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전무기·장비/강습상륙함 LPH

무(無)항모시대의 왕립 해군을 떠받친 대들보 오션급 강습상륙함

머린코341(mc341) 2017. 10. 22. 21:16

무(無)항모시대의 왕립 해군을 떠받친 대들보 오션급 강습상륙함


오션 함(HMS Ocean) <출처: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개발 배경


1992년 2월, 영국 국방부는 왕립 해군용 헬기수송모함(LPH, Landing Platform Helicopter) 도입사업 입찰을 실시했으나, 1년 뒤인 1993년 2월 국방 예산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유고 내전에 비행교육함 아거스(RFA Argus, A-135) 함을 상륙수송함으로 전개했던 왕립 해군 지원단(RNA, Royal Navy Auxiliary)은 대규모 상륙 전력 수송용 특수 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따라 1993년 3월부로 영국 국방부는 다시 헬기수송모함 건조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진행된 왕립 해군 헬기수송모함 사업은 여러 의미에서 논란이 많았던 사업이다. 입찰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점도 그렇지만, 군과 민간 조선소가 합작으로 작업을 하는 등 건조 방식에서도 파격적인 시도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의도한 바가 아니라 주로 예산 제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1980년대에 한 번 헬기수송모함 사업 입찰을 실시했으나 1억 5,000만 파운드라는 비현실적인 예산 때문에 건조 계획을 한 번 폐기했다가 1991년에 다시 입찰을 계획하면서 예산 수준을 높였다. 해당 사업은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된 선박의 획득(off-the-shelf)’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로 인해 입찰에 참여를 원하는 업체들은 설계부터 건조뿐 아니라 함에 탑재시킬 무장과 각종 장비들까지 함께 고려해야 했다. 처음에는 7개 업체가 사업 참여 의사를 보였으나 1992년 10월 실제 입찰에는 비커스 조선소[Vickers Shipbuilding Ltd.: 현재 BAE 시스템즈 마린(BAE Systems Marine)]와 스완 헌터(Swan Hunter) 2개 업체만이 참여해 제안서를 냈다.


오션 함의 진수 장면 <출처: 영국 국방부(UK MOD)>


영국 국방부는 1993년 5월 11일 1억 3,950만 파운드를 적어낸 비커스를 선택했다. 그런데 차점자인 스완 헌터 측이 2억 1,060만 파운드를 써내 두 입찰가격 차이가 7,110만 파운드나 되자 영국 국립 감사실(National Audit Office)은 공정거래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미 1992년 말에 비커스 측 설계를 염두에 두고 영국 국방부가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으나, 국립 감사실은 국방부가 사전에 업체를 선정하고 정보를 흘렸다는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비커스 측은 회사의 준비금을 일부 사용한 데다 상선 설계를 기본으로 하여 설계를 변경하고 무장을 장착하는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글래스고(Glasgow)에 위치한 크베어너 고반(Kvaerner Govan) 조선소 등에 하도급을 줘 입찰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다. 반면 스완 헌터 측은 간접비가 상승한 데다 처음부터 왕립 해군의 요구도를 전부 맞추기 위해 기본부터 군함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7,100만 파운드의 금액 차이가 났던 것이다.



L12로 함번이 붙은 헬기수송모함은 1994년 5월 용골 거치 행사를 가졌고, 1995년 10월 진수식을 거쳐 1998년 2월 20일 스폰서인 엘리자베스 2세(Elizabeth II ) 여왕에 의해 왕립 해군이 전통적으로 승계해온 이름인 ‘오션(Ocean)’으로 명명되었다.


오션 함(HMS Ocean)은 1998년 9월 플리머스(Plymouth) 대본포트(Devonport)에서 취역했으며 2015년 6월부터는 강습상륙함으로는 세 번째로 왕립 해군의 기함(旗艦, flagship)으로 지정되었다. 오션 함의 별칭은 ‘마이티 오(Mighty-O)’이며, 부대 모토는 “Ex undis surgit Victoria(파도처럼 승리가 솟아오른다)” 다.



