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82기 이경선

<해병이 되기까지>57부 인간노래방..

머린코341(mc341) 2017. 2. 7. 12:51

<해병이 되기까지>57부 인간노래방..


경지정리가 마무리가 되고 봄햇살이 따사롭던 어느날 763기 김상철해병님을 일수로 776기 임경모해병님,동기 박병태와 난 덕재아저씨 집으로 대민지원을 나가게 되었다...


모심기를 할때인데 논 규모가 4000천평씩 4군데가 있었다..


경지정리를 하며 물깡을 메꾼 자리는 이앙기가 들어가면 빠지는 관계로 직접 손으로 모를 심어야 했다..


이앙기에 모판을 날라다주면 이앙기는 열심히 모를 심어나갔다..모심기가 끝나고 빠지는 곳은 우리가 들어가서 심었는데 모를 들고 논에 들어가자 763기 선임이 흥겨운 제안을 하신다....


"야~이경선!!노래하나 불러봐..",,,


내가 워낙 음주가무를 좋아하던터라 흔쾌히 한곡을 뽑기 시작했다..


"필~~~승!!일병 이경선 노래일발 자가,,자가~장전~~"


다른 선임,동기는


 "바가,,,,바가~발사~~"...


흥에 겨운 노래 한곡조를 멋드러지게 끝내니 769기 선임이 나를 보며  노래에 대한 칭찬을 하시기 시작하는 거였다,,,,


"오~이경선,,,,그럭저럭 부르는구만..."
"아닙니다..<ㅋㅋ 이정도쯤이야^^>..."
"이경선 지금부터 여기 다 심을때까지 노래 계속 연결해서 불러라.. "
"????????"
"같은 노래 불러도 안되고 노래 끝나고 머뭇거려도 안돼..끝날때까지 다른 노래로 연결해서 불러..만약 그렇지 못하면 복귀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한번 이경선이 악기한번 보자,,"


'헉~ 이게 웬말인가...이논 다 심을라면 적어도 4시간정도 걸릴낀데..하필 또 왜 나쥐,,'


참고로 동기 박병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택한 이유는 일병 진급식으로 돌아가보자...


그때 술을 거하게 먹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었는데 노래를 부르란다,,,첫번째로 박병태!!!


근데 이놈이 아는 노래라곤 박혜성의 "경아"밖에 없단다...


군대 오기전 헤어진 여자 이름을 경아대신 부르면서 서글피 부르는데 글쎄 이놈이 부르는게 아니고 읽는 수준인거였다..음치도 이런 음치는 없을것이다....박병태 존경해줄만 하다..


노래 자체를 혼자서 편곡까지 해가며 음정,박자 무시하는거 보면,,ㅋㅋㅋ


지금도 가끔씩 만나서 술한잔 하는데 노래 솜씨가 하나도 나아진게 없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선임들이 병태에게 노래를 아예 시키질 않는다,,,


병태 노래 끝까지 들으면 귀가 썪는다는 낭설도 있으니^^


암튼 노래를 시작하기 시작했는데 어찌된게 막히는거 없이 노래가 계속 나오는거였다..


그러나 10여곡이 넘어서자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다음 노래가 빨리 떠오르지 않는거였다..


4시간을 부르기 위해 나의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일단 년도별로 부르기 시작했다,,1970년대부터 1996년도 순으로 하나씩 하나씩,,,


아주 옛날 노래로 시작해 현재로 거슬러 올라오다가 어느정도 총알이 바닥날때쯤이면 다시 가수별로 히트곡만 불렀다..학창시절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들을 천천히 노래부르는 와중에 다음 노래를 생각해 내야 되었기에 머리엔 쥐와 함께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암튼 연도별로 가수별로 가요,동요,군가,사가,민요 등을 부르다 보니 어느새 논 하나는 마무리 되었다,,


즐겁게 들으시던 선임은  4시간의 열창에 감탄사를 아끼지 않으셨다,,


"와~시팔놈,,저 새끼 쥑이네..이제부터 넌 세퍼트가 아니라 인간 노래방이야,,알았어?"


