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군 글/해간 7기 오윤진

해병대 정신 그리고 역사

머린코341(mc341) 2015. 2. 5. 19:52

해병대 정신 그리고 역사

 

- 귀신 잡는 해병대는 서운하다


오윤진 (예비역 해병준장)

 

방금 과분한 소개를 받은 오윤진(吳允晋)입니다. 오늘 바쁘신 중에도 해병대를 위한 세미나에서 수고해주실 석학 여러분, 본 연구소 이사장 金聖恩 장관님, 자리를 빛내주신 내외귀빈, 그리고 해병가족 여러분 반갑고 고맙습니다.

 

저에게 기조연설의 기회를 주신 연구소에 감사드리며 또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자부심에 찬 해병대! 우선, 도대체 해병대란 어떤 군대이며 무엇이 해병답게 하는 원인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첫째는 「애병필승(哀兵必勝)」의 군대라고 생각합니다. 서러움을 당하다가 일어선 군대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뜻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해병대는 3군중에서도 가장 늦게, 아주 적은 인원과 보잘 것 없는 장비로 출발하였고 창설 1년 만에 6.25를 맞았습니다. 해병대는 소년가장처럼 싸우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성장하였으나, 매 전투마다 승리하였습니다.


6.25전쟁 초기 우리 국군이 낙동강 선까지 밀려 대한민국이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을 때 해병대 김성은 부대가 ‘마산 진동리(鎭東里)지구 전투’와 ‘통영상륙작전’에서 대승함으로서 「귀신잡는 해병대(Marine catches even ghost)」라고 외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맥아더 장군의 지휘 하에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고 수도 서울을 탈환하여 전세(戰勢)를 역전시켰습니다.

 

또 ‘양구 도솔산 전투’와‘김일성/모택동 고지 전투’에서 악전고투(惡戰苦鬪) 끝에 승리함으로서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적해병(無敵海兵)」이란 칭호를 받았습니다. 휴전회담 기간 중 서부전선 ‘장단지구와 도라산’에서도 중공군의 끈질긴 서울 공략의 야욕을 끝내 막아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신화를 남긴 해병대」란 평가를 국제사회에 남겼으며 지금도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 아프가니스탄 ‘동의.다산부대’에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해병대의 이러한 빛나는 연전연승은 그저 재수가 좋아서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니고 우수한 지휘관들과 용감한 해병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병대에는 나폴레옹과 같이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는 자만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전략전술을 갈고 연구하는 한편 겸허히 하나님을 경외(敬畏)하며 기도하는 지휘관들이 있었고 불 속에도 뛰어드는 해병들의 사생관과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死則生, 生則死) 필승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해병대는 강하고 국가에 충성스러운 군대입니다. 다른 부대가 하다가 못하는 작전, 특히 미군부대도 실패하는 공격을 마다하지 않고 맡아 해내는 용기있고 충성스러운 군대입니다.


해병대는 출전할 때마다 「파부침주(破釜沈舟)」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타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라는 결사의 의지로 전투에 임했습니다. 현역뿐만 아니라 예비역도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해병대 정신으로 국가안보와 사회, 재해시 인명구조, 자연환경 보존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하고 있습니다. 80만 예비역이 단일조직으로 뭉친 ‘해병대 전우회’는 국내외 250개의 연합회와 지회가 묵묵히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십자군임을 자부합니다. 이런 군대가 이 세상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해병대는 현역, 예비역 구분 없이 한덩어리 입니다. 80만 해병 가족은 1가구당 5명씩 따져 400만, 친지 200만 합쳐서 최소 600만명이 한뜻 한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해병대를 성원하고 도와주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상사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했습니다.


해병대의 역할은 - 수륙양면작전부대(水陸兩面作戰部隊)
- 국가기동예비대(國家機動豫備隊)
- 전천후타격부대(全天候打擊部隊)
- 공지기동부대(空地機動部隊)
- 다목적신속대응군(多目的迅速對應軍)
등으로 대변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가가 비장하고 있는 무기요 오른팔입니다. 언제든지 어디든지 신속하게 결정적으로 쓰여지는 군대입니다. 세속적인 비유를 하면 「화투 600」을 칠 때 「비의 광」같은 존재입니다.


