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197기 김금산

[해병대의 기적] 3. 귀신 잡는 해병대

머린코341(mc341) 2015. 1. 5. 20:17

[해병대의 기적] 3. 귀신 잡는 해병대

 

“너희는 지금부터 모두 귀신 잡는 해병대다. 알았나?”

 

“알았슴닷!!”

 

“목소리가 작다. 알았나?”

 

“알았슴닷!!!!!”

 

“동작 그만! 다시 명령을 하달한다. 연병장에 4열 종대로……, 헤쳐모여!”

 

신병들이 일제히 복창했다.

 

“헤쳐모여!!!!!”

 

“실시!”

 

“실시!!!!”

 

연병장으로 나온 신병들이 우왕좌왕하자 소대장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너희들은 4열 종대도 모르나? 모두 모자 벗고 꼬라박아!”

 

“꼬라박아!!!”

 

계속된 원산폭격으로 신병들의 머리가 붓기 시작했다.

 

“동작 그만! 조교가 시범을 실시한다. 실시!”

 

“실시!”

 

조교가 병사로 뛰어 들어갔다가 연병장으로 다시 뛰어 나오면서 자리를 잡고 나서 오른손을 들고 외쳤다.

 

“기준!!”

 

“맨 먼저 도착한 신병이 ‘기준’ 하고 구령을 외친다. 이제 알았나?”

 

“알았슴닷!”

 

“그럼 다시 실시한다. 실시!”

 

“실시!!”

 

신병들이 병사로 들어가자 조교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명령을 내렸다.

 

“연병장에 4열 종대로 헤쳐모여!”

 

“헤쳐모여!!!!”

 

연병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신병이 손을 들고 외쳤다.

 

“기준!!!”

 

손을 든 신병을 기준으로 4열 종대 대열이 만들어졌다.

 

“지금부터 구보한다. 목표는 왕자식당! 뛰어 갓!”

 

조교의 구령에 맞추어 구보가 시작되었다.

 

“앗 두 서 너, 앗 두어……, 앗 두 서 너, 앗 두어…….”

 

왕자식당이 가까워지자 비린내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모두 제 자리에 섯!”

 

신병들이 구보를 멈추고 대열을 정리했다.

 

“지금부터 오른쪽 줄부터 식당으로 들어가 차례대로 앉는다.”

 

신병들이 마주보고 앉은 식탁에는 프라이팬에 담은 국밥과 스푼이 놓여 있을 뿐 반찬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밥은 보리가 80%이고 국은 콩나물과 도루묵을 넣어서 끓인 된장국이었다.

콩껍질을 제거하지 않아서 콩껍질이 국밥 위에 수북이 쌓여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신병들은 모두 그런 밥을 먹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부터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시간은 3분이다. 밥을 남기는 놈은 모두 기합이다. 알았나?”

 

“알았습니다.”

 

“목소리가 작다. 알았나?”

 

“알았슴닷!!!”

 

신병들은 냄새가 역겨워 고개를 돌리면서 복창했다.

 

“고개를 돌린 놈이 누구야? 똑바로 못하나?”

 

신병들이 흠칠하여 고개를 똑바로 했지만 눈동자는 딴 데로 굴리고 있었다.

소대장이 화가 나서 명령했다.

 

“조교! 모두 식당 밖으로 집합시켜!”

 

조교가 호루라기를 불고 명령했다.

 

“동작 그만! 모두 식당 밖으로 4열 종대로 헤쳐모엿!”

 

신병들이 식당 밖으로 뛰어나가 4열 횡대로 늘어섰다. 조교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너희들은 횡대와 종대도 모르나? 종대로 다시 혜쳐모여!”

 

“헤쳐모여!!!!”

 

신병들이 종대로 다시 늘어섰다.

 

“모자 벗어! 명령을 내리면 모두 모자를 벗어서 오른쪽 발 앞에 내려 놓는다. 알았나?”

 

“알았슴닷!”

 

“모자 벗어!”

