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병대 하후생이다 PART 1 기본반 (4) 악당들의 등장!
1995년 8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덥다고 한다. 웃긴 게 사람이란 자기가 훈련받고 교육받는 그 당시가 가장 힘들다는 거 그래서 애써 올해가 지금이 현재가라는 단어를 하나 덧붙여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암튼 95년 8월은 너무나 더웠다. 적어도 나에게는...
하사관 교육대대의 생활은 아침 5시 30분에 시작을 한다. 물론 총기상 구호를 외치기 전까지는 기상을 하지는 못하지만(훈단이라 일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못한다) 아주아주 예민한 때인지라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5시 30분이 되면 누구 할 것 없이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침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총기상 15분 전" 이제 일어나기 15분 전
"총기상 5분 전"
"하사관 교육대대 총기상 총기상" 총기상 구호와 함께 하나둘씩 일어나 세면장으로 달려간다.
"하사관 교육대대 조별과업 병사 떠나 15분 전 병사 떠나 15분 전~!"
10분간만 주워지는 이 세면장 사용에 샤워까지 하는 여유를 부리는 동기들도 일부 있었다.
세면장에서의 군기가 엄격한 터라 절대 소리를 지르거나 동기들끼리 이빨을 보이면서 노가리를 까다 걸리면 온몸 지압 세레를 받기 때문에 세면장에서는 빨리하고 나오는 게 상책이다.
세면이 끝나면 인원 파악과 함께 조별과업을 위해 하사관 교육대대 앞 단상에 모이게 된다. 8월이라지만 새벽은 깨나 공기가 차가웠는데 이렇게 구보를 하고 나면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다. 구보는 하사관 학교 연병장을 두세 바퀴 워밍업 하면서 교육훈련단 주변을 도는 2킬로 정도로 실시를 하였고 주가 늘어 가면서 거리도 조금씩 늘어갔다.
우리의 구호는 항상 "나는 가장 강하고 멋진 해병대 하사관이 된다. 악! 악! 악!"
▲해병대 제2훈련단 / 지금의 해병대 교육훈련단은 우리가 있던 95년에는 해병대 제2훈련단 줄여 훈단이라 불렸다.
제식훈련
1주 차 때의 교육훈련은 군인복무규율과 해병대 역사 및 전투사,정신교육(해병혼) 등의 이론 교육과 제식훈련, 총검술 및 집총 체조 등의 군 기본 훈련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론 교육은 실내의 강의실에서 이루어 줬고 제식훈련 등은 하사관 학교 앞 연병장에서 이루어줬다.
제식훈련을 하는 시간만큼은 깨나 많은 기압이 동반이 되기도 하는데 짧은 시간 많은 교육과정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집중력 있게 과업을 받지 않으면 가차 없이 기압이 이루어 줬다.
차려, 열중쉬어, 편히 쉬어, 경례부터 방향 전환, 편히 앉아 등의 동작과 병기를 가지고 하는 집총제식인 세워총, 허리에 총, 앞에총, 우로, 좌로 어깨총, 검사총, 멜빵 조정, 꽂아 칼등의 제식 기본 동작과 이를 응용한 여러 가지 동작인 집총 16개 동작을 배운다.
기본적인 제식훈련은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배웠던 것으로 몇 가지를 빼고는 거의가 기억이 나는 터라 별 어려움은 없었으나 군대란 곳이 개인이 아닌 단체생활이기에 누구 하나 잘못된 동작이나 실수를 하게 되면 단체가 기압을 받았다.
선착순은 예사이고 좌, 우로 소이동은 기본이며 특히나 양손에 깍지를 끼고 엎드려뻗친 상태에서 전진,후진은 정말 곤욕이었는데 연병장의 자자란 돌멩이들이 살을 삐지고 들 때의 그 느낌은 정말 고약하다 못해 눈물이 핑 돌기까지 했다.
이런 기본적인 제식훈련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걸음과 행진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사회에서야 누구 하나 걷는데 제약을 받지 않으나 군대란 곳은 걸음 종류도 바른 걸음,큰걸음,뛸검음,반걸음등으로 이루어줘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걸음인 바른 걸음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분당 120보로 보폭은 77센티를 유지하면서 무릎과 발목을 45도 힘차게 내디디면서 양팔은 앞으로 45도 뒤로 14도로 흔들며 이때 팔목이 굽혀져서는 안 된다. 글로 표현하면 뭔가 복잡한 것 같으나 평소 걷는 걸음에서 힘을 주어 그냥 걸으면 된다.