전략 전술의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기본이 무엇입니까? 우회(迂廻)와 포위(包圍)가 그 핵심입니다. 월남전에서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과 완벽한 제공권, 제해권을 갖고도 실패한 것은 해병대를 적절히 운용하지 못한데도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월맹군은 캄보디아 국경 ‘호지명루트’를 계속 우회기동하고 포위작전을 하고 있는데 미군은 17°선에서 지상전에 묶여있을 뿐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월맹 후방지역 하이풍-하노이 등에 상륙작전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해병대는 지상전은 물론 전략적 우회와 포위를 전문으로 하는 군대입니다. 세계에서 해병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57개국인데 이 해병대를 어떻게 키우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국가의 성쇠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이 일본과의 태평양전쟁에서도 6회의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한 미해병대가 주역(主役)이었고 19~20C 미국의 외부세계로의 국력신장도 모두 미해병대가 앞장서 이룩한 것입니다.


그들 미해병대 노래에
“From the halls of Montezuma, To the shores of Tripoli..."란 첫 구절이 있습니다. 즉 멕시코의 「몬테주마」에서 아프리카 리비아의 「트리폴리」해안까지 나라를 위하여 우리는 싸운다는 가사인데 그들의 역할과 감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지형상 중요한 군사요충지, 정치와 통신의 중심지, 산업시설들이 해안 또는 해안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우리 해병대의 상륙공격 목표에 안성맞춤입니다. 이것을 아는 김정일은 동서해안에 5개 군단의 병력을 고정배치 해놓고 있습니다. 27,000의 우리 해병대가 적 약 18만의 병력을 묶어두고 있는 셈입니다.

해병대가 지향하는 목표와 바램이 있습니다. 요즘 들리는 바에 의하면 앞으로 있을 국방개혁에서 해병대를 1개여단 4000명을 감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해병대는 1973년, 이미 머리가 없는 몸둥아리만의 해병대가 되었던 쓰라린 과거가 있습니다. 그 14년간은 알뜰히 돌봐주는 친애비 없는 서자(庶子)처럼 전력증강은 전무하였고, 군의 생명인 사기는 최하였음을 상기합니다. 과거에 열세였던 미해병대도 정치적으로 동네북처럼 취급이 되다보니 국가이익에 큰 차질이 생겨 아예 미국헌법에 평시 3개 상륙사단과 3개 비행사단을 유지하도록 못 박고 있습니다.


서울의 서측방 관문인 한강, 김포반도, 강화도등 7개 섬들을 연결하는 50마일이나 되는 광정면(廣正面)을 지키는 ‘해병대 제2사단’과 서해 백령도, 연평도 등 5개 도서와 북한이 눈독 들이고 있는 NLL과 영해를 해군과 같이 수비하고 있는 ‘해병대 제6여단’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병력과 신예장비를 더 증강할 필요는 있어도 반대로 병력을 감축하는 일이 생긴다면 누가 무슨 수로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군도 마찬가지이만, 한국 해병대는 미국 해병대의 전술교리와 戰技를 전수받았고 전투경험도 같이 하였으며 기질도 비슷합니다. 최근의 미해병대 소식을 하나 소개하면 예전에는 대장이 2명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5명으로 늘었고 해병대 사령관, 부사령관, 합참의장, 유럽 연합군 총사령관, 미국 전략사령관 등 요직에 모두 보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기자가 부시대통령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기자: 왜 전례가 없는 합참의장이며, 전략사령관 등 요직을 해병대 장군으로 임명합니까?


부시: 육.해.공군도 해병대 기질을 닮으라는 뜻입니다.
기자: 그 기질이란 무엇입니까?
부시: ① 해병대는 언제든지 국가의 부름에 응하고,
②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③ 국가예산을 절약하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하였답니다.