 

“모자 벗어!!!”

 

식당 앞은 청소한 물이 흘러 나와 군데 군데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신병들이 흙탕물을 피해 모자를 내려 놓았다. 소대장 명령이 떨어졌다.

 

“꼬라박아!”

 

운이 좋아서 웅덩이를 피한 신병은 머리를 박았지만 웅덩이에 서 있는 신병들은 멈칫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흙탕물에 머리를 박아야 했기 때문이다.

소대장이 말했다.

 

“해병대는 X으로 밤송이를 까라면 까는 곳이다. 알았나?”

 

“알았슴닷.”

 

“꼬라박아!”

 

“꼬라박아!!!!”

 

재수가 없는 신병들은 흙탕물에 머리를 꼬라박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흙탕물에 머리를 꼬라박아야 했다.

흙탕물이 이마까지 차 올랐다.

 

“4시 방향! 9시 방향!”

 

나는 흙탕물에 뒤범벅이 된 머리를 돌리면서 생각했다.

(해병대를 개병대라고 하더니 정말이구나. 이런 것을 견뎌내야 귀신 잡는다는 해병이 될 수 있겠지.)

 

“동작 그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머리에 묻었던 흙탕물이 얼굴로 주루루 흘러내렸다.

나는 호주머니에 넣어둔 수건으로 얼굴을 훔쳤으나 손바닥 만한 손수건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의 손과 얼굴이 온통 흙탕물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다시 식당으로 들어간다. 실시!”

 

“실시!!!”

 

신병들이 식탁을 마주 보고 앉았다.

나는 흙탕물로 범벅이 된 손을 바지 안으로 밀어 넣어 바지 안창과 내복에 대고 비비기 시작했다.

손을 닦기 위해서는 도리가 없었다.

 

“식사 시작!”

 

“감사히 먹겠습니다.”

 

나는 흙투성이가 된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눈을 돌려 눈치를 보자 신병들이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먹자. 2년 동안 죽었다고 생각하자.)

 

내가 용기를 내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시간이 3분밖에 되지 않아서 씹을 시간도 없었다.

입에 밀어 넣어 삼키기에도 바빴다.

내가 절반 정도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옆에 있던 신병이 자기 밥을 나의 프라이팬에 덜어내는 것이 아닌가?

 

내가 깜짝 놀라 바라보자 신병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애원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밥을 한 숟가락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둘러 보자 신병들은 거의 모두가 밥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신병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나도 다 못 먹는단 말이야.”

 

소대장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식사할 때는 말이 필요 없다. 조용히 못 먹나?”

 

나와 신병이 흠칫했다.

신병은 마침내 밥 덜기를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한 숟가락을 입 속에 넣어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동작 그만. 식사 끝.”

 

신병들이 동작을 중지했다.

 

“복창 못하나? 식사 끝!”

 

신병들은 입 속에 들어 있는 밥을 우물거리면서 복창했다.

 

“식사 끝!!!”

 

“지금부터 식기를 씻어서 반납한다. 깨끗이 씻는다. 알았나?”

 

“알았슴닷!!”

 

“실시”

 

“실시!!!”

 

신병들이 복창하면서 세척장으로 달려갔다.

신병들은 먹다 남은 밥을 세척장에 있는 짬빵통에 버렸다.

대형 짬빵통은 먹다 남은 밥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식기를 세척하면서 그제야 얼굴과 손을 씻고, 손수건을 꺼내 빨았다.

물이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지금 빨지 않으면 빨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병들이 4열 횡대로 집합했다.

 

“모두 복창한다. 식사군기 불량!”

 

“식사군기 불량!”

 

“목소리가 작다. 식사군기 불량!”

 

“식사군기 불량!”

 

“모두 꼬라박아!”

 

“꼬라박아!!!!”

 

나는 먹었던 밥이 입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견뎠다.

 

“동작 그만. 자리에 앉아!”

 

신병들이 자리에 앉았다.

