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병대 하후생이다 PART 1기본반 (6) 과실자 훈련1
훈단 생활 이제 2주 차가 되면 이곳 분위기는 대충 알게 되는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군대란 곳은 정말 다이나믹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매일같이 실수를 한다. 초보 군인은 다 그럴듯싶다.
아침마다 훈단 스피커를 통해 1시간가량 울려 퍼지는 해병대 군가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입에서 엉을 엉을 거리며 빵빠레를 하지 않고 잠을 자면 왠지 개운하지 않은 것이 기정사실이 되었으며 순검 이후 내무실 불침번과 입초근무는 또 다른 훈단 생활의 재미이기도 했다.
과실점 이란
"귀관!"
재수가 없는 날..... 과실점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런 재수 없는 경우를 봤나 조용히 하루를 마감하나 싶더니 오늘도 여지없이 과실점을 받았다. 이놈에 과실점!! 그것도 무려 5점을 받다니... ...
과실점은 소대장님이 하후생들에게 주는 일종의 벌점이라 보면 이해가 빠르겠다. 그 항목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이러하다.
"복명복창 상태 불량"
2. 순검시 관품함 정리가 안 되어 있다면?
"군기본상태 불량" ( 순검 시에 지적사항이 많을 경우 거의 단체 과실점이 주어진다)
3. 손톱이 길거나 위생상태가 불량했다면?
"위생상태 불량"
4. 지시한 내용에 대해 이행상태가 저조하고 지켜지지 않았을 때
"명령 이행 불량", "지시사항 불이행"
5. 모든 훈련상에 선착순 등의 기압에서 뒤처지는 경우
6. 과업 시간에 이빨을 보인다면(웃었다면)?
이 경우 우선 소대장님의 현란한 발차기를 먼저 감상하게 된다. 그런 후에 "과업 상태 불량"."군 기본자세 불량"등의 이중 과실점이 부여되고 점수 또한 높다.
각 항목당 정해진 점수는 없다. 대략 1점에서 5점까지 주어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일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항목들은 상당히 신사적인 예이고 이런 경우도 있다.
소대장님의 발을 밟았다거나(이 경우 죽음이라 보면 된다.) 야외 훈련장에서 소대장님의 앞을 가로질러 가거나 뒤에 있는 소대장님을 미처 보지 못해? 경례를 안 했다거나(이 경우 참 암담하다 뒤에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 뒤에 있는 소대장님을 알아채고 경례를 붙이랴) 소대장님의 눈을 3초 이상 쳐다본다거나 등등 이 경우들은 온몸 마사지 세례를 우선 받는다. 물론 상당히 공평한? 소대장님의 과실점 또한 후하게 지급이 된다.
▲기본반 당시 과실표는 현재 없고 위에 선행,과실표는 보병 특기반 때의 것이다.
과실점을 부여받은 하후생들은 과실점/선행점 메모지에 과실에 대한 내용과 과실점을 준 소대장님의 성함을 꼭 기록해 두어야 된다. (물론 미친척하고 모르겠지 하고 기록 안 했을 경우 엄청난 양의 욕 세레와 함께 비가 오는 날에 해를 볼 수 있고 해가 뜬 날에 비를 볼 수 있는 기이한 경험을 맛볼수 있다.) 모든 과업이 끝난 후 과실점/선행점 메모지를 들고 소대장님실에 찾아가 도장을 찍어 기록 유지한다.
물론 이와 반대로 선행점이라는 것 또한 있는데 이 경우는 작업원으로 뽑혀가 과업 외 시간 내지 주말에 페인트칠이나 잡초 제거등의 작업을 한다거나 과업이나 생활에 있어 모범적인 행동을 한 이들에게 선행점이 주어지는데 과실점이 많은 동기들은 죽자 살자 선행점으로 과실점을 만회하려고 작업원을 자청하게 되는데 작업원을 나간다고 해서 다 선행점을 주는 건 아니였다. 이 또한 소대장님 나름이다.
열 번을 나가 남 쉴 때 고생하고 선행점 한번 못 받다가 이번에도 선행점 안 주겠지 하고 안 나갔는데 처음 가 선행점을 받아오는 동기들을 볼 때면 한대 패주고 싶었다. 물론 나의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다. 아무리 선행점을 많이 받는다 한들 한 페이지 가득 채울 정도의 과실점을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니 말이다.
토요일 중식시간
토요일 오전은 늘 그렇듯이 완전무장 구보와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가 좋다. 왜 토요일은 완전무장 구보 와 점검만 하면 오후 과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토요일 완전무장 구보는 즐겁게 뛴다.
하지만 과실점이 있다면 그건 환상에 불과하다.(물런 마냥 노는게 아니라 한시간씩 진행되는 인원파악과 필기시험에 대비한 교범 탐독및 자율학습 시간이 대부분이고 야외 훈련이 있다면 이에 대한 준비 시간 이기도 했다.)
