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22 - 오늘 하루는 휴식

머린코341(mc341) 2015. 10. 17. 13:50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22 - 오늘 하루는 휴식


오늘 하루는 휴식하는 날이다. 아침 늦도록 오랜만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10:00시가 넘어 있었다. 3소대 박하사관이 시가지 구경을 가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작전병이 아침을 해 주는 것을 먹고는 박하사관과 함께 호이안 시가로 갔다. 이곳 저곳 상점도 둘러보고 백화점도 둘러보았지만 전쟁 중이라 그런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백화점을 나오니 그 앞에 맥주홀이 보였다. 들어가 보니 홀 안은 테이블이 15개나 놓여 있었고 대부분 월남인들로 꽉 차 있었다. 서성거리고 있으려니까 월남 처녀 한 명이 오더니 빈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미제 캔 맥주를 시켜 마셨다.


홀 안에 있는 월남인들은 반은 월남 군인이었고 반은 그곳 주민들인 것 같았다. 그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서로 주고받으면서 떠들어댔다. 맥주를 마시고 있던 박하사관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더니 입을 열었다.


"좋은데 구경하러 가자."
"무슨 구경?"
"이 근처에 여자 몸파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 한번 가 보자."
"집은 알고 있나?"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가리켜 줄 거야."


호기심이 은근히 발동했다. 박하사관이 맥주를 갖다 주는 처녀에게 그 장소를 물으니 아무 꺼리는 기색도 없이 따라 나오라고 했다. 맥주 값을 지불하고 따라나서니 처녀가 안내하는 곳은 홀에서 약 30m정도 떨어져 있는 오른쪽 2층 건물이었다.


"감온꼬(아가씨 고맙습니다.)"


2층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건물은 낡고 아주 지저분했으며 좁은 1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출입문 안은 4-5평됨직한 홀이었고 테이블이 2개 놓여 있었으며 월남 군인들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니까 늙은 여자가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얼마냐고 했더니 5$이라고 하여 5$짜리 지폐 두 장을 손에 쥐어 주었더니 2층으로 올라가라면서 2층 계단을 가리켰다.


M16 소총을 휴대한 채 2층으로 올라가니 2층 현관에는 10여명의 군인들이 줄을 서 있었고 그들 가운데는 미군이 5명이었고 월남군 3명 그리고 해병대 병사도 1명 보였으며 월남민간인 1명이 그 틈에 있었다.


일을 끝낸 미군이 방문을 열고 나오니 맨 앞에 서 있던 월남 군인이 미군이 나온 방으로 들어갔다. 방이 두 개 인 것을 보니 여자가 두 명인 모양이었다. 그 자리에 서 있으려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아무리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현실을 대하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미군 2명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또 이층으로 올라왔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서 있기가 거북했다. 박하사관의 어깨를 '툭'쳤다.


"야 박하사관, 나가자."
"여기까지 와서 왜 가, 조금만 기다리면 될텐데."
"내려가서 이야기 해 줄 터이니 잔소리 말고 따라 나와."


미련이 남아 있는 박하사관을 끌고 나와서 두세 번 침을 뱉으며 구역질을 참았다.


"야  임마 아무리 인간이 성적 충동을 못 이겨 여자를 찾아간다지만 그 여자들은 몸파는 창녀가 아닐 꺼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줄을 서서 들어가고 나오고 또 들어가고 나오고 방안에 있는 계집애는 분명 여자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없는 인간의 탈을 쓴 인형일 꺼야. 그래도 인형한테 가고 싶으면 들어가라. 난 혼자서 중대로 가겠다."


"조금만 기다려."

 

박하사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미친놈, 미쳐도 보통 미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젊음이 넘쳐흐른다고 하지만 목석 인간과 같이... 속으로 박하사관을 욕하며 중대진지를 향해 걸어 갔다.

 

"권하사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박하사관이 뛰어오고 있었다.

 

"들어가더니 왜, 마음이 변했냐?"

"내가 미쳤나. 돈 10$을 주고 그냥 가게. 이 돈 가지고 조금 전에 갔던 맥주홀에 가서 술이나 마시자."

 

손을 펴 보였다. 5$짜리 지폐 2장이었다.

 

"너 시내 구경 가자고 할 때 이곳에 오기로 마음 먹고 있었지?"

"몸이 근질근질하고 이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혼자 오기는 뭣하고 해서 같이 가자고 했지 뭐."

 

맥주홀에 다시 들어갔다. 홀은 여전히 손님으로 붐비고 있었다. 우측창문 쪽 테이블에는 그 사이에 해병대 2명이 자리를 차고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과 합석했다. 맥주를 마시며 2층집 얘기를 했더니 자기들은 단골로 정해 놓고 간다면서 오늘도 맥주 한잔하고 2층집에 갈 생각이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그 친구들 이야기로는 여자는 같지만 화대는 틀리다고 했다. 미군은 봉급을 많이 받으니까 8$를 받고 한국 군인은 5$, 월남 군인은 3$씩 받는다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이었다. 사람은 똑같은데 사람에 따라 몸파는 값이 틀리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돈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사실이 후회가 되었다.