특징


오션 함은 비커스가 건조한 인빈시블(Invincible)급 항공모함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 오션 함의 임무는 강습상륙 전력이 헬기와 상륙부양정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상륙을 실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2만 3,700톤을 자랑하는 오션 함은 연료와 식량을 최대로 적재한 상태로 항속거리가 약 7,000해리에 달하며, 건조 당시 기준으로 최첨단 시스템과 센서가 장착되어 주변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997 아티산(Artisan) 3D 레이더를 통해 완전한 상황인지능력을 갖추고 효과적인 항해 정보 수집과 표적 지시가 가능하다. 또한 BAE 시스템즈가 설계한 ADWS 2000 전투 데이터 시스템, Link 11·14·16 통신체계, 아스트리움[Astrium: 구(舊) 마트라 마르코니(Matra Marconi)]의 SATCOM 1D 위성통신체계와 멀린(Merlin) 컴퓨터 링크가 탑재되어 있으며, ADWS 2000은 왕립 해군의 전투함들과 연동된다.
 

램프를 전부 개방하고 상륙 대기태세를 갖춘 오션 함 <출처: 영국 국방부(UK MOD)>


션급 강습상륙함에는 오리콘 30mm 감보(Gambo) 기관포(사진) 등 근접방어용 무장이 장착되어 있다. <출처: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탑재 항공기의 이착륙과 탑재 병력의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것이 주 임무인 만큼 공격용 무장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오션 함에는 오리콘(Oerlikon)/BAE 사의 30mm DS30M Mk. II 기관포 4문이 설치되어 있고, 적의 근접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근접무기체계(CIWS, Close-In Weapon Systems)로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레이시온(Raytheon) 사의 20mm 팰랭크스(Phalanx) 3문이 설치되어 미사일 등 근접해오는 위협 요소를 상대로 총알의 ‘커튼’을 친다.


또한 4문의 미니건, 8문의 7.62mm 다목적 기관총(GPMG, General Purpose Machine Guns)이 설치되어 적 항공기의 접근이나 미사일 위협, 어뢰 위협, 혹은 자살 보트의 충돌 시도 등을 저지할 수 있다.



오션 함에는 길이 170m에 폭 32.6m인 비행갑판과 엘리베이터 2대가 갖추어져 있어 최대 18대의 회전익 항공기가 탑재 가능하며, 시 킹(Sea King), 링스(Lynx), 와일드캣(Wildcat), 멀린(Merlin) 같은 중형 헬기뿐 아니라 CH-47 치누크(Chinook) 같은 대형 수송헬기도 수용이 가능하다. 비록 중량이 무거운 전차류를 수용하기는 어려우나, 동시에 40대의 장갑차와 4대의 상륙주정(LCVP, Landing craft vehicle personnel) Mk. 5를 탑재할 수 있다.
 

오션 함에는 CH-47 치누크 같은 대형 수송헬기는 물론 MV-22 오스프리(Osprey) 틸트로터 항공기도 이착함이 가능하다. <출처: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운용 현황


오션 함은 세계 최초로 해상에서 아파치(Apache) 헬기를 시험 운용했으며, 다양한 환경에서 750회가 넘는 이착함 시험을 실시한 후 총 8대의 아파치 롱보우를 탑재시켰다.



오션 함은 건조 직후인 1998년 말 허리케인 미치(Mitch)가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해안을 강타하자 인도적 구호작전을 실시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2000년 5월에는 시에라리온(Sierra Leone)에서 혁명통일전선(RUF, Revolutionary United Front)이 수도 프리타운(Freetown)을 점령하면서 내전이 발생하자 영국이 자국민 탈출 지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팔리서 작전(Operation Palliser)을 실시하면서 오션 함도 일러스트리어스(HMS Illustrious, R06) 항공모함과 함께 전개되었다.



2002년에는 다소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2월 17일경 오션 함에 승선 중이던 왕립 해병대가 영국령 지브롤터(Gibraltar)에 상륙하려고 하다가 실수로 스페인 산펠리페(San Felipe) 해안의 항구도시인 라리네아(La Linea)에 상륙하는 일이 벌어져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일부 언론사가 이를 영국의 ‘스페인 침공’으로 오보를 내면서 작은 외교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영국이 9·11 테러 직후 이라크 자유 작전(OIF, Operation Iraqi Freedom)에 참전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인 ‘텔릭 작전(Operation Telic)’을 실시하자 오션 함 역시 이에 투입되어 왕립 해병대의 상륙을 지원했다.


