 않고 잠시 볶은 후 다시 조그마한 양송이 깡통을 열어 모두 붓고는 같이 섞어 후추 가루를 약간 뿌린 후 모두 점심으로 먹어치웠다. 나는 자주 먹는 C-레이션 보다는 가끔은 그것이 훨씬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출처 : 서울대동문카페, 구문굉 선배님 http://cafe.daum.net/snua10/6ITb/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