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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베이징 위력시위 vs 美 남중국해 무력시위, 누가 셀까

머린코341(mc341) 2019. 10. 12. 16:58

中 베이징 위력시위 vs 美 남중국해 무력시위, 누가 셀까 


반미(反美)다.


중국 정부 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국경절을 맞아 10월 1일 텐안먼 광장에서 거행된 열병식에서 중국이 던진 메시지 말이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 59개 부대 1만5000여 명의 병력과 장비 580여대, 군용기 160여대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물량을 동원해 미국에 대한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 바이두백과


이번 열병식에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다탄두기동성재돌입체(MARV : MAneuverable Reentry Vehicle)를 탑재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41을 비롯해 스텔스 전투기 J-20, 전략폭격기 H-6K, 항공모함 탑재용 무인기 리젠 등 다양한 신무기들이 등장했다.


중국 국방부는 행사를 앞두고 “이번 열병식은 최근 열병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열병식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모두 중국산이자 현역 전투장비”라고 소개하며 “기다리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행사에 앞서 중국군이 소개한 대부분의 장비는 실제로 열병식에 등장했고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무기들이었다.


열병식에서의 ‘반미’는 단순히 등장한 무기의 성격에서만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은 이 날 열병식에 미군과 싸웠던 부대들을 전면에 내세워 항미(抗美) 의식을 고취시켰다. 육군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미8군을 포위해 11,000명을 사살한 전과를 세워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로부터 ‘만세군(萬歲軍)’ 칭호를 받았다는 제38집단군의 후신 제82집단군 열병종대가 등장했다.


ⓒ 인민망


제38집단군은 장진호 전투 일대에서 미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고, 예하부대인 제112사단은 이른바 ‘송골봉(松骨峰) 전투에서 전설적인 전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전투는 장진호 전투가 한창이던 1950년 11월 30일, 평안남도 구장군 송골봉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중국군 제112사단 예하 1개 중대 100여 명이 미 육군 제2보병사단 7,000여명의 병력에 대적해 6시간 동안의 벌였던 사투다.


중국군은 7명만 살아남는 궤멸적인 피해를 입으면서도 미군 600여 명을 사살하고 진지를 사수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군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송구펑 전투를 언급하며 강력한 정신무장을 주문하곤 한다.


공군에서는 제4항공사단이 참가했다. 제4항공사단은 지상 열병종대와 시범비행 항공기들이 모두 참가했다.


인민해방군 공군 창군 초창기 최정예 전력이었던 이들은 1951년부터 1953년까지 평안북도 일대의 일명 ‘미그 앨리(Mig Alley)’ 일대에서 소련제 MIG-15 전투기로 미국의 F-86 전투기에 맞서 치열한 공중전을 벌였던 부대다.


이 공중전은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제트 전투기 간 공중전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무적’으로 평가되던 미군의 F-84 세이버 전투기를 최초로 격추시킨 부대가 바로 이 4항공사단이었다.


이 날 등장한 J-11 전투기는 이 4항공사단 소속 기체로 이들은 현재 유사시 한반도를 담당하는 북부전구의 핵심 전력으로 한반도 지역에 대한 무력 투사를 주임무로 하고 있다.


ⓒ 봉황망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군과 실제로 맞붙어 전과를 냈던 부대들을 열병식에 등장시킨 것은 시진핑 주석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 부대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미군과 맞서 승리를 거둔 것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이들 부대의 열병식 등장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항미’ 단 한 단어로 축약이 가능하다.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하면서도 군과 인민들의 일치단결과 강력한 투쟁의식을 이끌어내 세계 최강 미국과의 승부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 셔터스톡


중국이 베이징에서 이처럼 반미 이벤트에 여념이 없을 때, 미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미국은 자신들의 힘을 상징하는 항공모함 전단을 움직여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던졌다.


베이징에서 열병식 최총 리허설이 진행되던 지난달 28일, 상업용 위성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를 촬영한 사진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발견된 것이다.


베트남의 한 트위터리안이 공개한 9월 28일자 위성사진에는 남중국해의 ‘화약고’ 스프래틀리 군도 북동부 해역을 항해 중인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이 등장한다.


이 사진에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와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1척,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1척 등 2척의 호위함이 항해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미국 항모를 견제하기 위해 4척의 중국 군함이 출동해 인근을 항해 중인 모습도 포착됐다.