NATO의 쿠가(Cougar) 훈련에 참가한 오션 함 <출처: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오션 함은 2007년부터 정기 수리 점검에 들어가 경항모 아크 로열(HMS Ark Royal, R07)과 임무를 교대했으며, 완료 후인 2010년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야틀라이외쿠틀(Eyjafjallajokull) 화산이 폭발해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해지자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총리의 명령으로 아이슬란드에 전개해 발이 묶여 있던 관광객들을 퇴거시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2011년에는 카다피(Muammar Gaddafi, 1942~2011) 사후 리비아에서 내전이 발생하자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970/1973에 의거해 ‘유니파이드 프로텍터 작전(Operation Unified Protector)’[영국 측의 작전명은 ‘엘라미(Ellamy)’]에 참가했으며, 프랑스 해군의 강습상륙함 ‘토네르(Tonnerre)’와 함께 공격헬기를 탑재하고 리비아에 급파되었다.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엘라미 작전을 수행 중인 오션 함 <출처: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영국 왕립 해군은 2010년 일러스트리어스함이 탑재 기종을 AV-8 해리어(Harrier)에서 헬기로 전량 교체하면서부터 제트기를 운용하지 않는 해군 신세로 전락했다. 왕립 해군은 항공모함 부족 현상으로 원정작전 능력까지 제약을 받게 되어 포클랜드 방어마저 차질이 예상되었지만, 2017년 말 퀸 엘리자베스 함(HMS Queen Elizabeth)과 2020년 자매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 함(HMS Prince of Wales)이 곧 취역할 예정임에 따라 항공모함 운용에 숨통이 트였으나 상대적으로 오션 함의 활용 가치는 낮아졌다.



영국 국방부는 오션 함을 대체함 없이 2018년에 퇴역시키겠다고 발표했으나, 중고 상태의 함정을 구매할 국가가 있을 경우 판매를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가격도 중고 강습상륙함치고는 저렴한 가격인 7,500만 달러로 책정했다.


일단 현재까지 가장 관심을 보이는 잠재 구매 국가는 브라질로, 2000년경 프랑스에서 구입한 항공모함인 상파울루함(NAe Sao Paulo)이 퇴역함에 따라 대양 작전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션 함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8년 퇴역 일정까지 구매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 오션 함의 운명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동급함


● L12 오션: 인빈시블(Invincible)급 설계에 기반하여 제작되었으며, 1994년 5월 30일에 건조를 시작해 1995년 10월 11일에 진수했고, 1998년 9월 30일에 취역했다. 함정의 스폰서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직접 맡았다. 처음에는 2척을 건조할 계획이었으나 건조가 시작되는 시점에 사업이 축소되어 1척만 건조되었다.



L12 오션 <출처: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아덴 만에서 작전 중인 L12 오션 함(맨 아래). 오션 함의 옆에는 미 해군의 T-AO-194 존 에릭슨(John Ericsson) 급유지원함(중간)과 영국 해군의 알비온(Albion)급 상륙공격함 L15 불워크(Bulwark)(맨 위)가 보인다. <출처: 미군 해상수송사령부>


제원


- 건조사: 비커스 조선소(Vickers Shipbuilding and Engineering Ltd.)
- 함종: 헬기수송모함
- 진수일: 1995년 10월 11일
- 취역일: 1998년 9월 30일
- 모항: 영국 플리머스 대본포트
- 승조원: 승조원 285명, 해군항공대 180명
- 경하 배수량: 21,500톤
- 전장: 203.4m
- 전폭: 35m
- 흘수: 6.5m
- 추진체계: 크로슬리 피엘스틱(Crossley Pielstick) V12 디젤 엔진 × 2
- 최고속도: 18노트(33km/h)
- 항속거리: 12,875km
- 상륙 자산: 퍼시픽(Pacific) 22 Mk. 2 × 1, LCVP Mk5B × 4
- 항공기 탑재 수량: 헬기 최대 18대(AW-159 와일드캣, 멀린, CH-47 치누크, WAH-64 아파치 롱보우)
- 최대탑재량 / 탑승 병력: 장갑차 40대 / 왕립해병대원 830명
- 레이더: 997식 아티산(Artisan) 3D 레이더, 1008식 항해용 레이더, 1007식 항공기 통제 레이더 × 2
- 전자전 자산: UAT 전자지원체계(ESM), DLH 미끼(decoy) 발사기, 수상함 어뢰 방어체계(SSTD)
- 무장: 30mm DS30M Mk. 2 기관총 × 4, 팰랭크스(Phalanx) 근접방어체계(CIWS)x3, 미니건 × 4, 기관총 × 8
- 가격: 2억 100만 파운드(한화 약 2,912억 원)제원



[유용원의 군사세계] 2017.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