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9 - 구정공세 (2)

머린코341(mc341) 2015. 8. 9. 22:24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9 - 구정공세 (2)



살을 태울 듯한 햇빛이 백사장에 내려 쬐었다. 백사장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열기를 내뿜었고 군화를 신은 발바닥이 익을 것만 같았다. 숨이 콱 막혔다.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중대는 계속 호이안 시가를 향해 기동했다. '따르륵~~ 따르륵~~'소리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 엎드렸다. 좌측 숲속에서 중대를 향해 날아오는 사격이었다. 실탄이 '핑~핑!'소리를 내면서 주위에 순서 없이 박혔다.


"각 소대는 일체 사격하지 말라. 조금전 지시한 바와 같이 좌측 숲속에는 인접 중대가 우리와 평행을 이루며 기동하고 있다. 아군의 사격인지 모른다. 일체 사격하지 말라."


중대장은 각 소대에게 응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실탄은 계속 중대를 향해 날아왔다. 처음에는 산발적인 사격이 가해 지더니 차츰 화력이 강해지면서 마구 퍼부어 왔다. V.C들은 우리가 응사하지 않으니까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백사장에서 기동이 멎어진 채 중대는 소나기 같이 퍼부어 날아오는 실탄을 속수무책으로 맞이하고 있어야만 했다. 인접중대를 불렀다.


"부산시, 부산시, 여기는 대구시."

"부산시 오버."

"부산시 쪽에서 대구시 쪽으로 계속 사격이 비오듯 날아오고 있다. 부산시는 대구시 쪽으로 사격을 중지하라. 대구시에 희생자가 생기겠다. 오버."

"부산시는 기동 중 사격한 사실이 없음, 오버."

"다시 한번 확인하라.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아군끼리 교전이 붙겠다, 오버."

"부산시는 기동 중, 대구시 쪽에서 총소리 계속 들려올 뿐 부산시는 사격한 사실이 없다, 오버."

"잘 알았다. 대구시는 기동 중 부산시 쪽에서 수없이 날아드는 사격 때문에 기동이 멎어있다. 부산시와 대구시 사이에 V.C들이 끼어들어 교란작전을 하는 모양인데 부산시는 각별히 사격에 주의하기 바람, 오버."

"부산시, 잘 알았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V.C의 사격은 더욱 거세어 졌다. 미칠 것만 같았다. 사격을 하자니 아군끼리 교전이 붙겠고 그냥 있자니 수없이 날아오는 실탄에 희생될 것 같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쉴 사이 없이 날아오는 실탄 때문에 백사장에 엎드려 있자니 백사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내리쬐는 태양을 참기 어려운 고통이 따랐다. 대대본부에 현 상황을 보고했다.


"대구시는 더 이상 사격만 받고 있을 수 없다. 대구시는 사격해 오는 방향으로 공격하겠다. 이상."

중대장은 화가 나 있었다.


"대구시, 잘 알겠다. 소수의 V.C 때문에 아군끼리 교전이 붙기 쉽다. V.C가 노리는 것은 바로 아군끼리의 교전이다. 지금 위치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소수의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계속 진출하기 바란다. 지금 27중대와 월맹 정규군 사이에 대접전이 붙어 상황이 급하다. 계속 진출 바람 이상."


중대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야! xxx야, 실탄이 비오듯 날아오는데 사격도 하지 마라, 공격도 하지 마라, 날아오는 실탄을 맞으면서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계속 진출하라, 네 놈이면 날아오는 실탄을 맞으면서 진출할 수 있겠나, xxx들."


중대장은 무전기의 수화기를 집어 던졌다. V.C들의 사격은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넓디 넓은 백사장에서 은폐, 엄폐물 하나 없이 기동이 멈추어진 중대를 향해 계속 퍼부어 왔다. 중대원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부산시, 부산시, 대구시,"

"부산시, 오버."

"V.C의 사격이 계속되고 있어 참기 어려울 지경이다. 부산시의 현 기동하고 있는 위치를 알고 싶다. 신호탄을 한발 쏘아 주기 바란다. 오버."

"부산시, 잘 알았음."


잠시 후  신호탄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부산시의 위치가 잘 보인다. 대구시는 낮은 사격을 하면서 진출하려고 한다. 혹시 한 두발의 사격이 날아가더라도 오해 없기 바람, 오버."

"부산시 잘 알았음 오버."