 

술이 어느 정도 취한 후에 맥주홀을 나왔다.  얼마 걸어가다 보니 깨끗이 물건을 정리해 둔 상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손으로 조각한 나무인형이 시선을 끌었다.


박하사관과 같이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인형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었다. 마흔 남짓 되어 보이는 여자가 진열창을 열고 나무인형을 꺼내더니 손에 쥐어 주었다. 5$짜리 지폐를 보이면서 얼마냐고 다시 물었다. 돈을 받지 않겠다며 손을 저었다.

 

"따이한 감온옹."

 

5$를 진열장에 던져두고 나오려고 하자 여자가 손을 붙잡았다. 순강 M16소총을 잡은 손이 떨려왔다. 돌아서면서 '따이사우 (왜)?' 하고 물었다. 여자가 방을 가리키면서 들어가자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 여자가 날 언제 보았다고 방에 들어가자고 하는가. 창녀? 창녀는 아닌것 같았다. 그렇다면 혹시 V.C 첩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만 방으로 들어가자고 끄는 바람에 호기심도 있고 해서 M16소총을 쥔 채 "에라 모르겠다 박하사관 들어가 보자."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20세 정도 되어 보이는 흰 아오자이 차림의 여자가 서성거리고 있다가 방석을 내놓으며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선풍기를 튼 다음 우리를 쳐다보고 웃었다.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지만 그 여자가 시키는 대로 돗자리 방석에 앉았다.


혹시 창녀가 아닌가 하고 자세히 쳐다보니 수줍어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모양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총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냉장고와 장롱, 화장대가 있었고 상점을 경영하고 있는 집의 방 치고는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 것이 한눈으로 봐도 중류층 정도의 여염집이 분명했다.

 

빤히 처다보는 처녀의 얼굴을 보니 여전히 웃고 있는데 보조개가 예뻐 보이는, 복스럽고 귀엽게 생긴 아가씨였다.


엄마인 듯한 여자가 냉장고를 열고는 미제 캔 맥주를 내어 주면서 마시라고 손짓했다. 맥주캔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 보고 난 뒤 한 모금 마셨다. 홀에서 먹던 맥주보다 냉장이 더 잘 되어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이들 모녀는 해병대가 월남을 도우러 왔다는데 대한 고마움으로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5$를 주니 그 고마움에 답례하는 것 같아 보였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머니가 딸에게 무슨 말을 하니까 딸은 냉장고 문을 열고 유리병 하나를 꺼내어 왔다. 링겔병 만한 크기의 투명한 병이었는데 그 속에 무엇인가 2/3 정도 들어 있었다.


딸은 병 뚜껑을 연 다음 긴 대나무 젓가락으로 그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었다. 자세히 보니 밀가루나 쌀로 만든 떡 같아 보였는데 크기는 탱자만 하고 분홍빛 보다 진한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 처녀는 가까이 오더니 입을 벌리라면서 '아~~'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도대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주는 것인지, 먹는 건지 못 먹는 건인지, 먹으면 죽는 것은 아닌지 정말 난처한 입장에 처해 버렸다.

 

혹시 언제인가 작전시 '뚱딴' 이란 열매를 따서 아가씨에게 준 적이 있었는데 이것도 그와 비슷한 무슨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미심쩍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언제 보았다고 처음 보는 이국 처녀가 젓가락으로 직접 입에 넣어주는 음식을 받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박하사관을 보니 먹지 말라고 눈짓했다.


처녀는 계속 입을 벌리라는 흉내를 하며 '아~~' 했다. 처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얼굴은 웃고 있는 표정이었고 눈은 맑고 밝아 보였다.

 

티없이 맑은 눈동자를 보니 설마 여기에 무슨 독약이 묻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자꾸 약해져 갔다. 성의를 무시하면 저들 모녀에게 무슨 결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엄마인 듯한 여자를 보니 그 여자도 웃는 얼굴이었다.

 

"박하사관, 먹지 않고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무슨 이유로..., 이것이 이들의 손님 대접하는 풍습인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겠다.


내가 먹고 난 뒤 너한테도 주면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아무 이상이 없으면 너도 먹어라. 5분 전에는 먹지마라. 먹으라고 주면 맥주 마시고 먹겠다고 시간을 끌어라."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 입을 벌렸다. 문제의, 그 무엇인지 모를 음식이 입 속으로 들어왔다. 혀끝에 감도는 맛은 설탕이 아니면 꿀 같았다.


떡은 쌀로 만들어진 것 같았는데 달면서도 속이 매스꺼워 견딜 수가 없었다. 뱉어버리고 싶었으나 빤히 내 얼굴을 보며 웃고 있는 처녀를 보니 도저히 뱉어비릴 수가 없었다.

 

속이 매스꺼워 뒤틀리는 것을 참으며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은 채 씹어 먹었다. '울며 겨자 먹기' 라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다.


