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역사/해병대와 포항시

`영원한 친구` 포항시와 해병대(13) 해병대 애환이 고스란히… `옛 포항역`

머린코341(mc341) 2016. 10. 27. 08:50

해병대의 역사와 함께한 옛 포항역

`영원한 친구` 포항시와 해병대(13) 해병대 애환이 고스란히… `옛 포항역`


장병들 입영·휴가 등 추억의 관문
베트남 참전 애환 서린 공간으로도
KTX개통에 따라 이전된 역사
도로개통으로 철거 `진한 아쉬움`
“기념비로나마 후세에 기억 남기길”


▲ 2015년 4월 1일을 마지막으로 역할을 다하고 폐역된 `옛 포항역` 인근과 개통된 도로의 현재 모습. 역사(驛舍)의 모습은 흔적도 찾기 어렵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해병대가 포항에 자리잡은 1950년 이후 해병대를 거쳐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쳐갔을 법한 장소.

해병인과 포항시민의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남겨진 그곳.


KTX개통으로 흥해읍 이인리 현 부지로 역사(驛舍)가 이전되면서 2015년 4월 1일을 마지막으로 역할을 다하고 폐역된 `옛 포항역`을 일컫는 수식어다.


지금은 사통팔달(四通八達)에 가까운 뛰어난 교통인프라를 자랑하는 포항이지만, 불과 12년전까지만해도 고속도로 하나 없는 낙후된 상황으로 인해 철도교통은 포항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 역할을 했다.


해병대 장병들도 입영을 하거나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향할 때면 옛 포항역을 관문으로 삼았다.


1960~70년대 해병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퇴역군인들은 옛 포항역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 한가지 더 있다.


옛 포항역은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최초로 국군을 해외에 파병한 베트남 전쟁 당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해병 청룡부대의 출발지였다.


1965년 6월 1일 응우옌까오끼 월남 수상의 전투 전력 파견의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7월 20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1개 사단과 지원 부대를 베트남으로 파병키로 결정했다.


당초 1개 연대로 파병할 예정이었으나 해병대 사령부의 계획 변경으로 해병대 제1상륙사단의 제2해병연대를 기반으로 같은 제1상륙사단 11해병연대에서 일부 부대를 차출해 여단으로 증편했다.


이들은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 훈련소에서 6월 4일부터 약 3개월간의 파병에 앞서 현지 적응을 위한 훈련을 마친 후 포항역에 집결해 임시특별열차를 타고 병력수송선이 기다리고 있는 부산항 3부두에 도달해 가장 먼저 파병됐다.


이렇게 선봉대가 출발한 이후 해병 청룡부대는 월남에서 철군한 1972년 2월까지 약 6년 4개월간 수만명이 월남전에 투입돼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2차례 월남파병을 다녀온 한 퇴역군인은 “당시 파병군인에 대한 대우가 좋아 베트남에 2~3차례 다녀온 사람도 꽤 많았다”며 “한 장교는 중위 계급장을 달고 파월돼 약 6년간 근무한 뒤 한국에 돌아와 소령으로 쾌속 진급하기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월남파병에 앞서 출병식이 열리는 날이면 옛 포항역 앞 광장은 어린 나이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먼 이국땅으로 향하는 장병들의 눈물로 가득찼다.


월남참전용사 김모(77)씨는 “군용트럭을 타고 포항역 앞 광장에 다다랐을 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가족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찾은 수천명의 인파로 발디딜 틈도 없었다”며 “혹시라도 가족이 와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다보니 우연히 먼발치에 있는 여동생과 눈이 마주쳤는데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도 출병식이 열리는 날이면 포항역 앞 광장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장병들의 임무완수와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또 다른 참전용사 최모(74)씨는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해 역 앞에 나와준 여학생들 덕분에 많은 힘이 됐다”며 “장병들 중에서는 베트남 현지에서 여학생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틔워 결혼에 골인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수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옛 포항역이 도로개통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한 해병인들은 한목소리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 해병대 출신 퇴역군인은 “해병대와 포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포항역이 철거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아쉬운 마음이 매우 컸다”며 “이미 철거된 역사(驛舍)는 어쩔 수 없지만 역이 있던 자리에 기념비를 마련해 옛 포항역에서 열린 가장 큰 행사인 월남파병 출병식을 후세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경북매일]201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