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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직접 충돌 피하며 갈등 지속

머린코341(mc341) 2020. 3. 23. 21:37

[무관 리포트 지금 세계는]시리아 내전 ,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직접 충돌 피하며 갈등 지속


<104> 9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터키와 러시아의 이해 충돌



미국산 탱크를 앞세우고 시리아 북부 에 진입한 터키군. 시리아 내 쿠르드족 퇴치에 나선 터키군이 지난해 10월 미국산 M60 탱크를 앞세우고 시리아 북부 만비즈의 투카르 마을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아랍의 봄’과 함께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9년을 넘기고 있다. 36만5000여 명이 사망했으며 1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시아파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의 내전이 아니다.


시아파 정부군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도 정부군 편에 섰다. 수니파로 이루어진 반군은 터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이 지원한다.


여기서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는 터키와 러시아다. 시리아에 대한 양국의 이해관계를 알아보는 것이 향후 시리아 내전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리아 내전 경과


2011년 3월 ‘아랍의 봄’ 운동이 들불처럼 번질 때 시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사드 부자(父子)에 의해 40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시아파(13%)에 대한 불만이 다수인 수니파 세력(72%)에 의해 표출됐고, 정부군의 강경 진압에 대항해 ‘자유시리아군(FSA)’이 결성됐다.


그러나 약 15만 명 규모의 자유시리아군은 결속력이 없고 소규모 민병대의 오합지졸 수준으로 오래가지 못했으며, 2013년경에는 거의 해산되다시피 했다.


이후에는 ‘쿠르드민병대(YPG)’를 중심으로 세력을 정비한 ‘시리아민주군(SDF)’이 정부군과 맞서는 동시에 미군 중심의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에서 맹활약을 했다.


2014년 ‘알바그다디’에 의해 이슬람국가 건설 선언이 있고 나서 미군이 ‘IS 격퇴작전’ 종료를 선언한 2019년 3월까지 약 5년간 미군의 지상군 역할을 담당했던 쿠르드족은 최소한 자치권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2019년 10월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로부터 미군 철수를 언급하자 터키는 국경지역 ‘안전지대(safe zone)’ 확보를 명분으로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국경선 30㎞ 남쪽으로 몰아냈다.


터키군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 정부군은 북서쪽에 있는 반군의 거점인 이들리브(Idlib) 지역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 공격으로 터키군 병사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러시아와 터키가 네 번째 휴전에 합의했다.


터키와 러시아 간 4번의 휴전


시리아 내전 초기에는 반군이 선전하며 아사드 대통령이 실각 위기까지 내몰렸으나 2015년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은 반군 세력을 알레포(Aleppo)·이들리브가 있는 터키 국경까지 몰아넣었다. 급기야 러시아군과 터키군이 직접 충돌하는 상황에 이르자 2018년 9월 터키와 러시아는 첫 번째 휴전에 합의했다.


IS 격퇴작전이 막바지에 이르자 잔존 세력이 이들리브 지역으로 숨어들었고, 정부군은 테러리스트 격멸을 명분으로 2019년 4월 러시아군의 지원 아래 이들리브 지역을 공격했다.


2019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의 ‘IS 격퇴작전 종료’ 선언과 미군 철수 시작에 따라 공백이 된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굳히고 싶은 러시아의 속셈이 가미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군의 공격은 전략적 요충지인 칸세이쿤까지 탈환한 후 이들리브 북부만 남기고 8월에 일방적으로 2차 휴전에 돌입했다. 터키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0월에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자 터키군은 즉각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면서 2개월 만에 휴전은 다시 깨졌다.


정부군은 이를 빌미로 이들리브 공격을 재개했다. 시리아가 다시금 혼란에 빠지자 2020년 1월, 이스탄불에서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만나 세 번째 휴전에 합의했다.


러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반군 제거에 자신감을 가진 정부군이 사흘 만에 이들리브 공격을 재개했다. 이번 공격에서는 터키군 병사 33명이 사망했고, 터키군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전면전 직전까지 확대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3월 5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이들리브 지역에서의 휴전에 서명했다. 양측이 주요 지역에서 공동 순찰로 충돌을 막고자 합의한 4차 휴전이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부담스러운 터키


터키가 시리아 반군 세력을 지원한 것은 같은 수니파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터키에 비협조적인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래서 암암리에 반군에 무기 지원과 훈련 제공을 계속해온 것이다. 반군 세력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십 개의 소규모 민병대가 모인 조직으로 곧 와해됐고, 이들 중 쿠르드민병대(YPG)를 중심으로 하는 시리아민주군이 미군으로부터 신임을 얻게 됐다.


미군의 지상군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쿠르드족이 미군들로부터 무기와 훈련 지원을 받아 세력을 키워나가자 터키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가지게 되면 터키 동남부의 1700만 명에 이르는 쿠르드족과 연계해 독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터키에는 약 36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난민 문제로 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던 2016년 유럽연합(EU)과 터키는 ‘난민 협정’을 맺고 60억 유로(약 8조 원)를 터키에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터키군의 희생이 발생하자 터키는 NATO의 개입을 요구하며 난민 문제를 들고 나왔다. 2월 27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의 유럽행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터키로부터 유럽의 관문인 그리스를 향해 국경을 넘으려는 난민들과 한 차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리아는 러시아 중동전략의 교두보


시리아는 냉전 시대 때부터 러시아와 ‘전략적 동맹’(1971년)을 맺고 외교·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시리아는 러시아 중동전략의 교두보이며 러시아 해군이 주둔하고 있는 타르투스항은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국외 군항이다.


또 대공 방어 시스템, 해안 방어 미사일, 전투기 등 약 50억 달러(약 5조7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 무기 도입이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설·에너지 등 경제 분야 협력도 15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트럼프 정부 들어 중동에 대한 선별적 개입 전략과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이 발생하자 러시아가 이 지역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터키와 러시아는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면서도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의 각자 이익을 챙기기 위해 당분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무관노트]


대부분 중동국 얽혀 있는 시리아 내전…정세흐름 파악이 중동 진출 관건


중동 국가들은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다. 막대한 오일머니로 미래 포스트오일(Post-oil) 시대를 준비하면서 특히 방산 분야에서의 홀로서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는 국가들도 있다.


중동 진출에 있어 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아파와 수니파로 양분돼 감정적 골이 깊은 중동 국가들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으며, 우리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뇌관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대부분 중동국가들이 얽혀 있는 시리아 내전을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면밀하게 분석해 보는 것은 분명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한주성 예비역 육군대령 전 주터키 국방무관현 국방외교협회 중동아센터장



한 주 성

예비역 육군대령

전 주터키 국방무관

현 국방외교협회 중동아센터장


[국방일보]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