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197기 김금산

[해병대의 기적] 4. 고향 앞으로 가!!

머린코341(mc341) 2015. 1. 5. 20:26

[해병대의 기적] 4. 고향 앞으로 가!!

 

5시 기상, 6시 아침식사

9시부터 12시까지 오전과업

12시부터 13시까지 점심식사

13시부터 17시까지 오후과업

18시부터 19시까지 저녁식사

19시부터 21시까지 자유시간

21시부터 순검준비

22시부터 순검 취침

 

자유시간이 있었지만 훈련소는 신병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신병들은 꽉찬 일정과 정해진 틀에서 생활할 뿐이었다.

자유시간에는 총기를 손질하고 관품을 정리하고 조교가 군가와 해병대 곤조가, 호래비 곤조가, 성냥공장 아가씨 노래를 가르쳤다.

 

21시가 되자 순검준비에 들어갔다.

순검은 병사 내외의 청결과 총기 손질상태, 관품의 정돈상태를 점검 받고 각종 암기사항을 테스트 받는 시간이었다.

 

신병들은 관품을 절도 있게 쌓으려고 마분지를 가로 25쎈치, 세로 4쎈치로 잘라서 옷 속에 밀어 넣어 각이 지게 만들고, 시트를 씌운 모포가 각이 지게 하려고 이빨로 깨물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잘해도 순검이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순검이 있을 때마다 기합을 받았기 때문에 훈련소에 순검이 없다면 신병들은 모두 훈련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순검은 신병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통으로 작용했다.

 

“순검 15분전, 순검 5분전”

 

마침내 공포의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검 5분전! 순검 5분전!”

 

순검은 일선 부대에서는 주번사관이 실시하지만 훈련소에서는 소대장이 실시했다.

향도의 지시에 따라서 신병들이 양 쪽 침대 앞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2열 횡대로 정열하기 시작했다.

“순검! 순검!”

 

마침내 순검이 시작되었다.

소대장이 조교와 함께 병사로 들어 왔다.

 

“차렷!”

 

향도가 소대장에게 경례를 붙이고 보고했다.

 

“보고합니다. 총원 45명, 현재원 41명, 사고 4명, 사고내용 불침번 2명, 동초 2명.”

 

향도가 뒤돌아 서면서 외쳤다.

 

“번호!”

 

신병들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번호를 차례대로 외쳤다.

 

“하나.”

 

“둘.”

 

“마흔 하나. 번호 끝!”

 

소대장이 말했다.

 

“좋아!”

 

소대장이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식기함 위를 쓸었다. 흰 장갑에 먼지가 묻어 나왔다.

 

“복창해! 청소불량!”

 

신병들이 복창했다.

 

“청소불량!!!”

 

소대장이 식기함을 열고 식기의 세척상태를 점검했다.

훈련소는 온수가 없어서 한 겨울에도 얼어 있는 물로 세수도 하고 식기를 세척해야 했다.

대충 대충 씻은 식기가 무더기로 나왔다.

소대장이 노했다.

 

“식기세척 불량!”

 

“식기세척 불량!!”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되나? 식기세척 불량!”

 

“식기세척 불량!!!!”

 

“총원! 팬티 바람으로 연병장에 일렬 종대로, 선착순 집합!”

 

신병들이 팬티만 입은 채 맨발로 연병장으로 달려나갔다.

차가운 진해의 바닷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신병들의 몸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신병들은 연병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를 외치고 웅크리고 앉았다.

진해는 남단의 끝으로 기온이 높아서 한 겨울에도 눈을 구경할 수 없었다.

눈이 땅에 닿는 순간에 녹아버렸다. 그렇지만 바다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체감온도는 훨씬 더 추웠다.

칼날 같은 바닷 바람이 신병들의 살갗을 파고 들었다.

 

모두 추위에 떨기 시작했다.

 

“해병대가 너희들 안방인줄 아나? 앙?”

 

“잘하겠슴닷!!!”

 

신병들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엎드려 뻗혀!”

 

빳다치기가 시작되었다.

 

“딱”

 

“하나”

 

“딱”

 

“둘”

 

신병들은 빳다를 맞을 때마다 숫자를 세면서 10대씩 맞았다.