 

민주주의에서 강조되는 말 중에,
“Equal pay for equal work."란 말이 있습니다. 같은 노동(일)에 같은 보수를 주어야 한다는 뜻인데 즉 동일한 공헌도에 동일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일제시대에 일본인과 똑같은 일을 하는 조선 사람은 그들의 1/5의 보수 밖에 받질 못 하였습니다.


해병대야 말로 가장 위험도가 많은 전쟁터에 투입되는 결사대입니다. 육.해.공군 각 군에도 여러 병과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전투병과가 우대를 받듯이 죽게 싸우는 해병대도 같은 배려를 받아야 할 것 입니다. 해병대에는 사주팔자가 나쁜 사람들만 들어온다는 비하감이나 자괴심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혹자는 해병대의 병력 규모가 군단정도이기 때문에 군단정도의 취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각 군은 각 군 나름대로 임무, 무기체계, 작전형태, 교육과 훈련약식 등 특수성과 독립성이 있고 軍種權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 해군과 공군의 병력이 지상군의 군단보다 적었을 때도 Service Chief로서 대장으로 보임된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합니다.

 

해병대도 1960년대 후반부터 3대에 걸쳐 사령관이 대장으로 보직되었다가 2년 임기 1명의 중장으로 강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치 대통령으로 있다가 국무총리가 되는 격이니 그 수치심과 휘하 장병들의 사기는 미루어 짐작이 되지 않겠습니까?

 

해병대의 계급구조도 좀 상향 조정되고 발언권도 좀 열려야하지 않겠습니까? 북한의 전력도 옛날과 달리 그 수도 많아지고 핵무기, 장사정포,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을 갖추어 얕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일, 국방부 국방개혁안 설명회에서 현직 장관에게 김성은 대선배 국방장관께서
「소싸움에 나가는 자기 소가 이기도록 하기 위해 인삼까지 다려서 먹인다는데 우리 해병대도 좀 잘 먹여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
고 지적하셨습니다.


고강도로 훈련되고 불과 같은 전투의지와 사기로 충만한 해병대에게 본연의 임무수행을 위해 필수불가결(必須不可決)한 전쟁수단을 갖추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① 개량된 신형 상륙돌격장갑차
② 수직상륙을 위한 헬기(육군 600여대 보유, 해병대 전무)
③ 목표해역으로 상륙군을 수송할 해군의 고속상륙수송함(LPX) 건조(북한 상륙함정 260척 보유, 한국해군 7척)
④ 대전차 미사일등 첨단무기


그동안 낙후된 전투력의 강화가 시급합니다. 무디고 녹슨 칼로는 귀신을 잡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괄목할 만한 개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세기도 더 전에 제정된 국군조직법과 관련 규정 및 관행은 해병대에게는 너무 인색합니다. 오히려 타군의 예비역들은 해병대를 격려하고 많은 시민들은 육.해.공군과 더불어 해병대를 선호하고 특히 나라의 장래 기둥인 청소년들은 해병대를 그렇게도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지난여름 독도문제가 시끄러울 때 “독도에 해병대를 보내라.”고 발언한 국회의원들의 주장을 기억합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마라톤 선수가 일장기를 보며 느꼈던 비애 같은 것을 가끔 느끼는 것은 저 하나뿐만이 아닌 줄로 압니다. 명절 때가 되면 외롭고 적적해하는 실향민들처럼 국군의 큰 축제나 행사 때에도 한번도 불려지지 않는 이름 「해병대」, 해병들은 몹시 쓸쓸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해병대의 명예와 전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명예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고, 전통은 싸워서 이긴 그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라고 하겠습니다.


해병대는 정예부대로의 국민들로부터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특히 젊은이들의 입대 경쟁률이 높은 선망의 군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축구공이 아무리 둥글어도 지나치는 법이 없듯이 오늘 이 세미나를 통해서 해병대는「높은 곳에 있을 때 떨어질 것을 생각하고, 가득 찼을 때 넘칠 것을 생각한다」는 자성(自省)과 겸손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도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