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역사/해병대 전통·비화

해외 출전<2편> - 3초소의 참변

머린코341(mc341) 2017. 7. 14. 17:07

해외 출전<2편> - 3초소의 참변


  청룡부대가 호이안으로 이동한 후 5대대(장. 박진구 중령)의 작전통제 하에 출동 중인 월남군을 대신하여 호이안초등학교에 주둔하고 있던 9중대(장, 선우현 대위)는 1소대(장, 최문식 소위)를 약 1키로 떨어진 호이안시 동남쪽 강변에 배치하고 증강된 2소대(장, 신현걸 소위)를 시내 동쪽 약 500미터 지점에 있는 3초소에 배치하여 시내의 관문인 3번 도로를 방어하고 있었는데, 대원들에게 전투수당이 지급된 6월 6일 그 3초소 대원들이 맥주와 람주 등을 사서 기분을 낸 것이 화근이 되어 적의 기습을 받아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피습을 당한 시각은 그 이튿날 새벽 3시 40분 경이었다. 5분마다 중대본부에 이상 유무를 무전기로 보고하고 있던 3초소에서 그 시각을 기해 침묵을 지킨 것이었다. 한데 그로부터 다시 5분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중대장은 1소대장에게 지시하여 2소대를 호출해 보도륵 했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직감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3소대장(예비소대) 이수용 소위는 즉각 출동태세를 갖추고 중대장에게 출동시켜 줄 것을 건의했으나 중대장은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고 대대장(5대대)에게 보고를 한 다음 출동을 시키겠으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중대장이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3소대가 적의 매복대에 걸릴 염려 때문이었는데, 중대장의 그런 심중을 읽고 있던 이 소위는 결국 동기생(해간35기) 소대장과 소대원들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교문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리하여 3초소로 직행하고 있던 3소대 대원들은 가는 도중 초소를 탈출한 2-3명의 3초소 대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의 말에 따르면 20~30분 전 느닷없이 철조망 파괴통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여러 발의 포탄(B-40RKT)이 초소 상황실과 기관총진지에 명중되면서 건물이 무너졌고, 그러자마자 초소 내로 돌입한 적병들이 개인화기와 수류탄으로 아군병사들을 마구 해치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이 소위는 그들을 중대본부로 가게한 다음 신속히 3초소로 직행하여 요란한 총성을 울리며 역습전을 지휘한 끝에 초소를 점거 중인 적병들을 격회하고 빈사지경에 처해 있는 10여 명의 중상자를 구출했다. 목조 양철지붕의 조그마한 사찰(1동)을 중심으로 사방에 사낭을 쌓아 구축해 놓은 그 3초소는 하부에는 상황실이 있고, 위쪽에는 경기관총을 거치해 둔 망루가 있었다. 그리고 교통호로 연결된 원형진지 바깥에는 겹겹이 둘러놓은 철조망이 있었는데 그러한 사주방어 진지가 여지없이 파괴되어 있었고, 파괴된 그 건물더미 곳곳에 피범벅이가 핀 대원들의 시신과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상자가 깔려 있어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이 소위는 일부 병력으로 건물 주변을 경계하는 가운데 향도하사와 위생병이 가지고 간 약 400개의 압박붕대로 부상자들을 응급처치하게 하는 한편 날이 밝을 때까지 전사자들의 시체를 건물 밖으로 끌어내어 양철판 위에 뉘여 놓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구출된 중상자들 중에는 흙더미 속에 깔려 있던 1소대장 신현걸 소위도 있었다.


  수류탄 파편에 머리와 얼굴, 양쪽 팔과 다리, 가습과 복부를 다쳐 피범벅이가 돼 있던 신 소위는, 이 소위가 "신소위, 매드백이 올 때까지 정신을 차려야 해. 의식을 잃으면 죽어. 알겠어?!"하고 안스럽게 다그치자 다 죽어 가논 목소리로 "이 소위 고맙다. 이 소위 내 눈알이 하나 없지 않나? 다리는 붙어 있나?"하며 실낱같은 미소를 띠웠다.


  한편 날이 밝은 후 그 초소 주변을 수색해 본 결과 베트콩들이 시체를 끌고 간 흔적이 역력했고, 또 초소 안팎에서 AK소총과 방방이 수류탄 등 상당한 양의 무기를 노획했다. 따라서 이 소위는 비록 중대장의 명령을 어기기는 했으나 10여 명의 중상자를 구출하는 등 역습의 성과가 켰으므로 그런 일로 그에게는 처벌도 받지 않았지간 훈장도 주어 지지 않았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선배님의 저서 '海兵隊의 傳統과 秘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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