소대장과 조교는 5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빳다를 쳤고 신병들의 비명 소리가 밤 하늘을 진동했다.

 

신병들에게 추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고통과 공포만이 있을 뿐이었다. 빳다치기가 끝나자 소대장이 호명했다.

 

“21번 손들어!”

 

21번으로 연병장으로 뛰어나온 신병이 손을 들었다.

 

“21번부터 다시 원위치!”

 

“원위치!!”

 

신병 25명이 병사로 허겁지겁 들어가는 뒤에서 조교가 호루라기를 불며 외쳤다.

 

“호르르르르………. 연병장으로 다시 일렬 종대로 선착순 집합!”

 

신병들이 숨을 헐떡거리면서 연병장으로 다시 집합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25명의 신병들에게 5대씩 빳다 치기가 시작되었다.

 

“딱”

 

“하나”

 

“딱”

 

“둘”

 

빳다 치기가 끝나자 소대장이 다시 호명했다.

 

“11번 손들어!”

 

11번째 신병이 손을 들자 명령했다.

 

“11번부터 일렬종대로 헤쳐모여!”

 

“헤쳐모여!!!”

 

“동작이 그것밖에 안되나? 앙?”

 

“잘하겠슴닷!!!”

 

15명이 빳다를 5대씩 더 맞기 시작했다.

다른 소대에서도 기합을 받고 있어서 연병장은 신병들의 신음과 고통소리로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지구력은 있었지만 동작이 빠르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빳다를 맞았다.

나는 빳다를 맞으면서 조교가 힘이 많이 빠졌다고 생각했다.

처음보다 훨씬 덜 아팠다.

(이 정도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

 

기합이 끝나고 재순검에 들어갔고 순검이 끝나자 12시가 넘었다.

나는 엉덩이가 아파서 엎드려 잠을 잤다.

기상나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세면장과 화장실이 온통 북새통이었다.

신병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볼 일을 보았다.

찬바람과 찬물이 신병들의 피부 속을 파고들었다.

태권도 훈련이 시작되었다.

아침 밥이 꿀맛 같았다.

점심 밥을 먹을 때는 신병들은 모두 허기가 져서 많이 퍼놓은 밥을 서로 차지하려고 눈티나는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식사당번이 손으로 대충 배식을 하기 때문에 양이 같을 수 없었다.

식사당번들이 더 먹으려고 자기들이 먹을 밥을 많이 퍼놓았다가 소대장에게 기합을 받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신병들이 PX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숨겨두었던 돈으로 빵과 건빵, 비스킷을 사먹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 날이 되자 방한모자를 도둑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 신병의 방한모자를 누군가가 낚아채 갔던 것이다.

방한모자를 긴바이한 신병은 방한모자를 PX에서 팔고 그 돈으로 빵을 사서 먹었다.

방한모자를 잃어버린 신병은 소대장과 조교로부터 빳다를 실컷 맞고 나서 명령을 받았다.

 

“보충해!”

 

신병은 다른 소대로 가서 방한모자를 긴바이했고, 긴바이를 못하는 신병은 PX에 가서 돈을 주고 사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도 방한모자를 잃어버릴 뻔했다.

대변을 보고 있는데 한 신병이 화장실 문을 열고 방한모자를 낚아채려고 했다.

나는 긴바이 당하지 않으려고 모자 끈을 매고 있어서 모자가 벗겨지지 않자 그가 포기하고 달아났다.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은 대검이었다.

대검을 허리에 차고 있을 때 주의하지 않으면 칼을 빼가기 쉽기 때문이었다.

긴바이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신병들은 관품 간수에 총비상이 걸렸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긴바이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넷째 날이 되자 팔을 거꾸로 흔들던 신병이 팔을 제대로 흔들게 되었고, 무릎이 벌어졌던 신병의 다리가 오므라졌다.

 

조교의 특별훈련이 약효를 보았던 것이다.

조교가 소대원들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못된 버릇과 습관을 고치는 해결사다. 너희들 중에 고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 내가 모두 고쳐주겠다.”

 

소대원들이 몸서리를 쳤다.