인접 중대와 교신을 끝낸 중대장은 각 소대에 재차 명령을 내렸다.


"각 장들은 잘 들어라. 지금 27중대의 상황이 매우 급한 모양이다. 각 장들은 각별히 주의하여 인접중대에 화가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낮은 사격을 V.C에게 하면서 기동한다. 특히 M79유탄발사기를 사용하라. 인접 중대의 위치는 조금 전 신호탄이 올라온 지점이다. 출발하라."

 

구정공세에 호이안 시가를 전차를 앞세우고 밀고 들어갔다.


중대장의 '앞으로 출발!' 고함 소리에 중대는 사격을 받아 가면서 진출했다. 사정거리가 짧은 유탄으로 V.C가 위치한 곳을 향해 사격을 하며 계속 나아갔다. '핑~ 핑~' 소리를 내며 날아온 실탄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공격했으면 하는 충동이 일었으나 이를 억제해 가면서 호이안 시가에 인접해 있는 공동묘지까지 진출했다.


공동묘지 지점에서 호이안시의 피난민들과 마주치면서 호이안 비행장 입구에 들어서니 호이안 시가의 우뚝 솟은 건물이 여기 저기 보였다. 시가지는 자동화기와 소화기 소리 그리고 포탄 폭발음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27중대와 합류하기로 되어 있던 중대는 27중대가 적을 격퇴시킨 뒤에 도착했으므로 대대본부로 부터 새로운 작전지시를 받고 시가로 진출했다.


작전지시는 호이안 시가의 일부분이 월맹 정규군에 의해 점령되었으니 점령당한 지점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적에게 점령당한 지점은 지도상의 A지점인 독일인이 경영하는 독일병원, B지점인 포로수용소, C지점인 형무소였다.


대대본부는 중대에게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A, B, C 지점을 확보하되 시가전에 돌입하면 조그마한 적대행위도 과감히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현재 호이안시에서는 V.C와 월맹 정규군이 합세해서 R-Bin(월남군)과 치열한 교전 중에 있음을 알려 주었다.

 

구정공세에 호이안 시가를 전차를 앞세우고 밀고 들어갔다.


중대는 배속된 전차를 앞세우고 전술 대형을 유지한 채 시가의 양쪽건물 인도 가까이 접근해서 호이안 시가지를 향해 서서히 접근했다. 처음으로 맞는 시가전이었다. 적들이 어떤 방법으로 시가전에 대항해 올지 몰라  우린 M16 총구를 건물 구석구석에 겨냥한 채 한발씩 시가지로 들어갔다.


중대가 진출하는 방향 쪽에서는 쉴 사이 없이 자동화기와 소화기 소리가 그치지 않고 폭음과 함께 들려왔다.


월맹 정규군과 월남군 사이에 대접전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호이안 시민들은 우리들의 모습이 신기해서 그런지 아니면 자기네를 도우러 왔다는 환영의 표정인지는 몰라도 기동하는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어느 순간에 적대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총을 쥔 손에 힘을 주면 시가지 안으로 진출했다.


중대가 먼저 진출한 지점은 A지점인 독일병원이었다. 목표 지점을 50m 가까이 둔 거리에서 중대는 기동을 멈추었다. 기동을 멈춘 지점은 호이안 성청 앞이었다. 독일병원 일대는 화염에 휩 싸였고, 그칠 줄 모르는 대접전의 사격소리와 폭음이 가득했다. 월남군 부상자를 실은 차량이 꼬리를 물고 계속 나왔다.


피비린내는 화염과 함께 시가지를 온통 덮고 있었다. 날름거리며 타오르는 화염은 아직도 인간의 피가 더 필요한지 그칠 줄 모르고 자동화기의 소총소리는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었다.


호이안 시가지는 인간 도살장이었다. 미처 치우지 못한 시체들은 시가지 곳곳에 즐비하게 널려져 있었고 부상자들은 계속 차량 편으로 실려 나왔다.

성청까지 진입한 중대는 3개 특공대를 조직해서 독일병원, 포로 수용소, 형무소를 향해 세부적인 지시를 한 다음 투입시켰다.