기본적인 제식훈련이 반복적으로 진행이 되고 이와 동시에 부대 제식훈련으로 들어가게 되면 약간은 복잡하다. 군대에서 이런 제식훈련을 하는 이유는 병력을 손쉽게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가지 구령을 넣어 정렬하는 것으로 앞의 지휘자의 구령에 따라 간격을 좁히고 늘리고 방향 전환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었다고 소대장님들이 판단을 하면 좀 더 복잡한 구령을 넣어 여러 대형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게 요구하는데 간단하면서도 개개인마다 확실한 이해가 부족하면 버벅거리기 일쑤이기도 하다. 특히나 횡대나 종대 정렬의 경우 더더욱 말이다.
훈단에서 교육기간 중 시간이 나면 수시로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총검술과 집총체조이다. 총검술은 흔히 최후의 무기라고 설명한다. 탄약이 없거나 적과 근접전을 벌일 때 가장 유용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총검술은 타군에 비해 비중이 높은 편으로 미 해병대 또한 이 총검술에 대한 교육의 비중이 높다고 소대장님들은 설명해 주었고 백병전 상황에서의 총검술에 대한 실전 사례(한국전쟁, 월남전)를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총검술 연무형 17개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과 시범을 통해 우리는 이를 따라 하고 배워 나갔다. 때로는 소대장님의 기준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뺑뺑이를 돌고 흡족하면 10분간 쉬어 시간이 빨리 찾아 오기도 했다.
집총체조 또한 이 기간 처음 접하는 것인데 상반신을 발달 시키고 소총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기 위한 체조라지만 교육생 입장에서는 팔이 떨어줘 나가는 느낌을 맛볼 수 있는 체조이기도 했다. 총검술도 마찬가지지만 연속 동작이 아닌 구분 동작으로 연습할 때는 경험해보신 분은 아실 테지만 쉽지 않다.
북한의 창격술 교육 또한 간단히 진행이 되는데 동작하나 하나를 배우는 과정은 아니고 창격술이 이렇다는 정도만 느끼는 수준이었다. 1번 전투준비부터 36번 세워 총까지 36개 동작으로 이루어진 북한군의 창격술은 다소 복잡하고 손과 총이 이탈하는 동작들이 더러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1주 차에 처음 접한 제식훈련과 총검술,집총체조는 시간이 날 때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실시하였고 이와 동시에 총검술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격투봉 훈련도 병행했다. 며칠간 기본적인 제식훈련이 몸에 익으면 오전 과업전에 실시하는 과업 정열(분열)에 참여를 하게 된다.
악당들의 등장!
조별 과업이 끝나면 곧이어 우리는 담당구역 청소를 하게 된다. 우리가 맡은 구역은 하사관 교육대대를 중심으로 앞으로는 승파관 좌측으로는 공수 교육대 본관뒤 도로 우측으로는 통신 교육대 입구 주변과 외곽 화장실과 소각장까지였다.
이 담당구역 청소시간에는 소대장님들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좋지만 우린 또 하나의 벽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다름 아닌 훈단에서 같은 교육생이면서 소대장님을 제외한 유일하게 우리를 터치할 수 있는 바로 선배들이었던 것이다.
우리 기수는 4개월 만에 모집된 기수라 두 기수 위인 234기 선배들은 보지 못했고 235기 선배들만이 하사관 학교에 있었다.
"마! 이리 와"
"어이 36기! 너! 마! 걸어 다녀 새끼들아"
"내 000번 하후생 000!" 선배들이 부를 시 우리는 각자의 교번과 이름을 대곤 날아가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그게 날라온 거야 이것들 바~!"
소대장님들의 말투를 흉내 내며 선배 몇 명이 군기를 잡는다.
"같이 생활하기 힘들겠어 이거 되겠어"
선배들에 의한 집합은 수시로 이루어 줬는데 장소는 거의가 외곽 화장실이나 식당 뒤 하사관 학교 뒤가 주로 집합 장소였다.
이 중에서 유독 외곽 화장실은 어디보다 구타가 많은 곳이었는데 이곳 주위 청소를 담당하는 동기들은 항상 선배들의 표적이 되어 애를 먹었다.
선배들이 집합을 시키는 이유는 행실이 부적절했다거나 기압이 빠줬다라고는 하지만 이런 이유는 더물고 거의가 이유는 같다 붙이기 나름 이였다.
변기도 없는 소변구나 배변구에 얼굴을 대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여러 가지 체벌을 받았는데 특히나 선 자세로 눈을 감게 하고 가슴이나 기타 신체 부위를 강하게 가격 당하면(길거리 가면 동전 넣고 주먹으로 때리는 기계 정도의 힘으로)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숨이 막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눈을 감은 상태인지라 맞기전 공포는 상당했다. 모든 선배들이 이런 일을 자행한 건 아니고 딱 몇 명이다. 어딜 가나 이런 부류들이 있다.
