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병영 일기 / 제2화 : "희망봉" 청춘의 꿈이다.
5일간의 가입소 기간이 지나고 우리는 본격적인 '해병대'가 되기위해 6주간의 기초 군사 훈련에 돌입했다.
가입소 기간에는 그래도 웬만한 것은 봐주기도 했지만 훈련병 선서를 하고 나서는 교관들의 말투,표정,행동이
갑자기 맹수를 조련하는 조련사와 같이 돌변했다.
제일 먼저 지적 받는 것이 '말투'다.
대구 경북 지방의 훈련병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서울,인천,경기도 지방의 훈련생들은 때로는 의식과 무의식이 혼동되어 '그랬어요' 그런데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의 탓도 있었지만 요자가 붙는 말을 구사하여 교관들로부터 '요자를 빼라'라는 주의를 수시로 받았다.
오로지 군대 언어는 '다와 까로'할것을 요구 받았다.
표정 관리도 자유를 제약 받았다.
함부로 웃지도 못했다.웃을라 치면 '강냉이 까지 마라,옥수수 까지 마라로'로 교관들은 우리를 윽박 질렀다.
행동에도 제약을 받았다.
갑자기 교관들이 '길비켜' 하고 외치면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양쪽으로 갈라져 교관들이 그 사이를 유유이 지나갔다.
밤에 화장실을 갈때도 2인 1조를 이루어 가라고 한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훈련은 이미 고등학교, 대학에서 받은 교련에서 제식훈련 등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어려울것 같지 않지만 그것과 실제 훈련소에서 받는 훈련은 방식의 차이를 느낄수 있어 교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훈련소 연병장에서는 제식 훈련을 그리고 사격 훈련장에서는 실제 사격 훈련보다 예비사격술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여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감적호에 투입 될때에는 정신을 더욱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않되었다.
실무에 가서는 비교적 가벼운 M16 소총이 지급되었으나 우리는 무거운 M 1 소총을 들고 총검술, 구보, 사격, 행군 훈련을 했으니 육체적으로도 너무나 고된 훈련이었다.
훈련장과 훈련장을 이동 할 때에는 반드시 군가를 우렁차게 부를것을 교관들로부터 요청 받았다.
'동해에 솟는 해를 가슴에 안고...'로 시작되는 해병대가로 부터, 상륙전가, 부라보 해병, 도솔산 전투의 치열함을 노래한 단조 형태의 도솔산가, 공수대가, 유격대가. 정식 군가는 아니지만 사가라고 통칭되는 '홀애비 나라가','차장 아가씨','곤조가' 등도 불렀다.
군가 소리가 작다 싶으면 교관들은 '속사이나?'로 훈련병들을 닥달했다.
모든 명령의 답은 '네 나 예'가 아니고 악으로 통일 했다. 악을 키우자는 명분이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군가는 식사시간에 '왕자 식당'으로 가면서 부르던 '식순아 밥탄다.'라는 군가다.
"새까만 연탄, 뜨거운 밥솟 식순아 밥탄다. 탄다 탄다 밥탄다!!! 밥탄다'
왕자 식당에 가면 식탁 위에는 선배 해병들의 방명록으로 새까맣게 '몇년 몇월 아무개 다녀가다.'로 흑칠 되어 있었다.
나도 원래 사회에서 밥을 빨리 먹던 습관이 있었으나 식사시작 구령이 떨어 지면 '감사히 먹겠음' 을 외치며 게눈 감추듯이 식사를 끝내서 나는 속도에서는 순위안에 들지는 못했다.
군가 중에는 가장 좋아 하는것이 윤창 형태로 불려지는 '서쪽 하늘 십자성은 별들의 꽃이려니...'로 시작되어 '나아가자 5대양 6대주로'로 끝나는 해병대 행진곡과 '가자 가자 희망봉을 청춘의 꿈이다.바다로 가세 바다로 가세 새나라 위하여 태극기 들고 아아 물결은 출렁 출렁 어기여차 배 뛰어라.로 끝나는 해양가 이다.
희망봉 아프리카 최남단 월드컵이 열렸던 남아공 케이프주 남서쪽 끝을 이루는 암석의 지명(The Cape Of Good Hope) 이다.
해병대는 지구의 끄트머리 희망봉 까지도 가슴에 품으며 ,어떠한 고난에도 결코 좌절 하거나 낙심 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평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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