 

“복창 안하나? 모두 일어서!”

 

“일어서!”

 

신병들이 복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꼬라박아!”

 

“꼬라박아!!!”

 

신병들이 다시 머리를 꼬라박았다.

 

“동작 그만. 앉아.”

 

“앉아!!.”

 

신병들이 복창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지금부터 담배를 피운다. 실시!”

 

“실시!”

 

신병들이 화랑담배를 꺼냈다. 그렇지만 불이 없었다.

훈련소는 담배를 주었지만 성냥은 주지 않았다.

성냥이 없는 신병들은 모두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뱃불이 삽시간에 퍼졌다. 나도 가까스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았다.

 

“동작 그만. 담뱃불 꺼!”

 

신병들이 담배를 피우다가 어처구니 없는 눈으로 소대장을 바라보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지 못한 신병도 있었기 때문이다.

 

“복창 안하나? 담뱃불 꺼!”

 

“담뱃불 꺼!!”

 

나도 복창하면서 담뱃불을 끄고 꽁초를 주머니에 넣었다. 훈련소는 화랑담배를 6일마다 2갑을 배급했다.

나는 하루에 한 갑을 피웠기 때문에 한 갑으로 3일을 피우기 위해서는 담배 한 까치를 3번으로 나누어 피워야 했다.

꽁초를 금쪽처럼 취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어서.”

 

“지금부터 구보로 병사로 돌아간다. 출발!”

 

“앗 두 서 너, 앗 두 서 너. 앗 두어…….”

 

달걀을 쥐듯이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을 바지 재봉선에 놓는다.

팔을 흔들 때는 주먹이 어깨 높이로 수평이 되도록 흔든다.

팔을 들어 올릴 때는 손등이 어깨와 수평이 되게 한다.

왼편으로 돌고 오른편으로 돌 때는 직각으로 꺾으면서 돈다.

교육이 끝나자 제식훈련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갓!”

 

“오른편 돌아 갓!”

 

“왼편 돌아 갓!”

 

“뒤로 돌아 갓!”

 

소대장의 눈꼬리가 찢어졌다.

 

“고문관! 앞으로 나왓!”

 

신병들은 모두 자기가 지목된 것이 아닌가 하여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너야 임마!”

 

팔을 거꾸로 흔드는 신병이 불려 나갔다.

 

“고향이 어디야?”

 

“충청돕니다.”

 

“그럴 줄 알았다. 앞으로 걸엇!”

 

신병들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팔과 다리가 X자로 교차되지 못하고 팔과 다리가 함께 나가는 것이었다.

소대장이 주의를 주어도 그는 팔을 더욱 높이 흔들 뿐 고쳐지지 않았다. 소대장이 조교에게 명령했다.

 

“특별훈련을 시켜!”

 

“알았습니다.”

 

특별훈련을 실시할 신병이 한 명 더 있었다. 부동자세로 서면 주먹이 통과할 만큼 무릎 사이가 크게 벌어지는 신병이 있었다. 조교가 특별훈련을 시키려고 2명을 대열에서 이탈시켰다.

 

“번호 맞춰 갓!”

 

“앗… 두… 서… 너…, 앗두서너, 앗두서너”

 

“제2! 번호 맞춰 갓!”

 

“앗……, 두……, 서……, 너……, 앗… 두… 서… 너…, 앗두서너, 앗두서너”

 

“육군! 번호 맞춰 갓”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여군! 번호 맞춰 갓!”

 

신병들은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번호를 구령했다.

오후과업이 끝나자 신병들은 모두 파김치가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자 모두 허기가 졌다.

고된 훈련이 에너지를 엄청나게 쏟아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신병들이 왕자식당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코를 찔렀던 역겨웠던 냄새가 어느덧 구수한 냄새로 변하고 있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식사시간이 짧았지만 모두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보리가 목을 긋고 지나갔지만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모두 허겁지겁 퍼먹었다.

저녁식사에서 밥을 남긴 신병은 몇 명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