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병영 일기 / 제13화 : 중화기 부대 "해안포대' 적응기
본부 작전병의 인솔로 부대 대기대에 도착하니 대기대 막사는 천막막사로 임시 거주용으로 지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몇명의 선임 해병들이 기거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연평부대 예하부대로 서해 5도의 하나인
'우도' 부대로 전출명령을 받고 대기 중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곳엔 민간인도 없고 군기는 더 세고 등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두려움 인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들은 그들과 그리고 몇명의 작전병들과 이틀인지 사흘인가를 같이 지내며 전방견학 등 수박 겉 핥기식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연평부대 대기대의 생활도 어느덧 지나가고 우리들 5명의 해병들은 '기갑' 병과를 받았지만 연평부대만의 특성에 맞추어 1977년 11월 24일 '중화기 부대' 예하의 '해안포 부대'로 전입의 명을 받고 중대 본부에서 중대장에게 신고를 하고 행정적인 절차를 위해 하룻밤인가를 중대 본부 막사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그곳 선임병들은 방금전에 고무보트타고 '해주'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 왔다느니 등등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노가리를 까면서 우리들을 두려운 심정을 갖게 압박했다.
그 다음날 우리들은 젊은 소위 계급장을 단 소대장과 소대장실에서 면담을 갖고 각자 임지를 배정 받았다.
나는 경치도 좋고 시설도 양호한 일명 '관광 포대'로 일컬어 지는 포대로 배속을 받아 데리러 온 선임병의 안내로 포대로 가는 도중 한참 훈련중인 본부중대의 '박격포 부대'의 선임들이 불러서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툭툭 쳤는데 그들은 재미가 있었는지 몰라도 당하는 나는 고통 었다.
임지 포대인 포대에 당도하니 근무중인 선임들은 11월 하순의 날씨이기는 하지만 섬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눈사람같이 두꺼운 방한복과, 방한화로 무장하고 있는 모습이 굴리면 데굴데굴 굴러 갈것 같을 정도가 되어서 겨울을 날 걱정이 앞섰다.
이곳에는 수시로 '전투 배치'명령을 하달받고 훈련에 임하게 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곳의 포대로 가기 위해서는 야간에는 동굴의 벽을 더듬 듬 짚어가며 진입해야 하는 등 다소의 담력을 요하기도 했다.
포대에서 쌍안경을 펴서 보면 10여Km 거리의 '해주'항구의 모습도 흐릿하게 보이고 장자도, 석도 등 무인도만 보일뿐 망망대해만 보였다.
이곳의 일과는 수시로 진행되는 '전투 배치'훈련과 포대를 지키는 경계근무 등이며 일과후에는 앞 바다가 썰물이 되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굴' 그리고 해초의 일종인 '청강' 등을 채취하여 부식에 보태어 요리를 해 먹는등 나름대로 낭만이 있는 군생활이 이어졌다.
그런데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관광포' 라는 특성 때문에 수시로 V.I.P들의 내방과 중대장의 방문 등으로 청결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 하여야 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나는 그 다음해 1978년 1월 4일 부대 직할 '전차 부대'로 전출의 명을 받고 한달 열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해안포 부대'의 생활을 접고 30여명의 부대원 들이 부대끼는 '전차 부대'생활로 넘어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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