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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 건설의 요람 우한…신종 코로나, 中 잠수함 정조준하다

머린코341(mc341) 2020. 2. 25. 05:43

중국 해군 건설의 요람 우한…신종 코로나, 中 잠수함 정조준하다


지난 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대륙을 집어삼킬 듯이 퍼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도시 봉쇄에 나섰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중국 당국의 조치를 비웃듯 전국으로 퍼지며 시진핑 체제를 흔들고 있다.


ⓒ셔터스톡


바이러스의 공포는 중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정부는 춘제(春節) 연휴 기간을 연장하고, 바이러스 감염 의심이 되는 사람은 14일간 자가 격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이 2월 초까지 문을 닫았다. 확진자가 나온 일부 사업장은 직장 폐쇄 조치까지 이뤄졌다.


문제는 중국군 무기를 생산하는
방위 산업체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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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이코노믹타임스는 중국과 홍콩 소식통을 인용해 코로나 사태가 중국의 군사 현대화 프로젝트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한은 물론 상하이와 선양, 다롄 등 중국 각지에 있는 방산업체들이 가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한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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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최초로 창궐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중국 해군의 미래를 설계하는 해군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륙에 위치한 우한을 해군 도시라고 소개하면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우한은 15개의 항구를 가진 항구도시이자 중국 해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다. 단지 해안(海岸)이 아닌 강안(江岸)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 우한은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인 장강(長江, 양쯔강)이 지나는 도시다. 우한엔 중국 최대의 재래식 잠수함 건조 시설인 우창선박중공업집단(武昌船舶重工集團有限公司)의 우창조선소가 있다.


우창선박중공업집단.ⓒ우창선박중공업집단 홈페이지


양쯔강 사이로 이 조선소의 맞은편 차오커우구(?口?)에는 중국해군이 운용 중인 전투함 대부분을 설계한 해군공과대학(中?人民解放軍海軍工科大學)과 산하 연구소, 그리고 이들과 협업하는 중국선박중공업집단(中國船舶重工集團公司) 산하 제701연구소 시설들이 있다. 우한을 해군 도시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우한에  조선소와 해군 시설을
설치한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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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데다 양쯔강이 흐르는 우한이야말로 각종 기술 개발과 함대 건조 사업을 은밀히 추진하는데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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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은 중국 최대의 강이다. 티베트 고원 탕구라 산맥에서 발원한 이 강은 무려 6300km다. 길이만큼이나 깊이와 수심도 엄청나다. 넓은 곳은 폭이 17km에 달하며, 깊은 곳은 수심이 150m에 달한다. 덕분에 이 강에는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배가 다닌다. 해안에서 직선거리로 1300km나 떨어진 내륙의 충칭 인근에서는 1000t급 여객선과 화물선이 운항하고, 해안에서 직선거리로 560km 떨어진 우한에서는 5000t급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 우한 일대의 양쯔강 강폭은 좁은 곳도 1km가 넘고, 수심도 10m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중형 호위함은 물론 잠수함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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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깊숙이 위치해 적의 정찰이나 공습으로부터 안전한 우한에 중국은 해군 주요 시설들을 설치하고 해군력 건설의 요람으로 삼았다. 이곳은 미국이나 일본의 정찰기가 접근할 수도 없고, 잠수함이나 잠수정으로 침투하는 것도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곳에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시설들을 집중적으로 설치했다.


대표적인 것이 잠수함이다. 중국해군 수중 함대의 고향은 중국의 대표적 해안 도시인 상하이나 다롄이 아닌 우한이다. 1960년대 소련의 로미오급을 복제해 중국 최초의 실전용 잠수함인 033형의 코드명이 우한급(Wuhan class)인 것은 이 잠수함들이 우한에서 설계되고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은 원자력 잠수함을 갖기 전까지 035형 밍(明)급과 039형 송(宋)급, 039A/041형 위안(元)급 등 모든 재래식 잠수함을 우한에서 개발했고, 대부분의 물량을 우창조선에 맡겼다.


중국 033형 잠수함.ⓒ위키피디아


20척이 운용 중인 주력 재래식 잠수함 3600t의 039A/041형 위안급은 전량 우창조선소에서 건조돼 양쯔강을 타고 바다로 나왔다. 이 조선소에서는 태국과 파키스탄 해군이 발주한 위안급의 파생형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 태국 해군 장병들은 우한에서 잠수함 운용 교육까지 받았다.


