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군대/대한민국 여군

해군 장교후보생, 여성은 0.8%...국방개혁법의 꼼수?

머린코341(mc341) 2017. 6. 20. 09:49

[단독] 해군 장교후보생, 여성은 0.8%...국방개혁법의 꼼수?
 
최근 해군 장교 사관후보생 230명 중 여성은 단 2명
병기·재정·조함 등 일부 병과는 3년째 남성만 선발
해군 “국방개혁법상 여군 장교 7% 목표치 충족하면 더 선발 안 해…여군 수용 시설 없어 못 뽑아”


▲ 여군 인력이 주목받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여성이라서 군 복무 기회조차 충분히 얻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사진은 2011년 9월 훈련 중인 해군 제1함대사령부 안동함 소속 장교들.   ©해군 제1함대사령부 제공


직업 해군을 꿈꾸는 대학생 오모(26)씨. 해군 장교 사관후보생(OCS·선발 후 교육훈련을 거쳐 해군 소위나 중위로 임관해 장교가 되는 제도)에 지원하려는데, 여성이라 좀처럼 기회가 오질 않는다.


 “제가 응시하려는 병과에선 몇 기수째 남성만 모집합니다. ‘왜 여성엔 기회를 안 주느냐’고 국민신문고에 항의했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 ‘다음 기수에 모집할 예정’이란 답변만 받았어요. 이거 성차별 아닌가요?”


해상 무기에 관심이 많아 해군 장교가 되기로 한 공대생 권모(25)씨도 비슷한 고민 중이다. 여성이 해군 장교가 되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 사관학교에 가거나, 전국 4개 대학에 설치된 장교 학군단(ROTC)에 가거나, OCS가 돼야 한다.


권 씨는 이미 사관학교 지원가능 연령(16세 이상~20세 이하)을 넘겼다. 그가 다니는 대학엔 ROTC가 없다. 권 씨는 “목표를 이룰 길은 OCS뿐인데, 무기 관련 병과는 여군을 통 안 뽑는다”며 한탄했다.


현재 선발 중인 해군 OCS 제123기 모집 요강을 보니, 여성도 지원할 수 있는 병과는 일반·전문 분야를 통틀어 19개 중 8개뿐이다.


이전 기수도 23개 병과 중 6개(제122기), 14개 병과 중 6개(제121기), 15개 병과 중 6개(제120기) 등 여성에겐 좁은 문이었다.


여성은 병과 선택 폭도 좁다. ‘병기’(무기 개발·정비 등), ‘재정’(예산 집행·회계 등), ‘조함’(함정 설계·건조·감독 등), ‘헌병’(군 사법 경찰 업무 등) 등 병과는 지난 2년간 남성만 모집했다.


국방부가 여군도 기갑·포병 등 전투 병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추세와도 대비된다.


▲ ©여성신문


애초 기회가 적으니 여성 선발자 비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해군 OCS 제122기 선발자 중 여성은 전체 230명 중 2명뿐이었다.


제121기는 66명 중 11명, 제120기는 255명 중 5명만이 여성이었다. 오씨는 “역대 해군 장교 선발 경쟁률을 보면 여성 간 경쟁률은 남성 간 경쟁률보다 훨씬 더 높다. 여군 합격자의 평균점수는 남성 평균점수를 웃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여군이 많아질수록 차별받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군 측은 “법률에 근거한 여군 비율을 충족하면 여성을 더 선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군은 2020년까지 여성 장교와 부사관을 각각 정원의 7%, 5%까지 늘려야 한다.


해군 공보관실 관계자는 “올해 해군 내 여군 비율이 7.6%다. OCS 여군 지망생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여군도 어느 정도 확보됐고, 장기 복무자가 늘다 보니 빈자리가 적어서 많이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군 장교 비율 7%’는 ‘목표치’일 뿐, ‘상한 수치’가 아니다. 여군 육성을 위한 법률이 역으로 해군 내 성평등 증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이에 관해 묻자, 해군 관계자는 말을 바꿔 “해군은 앞으로 여군 인력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고 얼버무렸다.


특정 병과의 경우 대개 남성만 선발하는 등 ‘기회의 차등’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일부 병과에서 여성을 안 뽑은 것은 맞다.


OCS 여군 지망생들에겐 안타깝지만 여군을 수용할 시설이 없어 안 뽑는 경우도 있다. 현 잠수함엔 개인 침실 등이 마련되지 않아 여군을 못 태운다. 만약 그런 시설을 갖춘 신형 잠수함이 나오면 여군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오씨는 “강력한 군이 되려면 군 간부는 무조건 능력제로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서 국방의 의무를 지는 남성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해도, 여군 비율을 이렇게 낮게 유지하는 건 지나치다.


제가 이렇게 간절히 국가에 헌신하고 싶은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선발되지 못하면 정말 참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시대는 변하고 있는데 해군은 여전히 낡은 성차별적 관념에 얽매여 있는 듯하다”며 “육체적 능력, 마초성이 군사력이던 시대는 갔다.


이제 최첨단 기술이 국가 안보를 좌우한다. 성별을 떠나 인재를 적극 영입해야 할 텐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도 주지 않다니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신문] 201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