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이 되기까지>9부 해병훈련소
수료식이 다가온다,,,동기들은 그동안 쌓인 끈끈한 우정이라도 과시하듯
서로에게 사진이나 연락처등을 주고받았다,,뒤를 돌아본다,,
그동안의 6주간의 생활이 어찌 지나갔는지 꿈만 같다,,내무실 침상을 보면
지나간 선임들의 글귀들이 적혀있다,,나역시 한모퉁이에 몇마디를 끄적여본다..
'전설의 기수 782기 드디어 훈련소를 떠난다,,남은 후임들이여 딱 우리만큼만 해라'
물론 우리만큼만 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빵빠레는 따논 당상이다..우리 기수는
유난히 물과 인연이 깊다,,중요한 행사 및 훈련때 마다 비가 왔다,,그렇다고 3대대가
물대대란 소리는 절대 아니다,,3대대는 죽었다 깨어나도 무조건 무적3대대이다..
거의 하루에 한번씩 빵빠레를 했으니 적어도 30회 이상은 했을거다..
병과가 주어졌다,,난 17-2,,,,,기관총이다,,드디어 람보가 되려나보다..
수료식이 다가오며 우리는 훈련소 생활 내내 유지했던 빡빡머리를 청산하고
드디어 상륙돌격형 머리란걸 했다,,하지만 빡빡 밀어버린 머리에서 쪼메 자란 머리로
상륙돌격형 머리를 했으니 그다지 짜세가 나지 않는다,,뚜껑에 약간 시커므리한 자국만
생길뿐,,자꾸 거울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내모습이 보인다..,,
상륙돌격형 머리를 자르고 난후 782기의 마지막 꼴통짓이 벌어졌다..
짧은 머리에 짜세가 나지 않았던 동기 몇놈이 그나마 짜세를 잡기 위해 면도칼로
상륙돌격형 머리로 밀어버린것이다,,,뚜껑만 제외하곤 훤하다,,우리야 면도칼로
밀지 않았으니 전부 거무티티한게 표시가 나지 않았으나 이놈들은 진짜 표시가 난다,,
면도칼로 뚜껑을 제외한 나머지를 밀어버린 동기들은 말그대로 도토리다,,,
그냥 넘어갈 DI가 아니다,,도토리가 된 동기들 10여명은 어디론가 끌려간다,,
처절한 응징이 가해졌다,,그리고 이놈들에게 떨어진 특명,,
"수료식날까지 대가리 안자란 놈은 불참시킬테니 알아서 하도록,,,"
그놈들 하루에 몇번씩 머리를 감았다,,어떤놈은 치약으로 대가리를 감는다,,
아직까지 치약으로 머리감으면 머리가 빨리 자란다는 속설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이놈들 매일 소대장한테 끌려가 머리 검사를 맡는다,,불쌍한 도토리새끼들^^;
드디어 수료식이다,,그동안 연습했던 총검술과 분열을 보여줄때다,,
흐린 날씨때문에 수료식 장소가 두번이나 변경되었다,,,처음엔 연병장서 대기하였다가
다시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준비가 끝나갈 무렵 다시 연병장서 한단다,,젠장~
이제껏 해왔던 것들을 열심히 해냈다,,맨앞에서 분열을 하였는데 단상 좌측으로 누나와
매형의 모습이 보였다,,여러가지 총검술과 분열이 끝나고 표창장 수여식이 있다..
그때 특등사수 뺏지를 받은 동기는 1박2일인가?암튼 휴가를 보내준단다,,
그놈 가슴에 달린 특등사수 뺏지가 번쩍번쩍 광이나 보인다,,실무에 와서 안 사실이지만
특등사수뺏지 그거 별거 아니었다,,체육사 가니까 별의별 뺏지가 다 있다,,ㅋㅋ
수료식 행사가 끝나고 내무실로 들어와 정복으로 갈아입었다,,소대장이 우리를 보며
이런말을 한다,,
"부모님 안오셨거나 못찾은 사람은 다시 연병장으로 모인다,,
연병장서 5분대기할때까지 부모님 못찾으면 다시 내무실로 들어가서 방송을 할거다,,
그러니 못찾은 사람은 모이도록,,"
난 별 걱정이 없다,,분열시 누나와 매형이 온걸 봤으니까^^;
왕자식당에서 부모님께 달려가란다,,그런데 가족이 보이지 않는다,,5분여를 찾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가족을 못찾은 동기들이 모이는 곳에 내가 낄줄이야..