우한에는 잠항 기술 개발 시설도 밀집돼 있다. 중국은 재래식 잠수함에서 개발된 수중 전투체계와 동력계통, 무장 시스템 등을 우한에서 자체 개발했는데, 이러한 장비들은 모두 우한에 소재한 해군공과대학과 산하 연구소들에서 개발됐다.


1949년 우한시 챠오커우구에 설치된 해군공과대학은 중국해군의 건함(建艦) 기술의 산실이다. 학사·석사·박사 과정의 34개 학부를 두고 있으며, 다수의 부설 연구소에서 함정 기본 설계는 물론 추진체계와 무장에 이르기까지 중국해군이 운용하는 거의 모든 선박과 무장, 장비들이 이곳에서 구상되고 설계됐다.


J-15 전투기.ⓒ위키피디아


지난 2009년 위성을 통해 처음 그 존재가 확인돼 SNS로 ‘육상 콘크리트 항공모함’으로 화제가 됐던 훈련용 모형 항공모함이 내륙 도시인 우한에서 발견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항공모함과 동일한 크기와 형상이지만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설된 이 모형은 중국이 랴오닝(遼寧) 항공모함을 실제 만들기 전에 항모 기술 개발과 운용 요원 훈련을 위해 건설한 구조물이다. 중국은 여기서 J-15 전투기 이·착함 훈련을 비롯한 항모 운용 교리 연구를 수행한 바 있었다.


우한에서 시작된 항공모함 연구는 랴오닝 항공모함과 산둥 항공모함을 만들어내고, 3번째 항공모함인 003형과 4번째, 5번째 항공모함을 준비하고 있다. 003 항공모함은 현재 상하이 장난(江南)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우한 해군공과대학은 이 항공모함의 설계와 건조 지원은 물론 여기에 탑재할 전자식 항공기 사출 장비(EMALS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 함정용 지휘통제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한 해군공과대학에서는 차세대 항공모함인 004, 005의 개념 연구와 설계는 물론 차세대 구축함과 잠수함, 레일건 등 중국 해군의 미래를 책임을 첨단 무기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우한 일대가 봉쇄되면서 항모 개발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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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구시설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폐쇄된다고 해서 중국의 항모 개발이 완전히 취소되진 않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파급 효과’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장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003 항공모함의 건조 작업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역시 지난 1월 26일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함정(艦艇) 건조의 특성상 구성품의 개발이나 제작이 늦어지면 이 구성품을 받아서 함정에 장착·조립하는 조선소 공정은 연구개발 일정 지연 기간보다 몇 배는 더 늦어진다.


문제는 중국의 조선소들이
일정 지연을 기다려 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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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는 국제 선박 시장에서 외면 받기 시작한 중국 조선업계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는 형편없는 품질과 친환경 규제에 역행하는 기술, 납기지연과 불량 발생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으로 응대하는 서비스 때문에 매년 수주량이 급감해 조선소 줄폐업 사태를 겪고 있다.


2010년 전성기 당시 396개에 달하던 조선소 가운데 286개가 폐업했고, 나머지 110개 조선소도 수주 잔고가 거의 없거나 고객선사와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로 인해 은행권 선수금환급보증(RG)도 못 받는 상황으로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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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소들은 지난 2018년부터 중국 정부가 뿌린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으로 ‘산소 호흡기’를 달고 연명 중이다. 중국은 1척에 수천억 원씩 하는 군함과 해안 경비함을 매년 수십 척씩 찍어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한 해군력 증강이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조선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 자금으로 겨우 유지되는 조선소가 폐렴 사태로 폐쇄돼 몇 달간 가동이 중단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이미 망했어야 할 조선소 수십 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비정상적인 건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이 심각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돈을 쥐어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1월 중국군 관계자를 인용해 비용 문제 때문에 항공모함 추가 건조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군 내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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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비통제 및 군축협회 선임고문이자 중국 군사전문가인 인민해방군 예비역 육군소장 쓔광유(徐光裕) 장군은 지난 3일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사태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이 사태가 인민해방군 무기와 장비 프로그램에 최소 몇 달간 최악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 출신이 관영매체에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해군의 현재는 물론 미국을 제치고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몽(中國夢)’까지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과연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미래와 체제마저 위협하는 바이러스 대란을 극복할 수 있을까?


글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정리 차이나랩 이승호


[차이나랩] 202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