"따르륵~~따르륵~~ 꽝~ 꽝~"


가지각색의 소화기 소리와 포탄 폭발음이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중대가 위치한 10m 앞에는 월남군의 소형전차가 배치되어 있었고 그 전차 위에서는 월남군 병사 한 명이 총열이 벌겋게 달아 오른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자동소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성청 주위에는 우뚯 솟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건물들의 깨어진 창 틈마다 총구가 나와 불을 뿜었다. 그런 와중에서 월남군 부상자들은 혹은 기어서 나오고 혹은 업혀서도 나왔다.


'꽝~' 하는 폭발소리와 함께 바로 앞에 서 있던 월남군 전차가 적의 R.K.T포 사격에 정통으로 맞았다. 중대에 지원 나온 전차가 월남군 전차를 밀어내고 난 다음 그 자리를 메우고 월맹군들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건물을 엄폐물로 하여 독일병원으로 10분전에 투입된 특공분대의 분대장이 관통상을 입었다고 중대 전술망으로 보고가 들어왔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앞에서 적의 R.K.T포탄이 날아와 터졌다. 중대장은 "산개하라!" 고 고함을 질렀다. 계속하여 R.K.T포탄과 수류탄이 주위에 날아와 폭음을 내며 터졌다.


특공 분대장인 김하사관이 어깨 관통상을 입은 채 치료도 하지 않고 뒤로 빠지지도 않는다는 특공분대의 무전 연락을 받고 중대장에게 보고한 다음 독일병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독일병원 입구와 병원 안은 시체 투성이였다. 시체들을 피해 건물을 엄폐물로 삼아 "김하사관!, 김하사관!" 소리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 갔다.


'따르륵~ 딱쿵~따르륵~딱쿵~' 소리를 내며 건물 구석구석에서 나를 향해 집중적으로 실탄이 날아들었다. 날아온 실탄은 엄폐하고 있는 건물 벽에 맞고 튕겨나가기도 했고 땅바닥에 먼지를 일으키며 박히기도 했다. 소이동과 굴진으로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적의 사격을 피해 가면서 김하사관이 있는 건물까지 갔다.


김하사관은 작업복이 붉게 물든 채 피를 계속 흘리면서 V.C가 사격하고 있는 건물 쪽으로 나가려고 분대원의 부축을 뿌리치고 있었다.


"김하사관, 나다. 여긴 내가 맡을 터이니 넌 뒤로 빠져 치료를 해야 한다. 출혈이 심하다. 빨리 빠져나가라."

김하사관을 부축하여 후퇴할 것을 재촉했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저 새끼들을 죽이기 전에는 이곳에서 한치도 뒤로 물러설 수 없소."


부축한 것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을 쳤다.


"저놈들은 내가 없애주겠다. 뒤로 빠져 중대로 가라. 출혈이 심하다. 부탁한다. 김하사관."


애원하다시피 했다. 김하사관은 박해병의 등에 업혀 조금씩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V.C들은 김하사관을 업고 빠지는 것을 보자 창 구석구석마다 총구를 내밀고 집중 사격을 해 왔다.


"작전 하사관이다. 너희들은 내 명령을 따라라. 김하사관이 빠질 수 있게 엄호 사격을 해야 한다. 제일 우측에 있는 놈부터 한 놈씩 맡아 일제히 사격한다. 그 틈에 박해병은 김하사관과 같이 빠진다."


시가지를 점령하겠다고 밤새 버티던 월맹 정규군이 청룡의 총구에 쓰러졌다(호이안 구정공세)


대원들은 엄폐된 건물 창문 속에 있는 V.C들을 제각기 하나씩 맡았다.



"사격~ 개시!"


대원들은 일제히 V.C들이 총구를 내밀고 있는 창문을 향해 사격을 했다.


"따르륵~ 따르륵~ 따르륵~"


그 틈을 이용하여 박해병이 김하사관을 부축하면서 뒤로 빠질 수 있었다.


"유탄 사수! 유탄 몇 발 있나?"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 유탄을 이리 다오."


M16소총을 유탄 사수에게 준 다음 M79 유탄발사기를 받아 들었다. 제일 우측 창문에 있는 놈을 향해 유탄을 발사했다. '펑~' 소리를 내며 유탄은 우측 창문을 정확히 날아들어 폭발했다. 우측에서 좌측까지 V.C들의 총구가 보이는 곳마다 유탄으로 한방에 잠재워 버렸다.


"작전하사관님, 사격 솜씨 알아줘야 되겠습니다."

"이래도 해병대 특등사수야, 임마."