난 금일도 과실자 훈련으로 인해 오후 과업은 모래와 자갈들과 같이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에 과실자 훈련을 받을 때는 일명 열외 없이 전원이 과실점을 받았다. 하지만 3~4주 차쯤 되었을 때는 전체 과실점보다는 개인 과실점과 소대 과실점을 많이 주기 때문에 동기 전체가 다 받지는 않았다.
과실자 훈련자들은 중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에 받을 땐 소대장님들이 밥 많이 먹어야 된다면서 꾸역꾸역 먹었는데 실상은 다르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과실점에 대한 벌을 받게 되는데 오바이트 안 할 사람이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몇 번 한 동기들은 밥을 최대한 적게 먹었던 것이다. 물론 과실점이 없는 동기들은 눈치 없게도 밥을 X나게 맛있게 먹는다. 처 죽일 놈들
식사가 끝나고 내무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소대장님이 내무실로 들어오신다.
"총원 차렷! 필~~승!"
"필~승! 부산에서 카레이스 하다 온 넘 있다면서"
"000번 교육생 김 00"
"운전 자신 있나!"
"000번 교육생 김 00 운전이라면 눈 감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 ㅅㅂ 눈은 감으면 안 되지 너 그럼 나와"
과실자 훈련을 받기 30분 전에 김 00동기는 왠 횡재냐 작업원으로 뽑혀나갔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금일 사단에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한다. 무슨 이유로 운전자가 필요한지는 모르나 과실자 훈련에서 열외 된 김 00동기를 보면서 우리는 부러워했다.
(잠시 부연 설명하자면 갓 20살이 넘은 나이에 카레이스는 아닐듯싶고 부산 용마 레이싱 팀에서 관련 일을 하다가 군입대 한것 같았다.)
"과실자 훈련 병사 떠나 15분 전"
혹시나 하는 맘에 높으신 분들이 와서 청소를 해야 되는 상황 아니면 급하게 인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하느님, 부처님, 성모마리아님, 알라신이여~~~~하늘이여!
하지만 어김없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X 됐다"
우리들 중 누구 할 것 없이 과실자 동기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 깨다.(계속)
①과실자 훈련
과실점, 선행점에 대한 점수는 딱히 기준은 없다. 과실점과 선행점을 주는 소대장님 마음이며 한 번에 1점 또는 2점이 대부분이며 5점까지도 기록이 된다. 과실점 1점당 1시간의 과실자 훈련을 받으며 대부분 주에 3~5점을 받아 과실자 훈련시간을 꽉 채운다.
과실자 훈련은 실무에서의 헌병대에서 실시하는 군기교육 수준이며 토요일 오후 1~5시까지 진행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선행점을 받게 되면 과실점에 대한 차감(원채 과실점을 받는 인원이 많기에)을 받기도 하지만 그 횟수가 적었던 탓에 로또 수준이라 보면 되겠다.
1~2주차때는 전원 과실점이 많이 주어줬지만 이후부터는 소대나 개인에게 많이 부과되어 전체가 받지는 않았다.
②실무 군기교육
헌병대에서 실시하는 군기교육은 부대에서 군인으로써 부적합한 행위를 한 인원에 대해 계급을 망론하고 실시되었는데 부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군기교육과 헌병대에서 실시하는 군기교육으로 크게 나뉜다.
특히나 헌병대에서 실시하는 군기교육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행이 되었는데 오전은 D.I 출신들이 오후는 수색대(하사)에서 나와 군기교육을 실시했다. 사람 굴리는 방법(어떻게 하면 고통스럽고)과 레퍼토리(기압을 주는 종류)는 아무래도 D.I 출신들이 풍부하고 수색대 하사들은 그냥 직진이다. 후진이 없는 하드코어라 보면 된다.
경험자에 의하면(마지막 근무한 부대에서 군기교육 5번 받은 병장말에 의하면) D.I출신들에게 받는것이 좀 더 힘들고 수색대 하사들은 자비가 없는 무차별 교육이라 표현 했다. 그게 그거 아닌가 ...
다섯번이나 군기교육을 받았는데 정신을 못 차릴 정도면 이새끼 한테는 군기 교육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이새끼가 꼴통이거나 둘중 하나인데 전역후에 대기업 취업후 현재 개인사업 하는거 보면 그렇치도 않은듯 하다. 사회 생활은 다시 리셋!!!
③불침번,입초 근무,위병소 근무
내무실 불침번과 복도 입구 입초근무는 순검 이후 하루 1시간씩 순번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게 된다. 불침번은 2개 내무실에 각각 2명씩, 입초 근무는 한명이 서게 된다. 보병 특기반부터는 하사관 학교와 공수교육대 사이 위병소 근무까지 서게 되며 입초 근무는 후배인 237, 238기들이 서게 되었다.
야간 근무를 선다고 해서 빵빠레나 야간 비상훈련에서 열외될 것 같으나 하사관 교육대대에서는 이런 열외가 없다. 근무를 서고 있다가도 빵빠레가 걸리면 전원 참가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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