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5 살고 싶으면 외워라

머린코341(mc341) 2019. 10. 5. 10:23

실무생활-5

살고 싶으면 외워라


이병다운 이병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일일이 지도를 해 주실 선임은 727기 김정현 해병이었고 구석진 자리로 불러내어 핵심적인 주의사항 (진빠나면 죽음)을 교육해 주셨고 작은 쪽지 하나를 주셨는데 거기는 중대 선임들의 기수와 이름이 다 적혀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외워라. 물어봐서 모르면 죽는다 알겠지?"
"네 외우겠습니다"


그 때 부터 틈만 나면 쪽지를 꺼내 무차별로 외우기 시작했다. 기수야 적은데로 외우면 되는데 문제는 얼굴과의 매칭이었다.


그러니 고참의 얼굴과 명찰을 유심히 볼 수 밖에 없다. 중앙현관에 크게 사진과 이름 소속내무실이 적힌 현황판이 있었는데 거길 지나 다닐 때 마다 힐끗힐끗 보면서 필사적으로 외웠다.


내무실이 정해지고 중대의 정식 구성원이 되자 야간근무도 투입되었다.


그 당시 야간 근무중에 가장 편한 곳은 대대합사 (합동사무실) 출입문 이었는데 야간이나 새벽엔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다.


딴띠에 기술를 적은 종이를 몰래 넣어 합사 앞의 보안등에 겨우 비춰보면서 선임들의 기수와 이름을 외웠다.


21년이 지나도 희미하게 기억할 수 있을 만큼으로 외워쓰다. 정말이지 그때는 살고 싶으면 외웠어야 했다.


697기 박준호 해뱀,701기 김광기 해뱀..... 702기 ...    간혹 가다 명찰을 가리고 장난으로 묻는 선임들이 있었다.


웃으면서 "앗세이 내 이름이 뭐냐?" 라고 물을 때면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내 앞에서야 재미 있다고 웃으면서 넘기지만 틈이 나면 인계사항 (기수별로 내려오는 공지사항)에서 앗세이 기수 아직 못외웠다. 라는 말이 나왔고 그 때 마다 727기 선임은 고참들에게 죽통이 날아가야 했다. 


다행이도 그 선임은 심성이 착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에게는 손찌검을 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경고와 함께 D데이를 정했고 검사를 받기로 한 날 80여명의 중대 병력 기수와 이름을 평가 받으면서 죽통 2방을 맞고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테스트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