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병영 일기 / 제3화 : "명태" 그리고 "비너스 000"
'유홍준' 이라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단편소설 '불새' 결코 최인호의 동명 소설과는 다른 판타스틱한 소설인데 내용은 10년을 주기로 온다는 외딴섬의 전설 '불새'를 취재하는 기자와 성육신한 불새의 사랑을 다룬 매우 이색적인 소설이며 80년대 중반인가에 미스코리아 출신 '손정은'을 중심으로한 문화집단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이 영상 소설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 소설에 보면 주인공인 프리랜서 기자가 섬에 들어가 '불새'를 촬영하기 위하여 기다리는 시간은 그야말로 '타는 목마름' 그 자체라는 표현에서 더 무엇을 보탤수 있을까?
1977년 6월 진해 경화만의 여름은 찌는듯한,타는 목마름의 그 자체였다.
같은 나라인데 그 기간에 경기도 안양에서는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저지대의 판자촌은 모두 철거되는둥 안양지역의 지도가 바뀌기도 했는데 이는 훈련 중간 중간 교관들의 전언으로 알 수 있었다.
무더운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훈련은 계속 됐다.
비지땀을 흘리며 연병장이 떠나갈듯한 기합소리에 훈련은 2주, 3주차로 넘어가고 있었다.
2주차 넘어서인가 정확한 기억이 없지만 군대에 들어와 처음으로 p.x 출입이 허용 됐다.
나는 본래 줄서기를 즐기는 체질이 아니라 피엑스 물품 구입을 포기한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피엑스 구입 물품이란게 빵,과자가 거의 동일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사정을 알아 차렸는지 초,중학교 동창인 '유현상' 해병이 빵을 많이 구입해 부산에서 제조된 '삼립크림빵' 진해에서 제조된 '해양빵'등을 나누어 먹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어떤 해병은 무려 빵을 앉은 자리에서 10개를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 사식에 얼마나 한이 맻혔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3주차가 지나서인가 우리는 깨끗히 전투복을 빨아 입고 진해시내 중앙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참배하고 벗꽃놀이로 유명한 일본군들이 구축하고 한국 해군에 인계된 진해군항을 견학했다.
이렇게 3주라는 오랜 시간을 민간인을 접촉하지 못하고 대하니 신비감 마저 들었다.
특히 젊은 처자들을 대할때에는 황홀경 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리라 여겨졌다.
고된 훈련으로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러나 진해 훈련소 물사정은 대단히 열악했다.
수돗가의 물사정은 어린아이 오줌발 정도의 졸졸 나오는 실정이니 대강 씻는게 일반적이고 취침후 밤 12시, 1시 넘어서 각자 빨래감을 들고 나와 빨래와 샤워를 했다.
공동 목욕은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의 횟수인데 그나마 '목욕 시작 '목욕 끝'수준의 시간을 할애하니 기대 조차
하지 않았다.
훈련중 가끔 휴식 시간에는 장기자랑을 하도록 허용했다.
그럴때마다 많은 훈련병들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자랑했겠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대구 모 음대 성악가에 재학중 입대했다는 해병의 가곡 '명태'의 열창과 모해병의 당시 유행하던 '비너스'라는 브랜드의 여성용 브라자.올인원 ,등 속옷 광고를 기가 막히게 모사한 내용이다.
아 그들은 지금쯤 어떠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궁금 하기도 하다.
'군인의 길', '병의 책무','보초일반 수칙','순검의 목적'등 수많은 암기사항을 숙지하고 외우며 당직사관의 '순검'의 외침 소리와 함께 우리는 훈련의 막바지를 향하여 달리며 훈련소의 밤은 깊어 갔다.
'★해병일기 > 해병336기 고상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록 병영 일기 / 제6화 : 실전 연습 "각개 전투" (0) | 2017.08.18 |
---|---|
실록 병영 일기 / 제5화 : 걸어서 해병이 되는 곳 "상남교육대"가는 길 (0) | 2017.08.17 |
실록 병영 일기 / 제4화 : "이용팔(중사)" 소대장 과 "해병 정신" (0) | 2017.08.17 |
실록 병영 일기 / 제2화 : "희망봉" 청춘의 꿈이다. (0) | 2017.08.17 |
실록 병영 일기 / 제1화 : 가입소 (0) | 2017.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