'따르륵~' 콩 볶는 소리를 내며 3층 건물 옥상 우측에서 자동화기 사격이 날아들었다.

"전해병, R.K.T 사격 자신 있나?"

"예, 자신 있습니다."

"우측에 있는 자동화기에다 한방 먹여라."


전해병은 곧 3층 건물 옥상을 향해 포구를 조정하더니 '슛~꽝' 하면서 적의 자동화기 진지에다 한방 쏘았다. '꽝~' 소리를 내면서 자동화기 진지가 공중 분해되었다.

 

어느 월맹 정규군의 최후(호이안 구정공세)


"잘 했다. 사격 솜씨가 만점이다."


창 틈에서 쏘아대던 사격도 뜸해졌다. V.C들은 대부분 유탄에 죽거나 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남은 유탄을 아직도 저항하고 있는 몇 곳의 창문을 향해 발사했다. 사격이 주춤해진 틈을 이용해서 병원 안으로 일제히 들어갔다. 곳곳에서 총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몇 몇 남은 V.C들과 대원들간의 숨바꼭질 접전이었다. 총격전을 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나자 대원들은 저항하는 놈들을 완전히 확인 사살 시켰다고 보고했다.


"수고했다. 중대진지로 철수한다."


병원 정문을 막 나서는데 '짱~짱~짱~' 하는 폭발음과 함께 성청과 독일병원 주위 일대에 적의 61m/m와 82m/m 박격포탄이 일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낙하하는 포탄을 피해가면서 대원들을 데리고 중대까지 이동했다. 적의 박격포탄 세례는 계속되어 중대가 위치한 지점에 '짜장~짱~' 하는 폭발음을 내며 터졌다. 1소대 이하사관과 3소대 장하사관이 순식간에 포탄 파편상을 입고 피를 흘렸다.


"엎드려라! 움직이지 마라!"


계속 낙하되던 적의 61m/m와 82m/m 박격포탄은 100여 발 가까이 된 뒤 멎었다. 갑작스런 포탄 낙하와 V.C의 사격으로 중대에는 4명의 하사관이 부상을 입는 피해를 보았다.


포탄 낙하는 멎었으나 V.C의 R.K.T포 사격과 소총 사격은 여전히 성청 쪽을 향해 퍼부어 왔다. 형무소와 포로 수용소로 갔던 특공 2개 분대가 월남군과 합류, 임무를 수행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중대는 26중대와 합류한 다음 V.C와 정규군들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시가전에 들어갔다. 중대의 선두에는 L.M.G를 쏘면서 전차가 앞장을 섰다. V.C와 정규군들의 사격은 이곳 저곳에서 집요하게 계속 되었다. 중대는 전차의 옆과 뒤에서 전술대형을 유지한 채 계속 밀고 들어갔다.


치열한 격전을 계속 되었다. 중대는 저항하는 적들을 하나하나 격퇴해 가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앞서가던 전차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멎어 버렸다.


적의 R.K.T 포탄이 명중된 것이었다. 전차를 운전하던 운전병이 부상을 입었고 L.M.G를 쏘던 자동화기 사수도 한방 맞았다. 특공대를 조직하여 엄호사격을 하면서 전차 안으로 들어가 운전병을 업고 나왔다. 운전병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있었다.


기동하던 전차가 멎자 적은 한층 더 기세 등등하게 사격을 퍼부어왔다. 수류탄이 날아와 터지고 각종 화기가 쉴 틈을 주지 않고 불을 뿜었다. 적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저항해 왔다.


중대는 특공소대를 편성하여 일부는 전차를 구출하고 일부는 자동화기와 화염방사기로 적이 밀집해 있는 곳을 향해 붉은 불기둥을 내뿜으며 계속 밀고 들어갔다.


중대의 60m/m박격포도 쉬지 않고 최대의 발사속도로 적의 중심부 화집점마다 포탄을 퍼부어 대었다. 특공대는 R.K.T포 사격으로 적의 자동화기 진지와 화집점 지대를 와해시키면서 계속 나아갔다.


화염 방사기는 계속하여 붉은 불기둥을 뿜었다. 그런 와중에서 해병 한 명이 전차 위에 올라가 설치되어 있는 자동화기로 정신없이 적을 향해 사격을 했다.


"위험하다! 내려 오라!"