목구멍으로 다 넘어간 것을 느끼는 순간 맥주를 들고 단숨에 마셨다. 속이 덜 거북한 것 같았다. 박하사관을 보니 재미있다는 듯 싱긋이 웃고 있었다.

 

"이놈 너도 두고봐라."

 

처녀는 맥주를 비우고 나자 또 먹으라고 끄집어 냈다. 웃으면서 맥주를 마시겠다고 손을 내저었다. 처녀는 밖으로 나가더니 맥주를 더 가저온 박하사관에게도 먹으라고 병 속에서 떡을 끄집어 냈다.


박하사관은 맥주를 마시고 난 다음 먹겠다고 하면서 맥주를 입에 갔다 대었다. 5분이 지났으나 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박하사관도 나와 똑 같은 경우를 당해야만 했다.

 

우린 맥주를 다 마시고 난 다음

 

"감온꼬, 감온바, 또이 상마이 리리(아가씨,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내일 또 오겠습니다.)

 

하고 그 상점을 나왔다. 상점 문을 막 나오려하는데 어머니인 듯한 여자가 왼 팔을 잡았다.

 

"따이 샤우?"

"붕붕, 오케이."

 

딸이 있는 방을 손짓했다. 자기 딸이 마음에 들면 잠자리를 같이 하라는 것이었다. 정말 기절할 일이었다. 처음 보는, 그것도 이국남자에게 자기 딸의 몸을 주겠다니 어처구니가 없어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다시 '붕붕 오케이' 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여자였다. 멍청하게 서 있는데 박하사관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난 도저히 용기와 자신이 서지 않았다.

 

"너 생각 있으면 소원 풀어라. 2층집에 갔다가 그냥 와서 몸이 근질근질 할텐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하사관은 그 여자를 보며 '오케이' 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박하사관의 팔을 붙들고 방문을 열더니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딸에게 무슨 말을 하니 딸은 고개를 끄덕이고 냉장고에서 맥주 2캔을 내어 어머니인 듯한 여자에게 갖다 주었다.

 

맥주를 받아 들고난 여자는 다시 무슨 말인지 딸에게 하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문을 닫고 난 여자는 의자에 앉으라면서 손짓하고는 맥주를 건네주었다. 무엇엔가 홀린 것만 같은 뜻밖의 일이었다.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방안에서 나는 형언키 어려운 신음과 숨소리가 상점 안까지 들려왔다. 신음소리가 계속 들려오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면서 숨이 가빠졌다.


방에서는 계속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려왔고 가슴이 답답해진 것을 느낀 나는 맥주를 단숨에 비워 버렸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박하사관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고 부리나케 상점 밖으로 나와 버렸다. 조금 있으니 박하사관이 따라왔다.


박하사관의 얼굴은 훤하게 빛나 보였고 연신 싱글벙글했다. 박하사관은 아가씨가 숫처녀였으며 아가씨의 어머니는 내일 또 오라면서 웃고 헤어졌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중대진지를 향해 나란히 걸었다. 도로변을 따라 걸으면서 계속 모녀의 그 어이없던 행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숫처녀인 자기 딸을 왜 처음 보는 이국 남자에게 몸을 주게 했을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결코 한국 군인에 대한 감사의 보답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닐 성 싶었다.


다음에 또 오라는 엄마의 뜻은, 늠름하고 잘 생긴 우리를 보자 자기 딸과 짝을 지어 주자는 뜻이 아니었는가 싶었다.

 

그렇게 자주 만나다 정이 들면 결혼도 시키고 결국은 자기네들 보다 경제수준이 나은 이국의 사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서 나온 행동이었을 성 싶었다.

 

그날 이후 박하사관은 틈 나는 데로 그 집을 드나들었지만 진지 이동과 함께 두 사람 사이는 끊어져 버렸다.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작전 지역에서의 개별 이탈은 곧바로 탈영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몇 일이 지난 뒤에 알았지만 그날 입에 넣어준 문제의 그 음식은 아주 귀한 손님이 오면 접대하는 그들의 풍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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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6 소총

 

너 만든 자

누구인가

 

시분이 흐를수록 전우를 사랑하는 만큼

널 저주한다

끝없이 미워만 질 뿐이다

 

그러나 넌 나의 다정한 애인이다.

애인보다 중요한 생명이다.

 

지금도 넌

누굴 쓰러뜨리기 위해

가늠쇠를 겨누고 있다.

 

넌 나의 친구가 되면

생명보다 귀히 여기지만

네가 나의 가슴을 겨눌 때는 너와 난 원수가 된다.

 

너, 만든 자

도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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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죽음

 

다시 올 수는 없나, 가서는

용사는 각오했다

 

하지만...

전진과 후퇴

그리고 교차점에서

퉁기는 선혈

허우적거리는 물체

 

버티어 볼 수 있는데 까지는...

너는 비굴하지 말라

사나이의 갈 길에서.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