조교가 특별교육을 어떻게 시켰는가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명의 소대원은 아구창이 씹창이 되도록 얻어 맞았고, 빳다를 많이 맞아서 궁둥이가 터지기도 했다.

그들은 조교의 잔인한 기합에 치를 떨면서 버릇을 고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소대원은 소대장을 개철수로 부르고 조교를 개인영으로 불렀다.

그들은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인정사정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어서 성을 개씨로 바꿔서 불렀다.

개철수는 소대장으로 부임하여 두 번 연속으로 명예소대를 만든 사람이었다.

 

그가 이번까지 명예소대를 만들면 표창을 받게 되고, 표창은 승진하는데 유리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명예소대를 만들려고 소대원을 무지막지하게 다룰 것이라는 소문이 훈련소 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나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훈련을 세게 받아야 강한 군대가 되고, 강한 군대가 되어야 강한 성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훈련소는 1주일에 한 번 목욕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지만 목욕시간이 1분밖에 되지 않아서 비누칠을 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머리만 겨우 감았을 뿐이었다.

저녁이 되자 소대장이 말했다.

“해병대 복무가 싫고 훈련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손을 들어라. 입대를 취소해 주겠다.”

 

소대원들은 눈치를 보기만 할 뿐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없나? 기회는 오늘 뿐이다.”

 

멈칫거리며 한 명이 손을 들자 9명이 따라서 손을 들었다.

소대장이 손을 든 신병들을 집합시켰다.

 

“이 간나 새끼들아! 해병대가 너희들 안방인 줄 아나? 입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입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야? 해병대가 장난하는 곳인가?”

 

소대장의 서슬 퍼런 호통에 10명이 기가 죽기 시작했다.

 

“좋다! 그 대신 해병대 맛이 어떤가를 보여 주겠다.”

 

소대장이 꿀꺽 침을 삼키고 말했다.

 

“10명 모두 팬티 바람에 완전무장으로 연병장에 집합!”

 

10명은 모두 후회했지만 이미 버쓰 지나간 뒤였다.

신병들은 물세례를 받았다.

소대장이 바케츠 물을 캔통컵으로 퍼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 신병들을 향해서 뿌려대기 시작했다.

물방울이 신병들의 알몸을 스치면서 묻었고, 찬 바람은 물방울을 얼음 조각이 되었다.

송곳으로 살을 꿰뚫는 고통을 참지 못하여 신병들이 손바닥으로 물방울을 털어 내자 빳다 세례가 시작되었다. 기합을 받고 병사로 돌아온 신병들의 알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다.

 

소대장이 다시 물었다.

 

“해병대 입대를 포기할 사람, 손들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죽으면 죽었지 훈련을 못 받겠다는 사람 없나?”

 

소대장이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말했다.

 

“더 이상 기합은 없다. 그래도 없나?”

 

소대장이 신병들을 훑어 보았다.

 

기합이 없다는 말에 한 신병이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다.

 

“더 없나?”

 

4명이 더 손을 들었다.

 

“좋다! 조교! 이 자들에게 퇴소기념 빳다를 앵겨!”

 

조교가 5명을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리게 했다.

 

“팬티를 종아리까지 내려!”

 

5명은 멈칫거리며 엎드린 자세에서 팬티를 종아리까지 내렸다.

조교가 빳다에 물을 묻혀가며 알몸에 빳다를 20대씩 치기 시작했다.

신병들의 입에서 죽어 가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빳다가 끝나자 소대장이 말했다.

 

“일어서!”

 

신병들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한 기합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살기 어렵고 힘들 때는 오늘 받은 기합을 머리에 떠올리고 고통을 견뎌냈다는 긍지를 갖도록 한다! 알았나?”

“알았슴닷!”

 

“조교! 이 자들을 대대본부로 보내!”

 

향도가 구령했다.

 

“일동 차렷!”

 

“소대장님께 경례!”

 

소대장이 퇴소자들로부터 경례를 받고 말했다.

 

“5명 모두, 고향 앞으로 갓!”

 

5명이 훈련소를 떠났다.

남은 40명의 소대원들은 퇴소자들이 받았던 기합을 입에서 쓴 물이 나도록 받으면서 4주를 견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