사진이 공개된 당일,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의 남중국해 항행 사실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부했으나, 29일 미 국방부에서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 즉 제70연합기동부대(CTF-70)의 지휘관 교체식이 남중국해를 항해 중인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의 격납고에서 있었다는 행사 사진을 공개하면서 레이건 항모의 스프래틀리 군도 등장 사실이 사실로 확인됐다.


ⓒ163닷컴


이 전단은 F/A-18E/F 슈퍼 호넷 전투기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으로 완편된 제5항모항공단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이 있는 이지스 순양함 앤티텀(USS Antietam), 함종 미상의 이지스 구축함 등으로 구성되어 베트남 방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 항모전단이 향한 곳은 지난 7월 초부터 중국과 베트남이 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의 뱅가드 뱅크 인근이었다. 중국은 지난 7월 3일, 인민해방군 해군 호위함과 해감국 경비함의 호위를 받는 해양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를 뱅가드 뱅크에 진입시켜 해저지형 조사에 나섰고, 베트남은 즉각 해군과 경비함들을 출동시켜 중국 함대와 장기간 대치를 벌여왔다.


공교롭게도 미 항모전단이 이 분쟁 수역 인근에 등장한 것은 응우옌 찌 빈 베트남 국방부차관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Daniel J. Kritenbrink) 주월미국대사, 인도·태평양사령부 전략기획정책국장 스테판 스클런카(Stephen Sklenka) 육군소장을 접견해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해양안보 협력을 결의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즉, 미 항모전단이 9월 28일 스프래틀리 군도를 관통해 중국의 인공섬과 분쟁 해역인 뱅가드 뱅크 해역 일대에 나타난 것은 미국과 베트남의 합의로 중국을 겨냥해 이루어진 무력시위였다는 것이다.


ⓒ 미 해군


미국의 무력시위는 남중국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은 같은 시각, 일본 사세보에서 미국·일본·인도가 참여하는 대규모 해상연합훈련인 말라바르(Malabar)-2019 훈련에 돌입했다.


3국의 중·대형 수상함정 10여 척과 항공기 수십여 대가 참가하는 이번 훈련은 대함(Anti ship)·대공(Anti air)·대잠(Anti submarine) 실사격 훈련이 포함된 해상차단작전(Maritime interdiction operation) 절차 숙달 훈련으로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훈련이다.


해상차단작전이란 적의 군사적 해양 활동을 차단하는 것으로 적국에 대한 전략물자와 군수품 해양 수송을 차단하고 적이 군사력으로 이에 저항할 경우 군사력을 통해 제압하는 작전을 말한다.


말라바르 훈련은 매년 벵골만 일대에서 실시됐으나, 2017년 이후 훈련장소가 점차 중국 쪽으로 동진(東進)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괌 일대에서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연계한 장거리 타격 훈련 성격으로 실시됐고, 올해는 사세보에서 시작해 동중국해와 일본 인근 해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사시 미국·일본·인도 3개국이 벵골만에서부터 일본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한 해상차단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신무기를 과시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던지기 직전에 미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우방국들과 연계해 해상 무력시위를 벌이며 중국에 대한 해상차단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미국을 극복하고 세계 최강의 패권국으로 나아가는 중국몽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지난 20여 년간 ‘빚을 통한 성장’으로 축약되는 거품 경제의 위기를 기적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이 만든 모든 무기들이 대량생산되어 ‘Made in China’의 저주를 극복하고 카탈로그 스펙에 나온 그대로의 성능을 발휘해 세계 최강의 미군을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 셔터스톡


그러나 중국은 지금의 경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군사적으로도 핵전력·재래식 군사력 면에서 중국보다 몇 걸음 더 앞서 있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중국의 지나친 팽창정책과 오만한 중화민족주의의 행패 앞에 중국에게 등을 돌린 주변국들이 하나 둘 미국에게 붙어 미군과 함께 중국에게 총부리를 들이미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가망은 제로에 수렴한다.


군사력이라는 물리적인 힘만으로 패권국이 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중국은 열병식이라는 국고 낭비를 통해 물리적 힘을 과시하고 일대일로라는 사업을 통해 주변 약소국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대신 덩샤오핑이 강조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견지하며 주변 약소국들을 확고부동한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폈어야 했다.


이미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중국의 이번 열병식은 미국에게 하등의 압박도 주지 못한 ‘우물 안 주름잡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부는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글=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차이나랩] 201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