특공 소대장이 고함을 지르며 간신히 데리고 내려왔다. 전차 위는 적의 목표물이 되기 때문이었다. 쉴 사이 없는 대 격전이었다. 해가 서산에 반쯤 기울자 항공지원 요청을 했다. 호이안 시가는 항공 조명탄으로 대낮같이 밝아졌다. 날아가는 실탄과 날아오는 실탄들은 한줄기 선명한 예광탄의 흔적을 남기며 줄지어 허공을 어지럽게 수놓았다.

 

화염방사기에 타 죽은 월맹 정규군(호이안 구정공세)


"꽝~  따르륵~  딱쿵~"


각종 화기들이 내지르는 광란의 소리는 그칠 줄 모르는데 하늘에서는 오색 신호탄과 조명탄이 지상에서 벌어지는 대 살육전을 지켜보며 끊임없이 수를 놓았다.


격전 중에 중대에는 또 2명의 하사관이 전사를 했고 부상병도 5명이나 되었다. 계속 밀고 밀면서 밤이 다 지나도록 월맹 정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적진 중심부에는 포병대대의 포사격이 쉬지 않고 날아가 터졌다.

중대의 60m/m 박격포도 '꽝~  꽝~' 소리를 내며 적진으로 고폭탄을 날려 보냈다.


밤새 격렬한 시가전이 계속 되다 마침내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주위가 밝아지자 적의 화력은 조금씩 약해졌다. 중대는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밀고 나갔다. 적은 대부분 사살되었고 살아남은 소수의 병력이 분주하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밤새 버티던 월맹 정규군의 최후


중대는 적의 퇴로를 관측하여 포사격을 요청, 퇴로 지점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잔류한 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시가지와 시외각지 일대를 탐색, 소탕하기 시작했다. 시가지 한쪽은 포탄낙하와 각종 화기의 사격으로 폐허가 되어 있었다. 시가지 구석구석과 숲속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적의 시체가 갖가지 형태를 한 채 즐비하게 쓰러져 있었다.


목이 달아났거나 까맣게 화염방사기에 탄 시체가 있는가 하면 양 다리가 없는 시체, 몸뚱이만 남은 시체도 있었다. 시체는 수 백구가 넘었고 호이안 시가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잔류 적들을 계속 소탕하던 중 대대본부에서 무전 연락이 왔다.


"간밤에 호이안 시가를 방어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귀 중대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간밤에 침투한 적은 월맹 정규군 2개 대대 병력 중 일부일 뿌이다. 제2의 공격이 예상되니 경계할 것"


대대본부는 우리중대에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실종자 찾기였다.


"특수 임무를 띤 해병 1명이 실종되었다. 그 해병을 꼭 찾아야 한다. 호이안시에 파견된 M.I.G대원인 남상욱 병장이며 실종 장소는 독일병원 부근이다. 인상착의는 머리는 덥수룩하게 긴 편이고 두 개의 금니를 하고 있다. 복장은 검정 월남인 옷을 입고 있으며 왼팔에 부상을 입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찾아야 한다. 이것은 귀 중대의 임무다."


중대 전원에게 인상착의를 자세히 설명해 준 다음 중대는 즐비하게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뒤적거리며 실종자 찾기에 전력을 다했다. 파리와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시체들을 하나 하나 헤쳐가며 계속 찾았다. 하루 종일 찾았으나 실종자는 없다.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대대본부에 현재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고 새로운 지시를 기다렸다. 그러나 대대본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시체를 꼭 찾으라는 명령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밤새 버텨오던 월맹 정규군도 곳곳에서 시체로 변했다.


어쩔 수 없이 시가지 바닷가에 위치한 월남 군인과 민간인들의 시체가 쌓인 곳으로 갔다. 시체는 가지각색이었다. 태어난 지 몇 일 안 된 갓난아기, 노인, 여자 등 민간인들은 물로 시가지를 방어하던 월남 군인들의 시체가 한 속에 엉키고 설키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 구, 한 구 입술을 벌려 가면서 해사 서산에 기울 때까지 그 많은 시체를 조사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시체 썩는 냄새와 피가 온 몸에 배었다. 주위가 어두워지자 그제야 실종자 찾기를 중단했다.


적들이 밤을 이용해 호이안시를 재공격 한다는 연락을 받고 중대는 서줄러 성청 옆 도로변에 의지한 채 급편방어에 들어갔다. 18:00가 되자 부상병을 업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던 월남 군인들과 시민들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는지 시가지는 텅 비어 공포감마저 일게 하였다.