이를 즐기는 몇 명의 선배들은 후배들 괴롭히는 재미에 화장실 담당구역이 아니어도 화장실까지 와서 터집을 잡기도 했다. 동기 한 명 중 좀 약한 동기가 있었는데 가슴을 심하게 맞고 고통까지 호소해 우리들끼리 이야기하여 담당구역을 바꿔주기도 했고 이후부터는 빡센 동기들로 돌아가면서 외곽 화장실로 배치했다.(담당 구역 청소는 소대별 교번순으로 끊어서 구역이 정해졌으나 이일 이유로 우리끼리 불문율로 바꿔서 배치를 했다. 물론 담당구역 청소 완 관계없이 평소 선배들에게 지적을 당해 화장실로 끌려오는 동기들도 많았다.)
나를 유독 싫어하는 헌병 병과 선배 한 명은 이유도 없다. "마! 너 이리 와!" "어! 그 새끼 어디 갔어?!" "마! 그 새끼! 불러워!" 입대전에 밖에서 나한테 오지게 맞았나 할 정도로 나를 괴롭혔는데 정작 몇 년 뒤 실무에서(같은 부대는 아니지만)우연히 만나 방가워 커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때의 이야기를 하니 기억도 못 한다.
선배들의 권한은 대단한 것이어서 하사관 교육대대의 생활에 있어 교관들의 명을 받들어 여러 가지를 전수해 주는데 생활과 지도가 주를 이룬다.
하사관 교육대대에서는 기수별로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선배들과 교육과정도 다르고 이로 인해 같이 훈련하는 경우 또한 없었다. 다만 조별 과업 후 담당구역 청소 때와 오전 과업전 분열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오전 과업이 시작이 되면 우리는 가장 먼저 분열이라는 것을 한다. 분열은 과업장을 떠나기 전 하사관 교육대대 전체가 참여하는 것으로 일종의 의식 같은 것으로 국군의 날 행사 때 군인들이 도열하고 분열하는 광경과 매우 흡사한 것이다.
이 분열의 분위기는 아주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는데 인원 파악과 금일의 과업 보고를 하고 하사관 학교 연병장을 한두 바퀴 분열하는 순서로 이루어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동기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하사관 교육대대의 모든 기수와 모든 D.I들이 참여를 하는 터라 긴장이 배가 되는 순간이다.
긴장이 되는 이유 중에 또 하나는 과업 정열이 빵구(실수나 잘못되었을 시)가 나면 소대장님들한테 깨지는 건 기본이지만 선배들한테 깨지는 이중고를 치러야 했다.
①하사관 235기 선배들
하사관 교육대대에서는 동기 외에 두기수 위 선배들이 있는데 이들은 교관의 통제하 또는 음성적으로 나마 후배들의 생활에 직, 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도움을 주게 된다. 어떤 조직이든지 규율이라는 것이 있기에 그렇게 나쁘게만 볼일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묻지마 구타를 행하는 아주 일부 선배들이 있긴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의 선배들은 해병대 하사관 선배로써 많은 도움을 주었다.
원래 2개월에 한기수씩 하사관 학교에 들어오게 되면 3개 기수가 교육을 받게 되는데 4개월 만에 모집된 기수이다 보니 두기수 위인 234기 선배들은 보지 못했고 그마저도 235기 선배(특과 기수로 70% 이상이 특과 병과)들 또한 특과 선배들이 후반기 교육을 간 이후라 20명도 채 되지 않는 보병, 헌병 병과 선배들만 보게 되었다.
235기 선배들을 볼 때면 기본반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우리 동기들에 비해 왠지 늠름한 모습들이 상당히 부러웠다. 암튼 우리랑은 좀 많이 달라 보였고 달랐다. 적어도 훈단에서 만큼은
②하사관 236기 동기들
우리 기수는 통상 2개월 만에 모집되는 해병대 하사관 기수와는 다르게 전국적으로 지원율 저조로 인해 4개월 만에 모집이 된 기수였다. 운동 특기자가 많았고 그렇지 않은 인원도 있었고 아주아주 평범한 인원도 물론 있었다. 평균 나이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살(만 18세, 19세)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21살 이 많았다. 교번이 제일 빠른 오 00동기(현역 상사)는 당시 23살 이였다.
③교번
하후생은 준 군인 신분이기에 군번이 없다. 그래서 교번을 배부하게 되는데 군번은 하사 임용식 이후 나오게 된다.
④제2해병훈련단
해군과 통합된 1973년 9월 15일 해병대 교육기지 사령부가 해체되고 포항으로 훈련소가 조금씩 이전되면서 1977년 1월 1일 포항에 해병대의 두번째 훈련소란 의미에서 제2해병훈련단이 창설되었다.
이후 1996년 10월 14일 교육훈련 개편에 따라 제2해병훈련단은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 당시 제2해병훈련단을 줄여 훈단이라 많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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