그곳에서 울고 불고 껴안으면 상봉을 만끽하는 동기들을 보며 나를 비롯한 10여명은
다시 내무실로 들어가야했다,,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경선아~~",,뒤를 돌아보았다,,아버지와 매형이 내게 다가온다,,
"식당 뒤에서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길래 혹시나 해서 왔는데 앞에 있었구나,,"
우리 아버지는 시골분답게 엄청 무뚝뚝하시다,,한번도 자식들에게 정을 주시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라곤 술취해 들어오셔서 주정을 부리실때 난 그게 무서워 도망다닌
기억밖에 없었다,,그렇게 인색하신 아버진일진데 내손을 꼭 잡으시고 말씀이 없으시다..
아버지 눈가에 고인 눈물이 고인다,,왜이리 눈물이 나는걸까..
"엄마한테 가자.."
아버지손에 이끌려 식당 뒷쪽으로 돌아서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한켠에서
고기를 굽고 계신 어머니가 눈에 들어온다,,어머니도 나를 알아보신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서럽게 운적이 없었다,,어머니에게 달려가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필~~~승"을 힘차게 때린다음 부둥켜 안고 울었다,,,
얼마만에 가져보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인가,,,무슨 말을 하고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옆에서 누군가 내 옆구리를 찌른다,,평소에 남자친구처럼 지내던 광녀<말하는
것하고 하는짓 보면 미친년같아서 우리가 지어준 별명,,미친년은 심하기에 광녀^^>
가 "남자새끼가 찔찔짜기는,,,쯧쯧",,,그제서야 내 친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향친구며 고등학교 친구며 나를 반겨준다,,어머니는 무지 많은 음식을 싸오셨다,,
내가 누누히 강조했던 얼음물과 함께,,,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일까?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르다,,더 먹으라는 부모님의 말을 따르고 싶었으나 진짜 배가 터질것 같다..
고기몇점에 김밥몇개,,얼음물만 한대접을 마셔서인지 먹고싶은 맘이 사라진다..
친구들과 식당을 나와 사진도 찍고 담배도 한대 피웠다,,머리가 몽롱해진다,,
함께 지원한 친구에게 다가가 이놈 부모님에게도 필승을 때리고 인사를 했다,,
친구 부모님이 내손을 꼭 잡아주신다,,어떤 어머니든간에 손은 모두다 따뜻하다..
가족,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헤어져야 될 시간이다..
어머니는 못내 아쉬운듯 더먹으라고 재촉하신다,,하지만 배가 부른걸 어찌하리,,터질것만 같은데^^;
눈물을 글썽이는 가족과 친구를 보내고 다시 내무실로 돌아왔다,,
근데 이게 웬 불상사인가...
배가 고프다,,먹은지 2시간도 안되었는데 배속에서 그지새끼가 들어앉았는지 밥달라고 아우성이다..
어머니가 그냥 싸가지고 가신 고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오랜만에 기름기가 배속에 들어와서 헛배가 불렀었나보다,,그날 우리는 각자 사온 음식으로
파티를 열었다,,윗선임이 그러했듯 우리도 소대장눈을 피해 무장과 함구통에 음식물을
짱박았다,,나처럼 함구통에 오줌이 가득찬 후임이 없길 바라면서,,,
그렇게 먹고 싶다던 쪼코파이는 동기들에게 외면을 당한다,,이리저리 터지고 눌려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사람이 이래서 간사하다고 하나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깊은 잠에 빠졌다,,하지만 우리가 누구던가,,
해병 782기 아닌가,,우리는 수료식날에도 빵빠레를 해야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포항에 잔류하는 동기와 2사단,사령부,연평,백령으로 떠나는 동기들의
희비가 엇갈린다,,준비된 60트럭에 나뉘어서 타게 되었다,,
그렇게 악랄하고 드러운 새끼라고 욕을 했던 DI들도 눈물을 흘린다..
그분들도 같은 해병이고 전우였던것이다,,그분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몸성히 떠나는 것일게다..
소대장들 포항에 잔류하는 동기들을 불러 길옆으로 길게 세운다,,
그리고 떠나가는 동기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군가를 부르란다,,
소대장과 동기들은 서로 눈물을 쐬주삼아,,콧물을 안주삼아,,목이 터져라 우리에게
뜨거운 전우애를 보여준다,,
하염없이 앞을 가리는 눈물을 소매에 찍어내며 "동기야~건강해라,,동기야 건강해라~"
6주간의 훈련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운 동기인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하나로 묶었던 것일까....
이렇게 동기들의 뜨거운 눈물섞인 군가를 들으며 우리는 포항역으로 이동했다..
정들었던 훈련소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 둘러본다,,
그 동안의 추억들을 가슴속 깊은곳에 간직하고 앞으로의 각오도 되새겨본다..
이제 내가 흘릴 눈물은 없으리라,,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782기..
더이상 두려울것도 없고 뭐든지 해낼수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실무에 가서야 나의 훈련소 생활이 마지막이 아닌 지옥으로 향하는
첫 관문이란걸 깨달을 수 있었다..
1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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