이따끔 조명탄이 환상처럼 확 피었다 사라지고 예광탄이 허공을 수 놓으며 날았다. 쥐 죽은 듯이 살벌한 밤의 적막 속을 뜬눈으로 지새고 시가지의 아침을 맞이했다. 이틀째 내리 잠을 못 잤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대대본부에서 다시 무전연락이 왔다.


"실종된 남상욱 병장을 찾아라. 시체라도 찾아야 한다."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찾아도 없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눈꺼풀은 자꾸만 내리 감기는데 대대본부의 명령이니 어찌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적은 우리를 이틀동안 잠을 자지 못하게 하여 우리가 초조와 피로에 지쳤을 오늘 저녁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해해올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대대본부는 아침부터 실종자를 찾으라는 재촉만 할 뿐이었다. 중대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제와 같이 시체 찾기를 되풀이 했다. 호이안 시가 구석구석에 있는 시체를 뒤지면서 남병장 찾기에 정신없이 왔다갔다했다. 찾을 수가 없었다.


구정공세가 끝난 시가는 시체 운반으로 분주했다.


중대는 다시 시가지 뒤편에 위치한 공동묘지로 이동했다. 공동묘지에는 월맹 정규군과 V.C의 시체를 묻어둔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어제 오후에 월남군인들이 트럭을 동원해서 갔다버린 시체였다. 공동묘지 일대는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혹시 남병장의 시체가 이곳의 어느 구덩이에 묻혀 있지 않을까 해서 야전삽으로 이 구덩이 저 구덩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묻은 지 2~3일이 지난 시체 구덩이에는 악취가 코를 찔렀고, 구역질이 계속 났다. 중대원들이 여기 저기서 불만을 터트렸다.


"어휴, 이 썩는 냄새, 피 냄새."

"남병장인지 개병장인지 어떻게 생겨 처먹은 놈이기에 이렇게 고생시키노."

"문댕이 새끼, 지가 대통령 아들이라도 되나, 정말 더러워 죽겠네."


불만의 소리는 점점 높아갔다. '꽥~ 꽥~' 거리며 계속 구토를 하는 해병이 있는가 하면 계속 침을 뱉으며 시체를 찾는 해병, 코를 한 손으로 움켜쥔 해병, 정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더 이상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구정공세가 끝난 며칠 뒤 묻어주지 않은 정규군들의 시체가 곳곳에서 부패되어 문드러져가고 있다. (호이안시 외각지 부근의 촌락에서)


대대상황실에  다시  현 상황을 보고하고 남병장은 십중팔구 포로가 된 것 같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대대본부에서도 남병장이 포로가 되었을 것이 거의 확실해 지자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호이안 시가와 외각지 숲 일대의 상공을 돌면서 남병장 찾는 방송을 했다.


"남상욱 병장은 이 소리가 들리거든 V.C로 부터 탈출하라, 탈출하라."


헬리콥터는 계속하여 호이안시 일대를 돌며 방송을 했고 시가지와 시 외각지 일대 구석구석마다 스피커 소리가 울렸다.


"남상욱 병장은 이 소리가 들리거든 V.C로 부터 탈출하라, 탈출하라."


V.C와 월맹 정규군 2개 대대 병력이 재편성을 하여 호이안시를 재공격 한다는 전보를 입수받고 중대는 대대본부에다 사낭(모레를 담을 수 있는 주머니)을 긴급 요청했다. 트럭으로 추진된 사낭은 충분한 양이 되지 못했다. 중대는 성청 안과 밖에 호를 파기 시작했다. 곳곳에 엄체호가 만들어 졌다.


사낭은 엄체호를 판 벙커 위에 겨우 1장 정도의 두께밖에 덮지 못할 정도로 많이 부족했다. 만약에 벙커 위 사낭에 박격포탄이 정면으로 낙하된다면 그것으로 끝장이 날 판이었다. 엄체호 작업이 끝날 무렵 서서히 어둠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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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의 밤


고요한

적막을 파괴하는 자여!

포성!  포성!

너는 나의 명상을 방해하려는가


남국의 찬란한 밤은

짓궂은 너로 인해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너는 웃는구나!

잔인한 남국의 달아


너만은 외면하지 말아 다오

너만은 울지를 말아 다오

 
이 고독한 용사를 위해...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