그 이후로 이병때 불리던 세퍼트 대신 인간 노래방이 되었고 769기 선임이 전역하는 그날까지 함께 대민지원을 나가되면 항상 난 이경선이 아닌 인간노래방이 되어야했다..


어느정도 모심기를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점심은 덕재아저씨집에서 먹기로 하고 일부는 트렉터뒤에 타고 가고 나는 덕재아저씨가 새로산 시티100을 몰고 이동을 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논으로 돌아와 일을 하는데 아저씨가 날 부른다..


"이해병 오토바이타고 집에 가서 새참 좀 가져다줄래?그리고 오는김에 옥상에 있는 기름탱크에서 기름빼 오토바이에 좀 넣어줘..."
"알았습니다.."


앗세이 시티100을 타고 논길을 신나게 달려서 집도착!!!


아주머니에게 새참을 받아 오토바이 뒤에 싣고 나서 기름을 넣기 위해 옥상을 올려다보았다..


두개의 노란 물탱크,,,하나는 휘발유고 하나는 경유이다...


일단 밑으로 내려온 호수를 조금 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색깔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았지만 도무지 어떤게 휘발유고 경유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에라~모르겠다,,이거 넣자..'


그렇게 기름을 넣고 다시 논으로 향해 시티100을 신나게 땡겼다...빠라바라빠라밤~


얼마쯤 달렸을까,,오토바이가 영 시원찮아진다..이놈이 감기가 걸렸는지 쿨럭~쿨럭~ 연신  기침을 해더니 기력이 딸렸는지 헐떡~헐떡~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꺼지는 숨통을 트기 위해 연신 오토바이의 엑셀을 부지런히 당겼다...


그랬더니 이놈의 똥구녕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나온다...


무조건 땡겼다,,,논까지 100미터를 남겨두고 숨을 거두고 마는 오토바이..


뒤에 실린 새참을 들고 걸어가니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이해병 오토바이는 어떡하고 걸어오는겨?"
"오토바이 그냥 멈춰서 시동 안걸리던데 말입니다.."
"그럴리가,,산지 2틀밖에 안됐는데,,같이 가보자.."


오토바이를 유심히 살피시던 아저씨 나를 의심스런 눈으로 쳐다보시더니


"이해병 기름 뭐 넣었어..??"
"옥상에 있는 기름 넣었습니다..."
"오른쪽??왼쪽??어떤 기름탱크,,,"
"왼쪽,,,"
"헉,,,휘발유를 넣어야지 경유를 넣으면 어떡해...."
"띵~~~"


난 군대에 와서야 알았다...휘발유차에 경유 넣으면 엔진이 작살난다는 사실을^^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


허기사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꾸정물이나 여물을 먹으면 안되는것과 같은 이치일게다..ㅎㅎㅎ


화날만도 할텐데 아저씨 별 반응이 없다,,벌써 체념한듯^^


변상하라고 할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아저씨 그냥 너털웃음으로 지나가신다..휴~


그렇게 다시 모심기가 시작되었고 모심는 중간중간에 새참에 쐬주를 연거푸 마셨다...


술이 얼큰하게 달아오를때쯤 모심기가 끝이 났고 선임들과 부대로 복귀를 하였다...


몇달전 아산에 갔을때 스타렉스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갔었다..기름을 넣으면서 다른곳을 보다가 기름 넣는 기계를 보니 이상하게도 내차에 휘발유 호스가 꼽혀있는거였다..


"아저씨,,경유차에 휘발유 넣으면 어떡합니까?"
"헉~~아이고,,큰일났네.."


부랴부랴 정비소에 연락해 연료통을 내린 다음 세척한후 다시 기름을 넣던 그때^^


아련히 군시절 휘발유와 경유를 혼동했던 내 모습에서 작은 미소가 퍼진다...


58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