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484기 김광열

[난, 달구지해병이다..9편]해병대 순검

머린코341(mc341) 2015. 12. 9. 07:28

[난, 달구지해병이다..9편]해병대 순검  

 

     처음으로 느껴보는 해병대 순검이 끝나고 나서 당직병님이 내게로 걸어 오신다.

     내 마음에선 다시 두려움과 초조함이 일기 시작한다.

 

     당직병: "김해병! 마니.. 힘드냐?"

     광여리: "악! 아닙니다!"

 

     당직병: "김해병! 이리 와바라"

     광여리: "악!"

 

     당직병님은 나를 데리고 왕(고참)해병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신다.

     빛바랜 작업복에 어슬렁 어슬렁거리는 움직임이 진짜로 무섭게 느껴진다.

 

     왕해병: "니! 오기를 솔찬히 기다렸제..

                 니가 와야 나가 제대를 하제..

                 억수로 많이 기달렸다. 니! 오기만을..

                 무슨 말인지 아나?"

     광여리: "악! 잘 모르겠습니다."

 

     왕해병: "당연히 잘모를끼다..

                 수월흐게 말해서 니가 와야 나가 제대날짜가 다 된다 그말 아이가..

                 하하하하하하하.."

 

     광여리: "......"

 

     그러니까,

     신병인 내가 이 부대에 오면은 왕(고참)해병님은 제대하는 날이 된다는 이야기다.

 

     왕해병: "당직병! 대접하고 소주한병 가져오니라..

                 우리 귀여운 신병 한잔주게 말이다."

     당직병: "알겠습니다. 왕해병님!"

 

     왕해병: "신병! 니는 내가 따라준 소주 한잔묵고 오늘밤은 편히 자라..

                 근무도 스들 말고 무조건 자브러..

                 뒷일은 내가 책임질란께.. 하하하하하하하하.."

     당직병: "왕해병님! 여기 소주하고 대접 대령했습니다."

 

     왕해병: "응, 수고했다..

                 당직병! 니가 한잔 따라봐라.."

     당직병: "악!"

  

 

     당직병님은 손에 들고 있던 소주를 대접에 "콸콸콸콸.." 따르고 계신다.

     나는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있다.

 

     과연,

     대접에 가득 찬 소주를 내가 마셔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왕해병님이 드신다는 이야기인가?

 

     그 순간 나는 될대로 대라는 생각만 든다.

     왕해병님이 드디어 입을 여신다.

 

     왕해병: "신병! 니가 전방기 교육, 후반기 교육 무사히 받고 우리 부대에 온 걸 환영한다.

                 그래서,

                 나! 왕해병이 너에게 소주 한잔을 주고 싶다.

                 마음 편히 한잔 마셔브러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광여리: "악! 감사히 먹겠습니다."

 

     나는 왕해병님이 건네준 소주가 가득찬 대접을 받아들고,

     아무생각도 없이 꿀꺽꿀꺽소리를 내면서 단 숨에 소주한병을 마셔버린다.

 

     그 순간엔 소주인지 물인지 분간이 안된다.

     아마도 기압이 들어서이겠지?

 

     왕해병: "당직병 안주 없냐?

                 우리 신병이 소주를 마셨는디 안주도 줘야제.."

     당직병: "악! 새우깡 준비 하겠습니다."

 

     왕해병: "언능 가져와바라.."

     당직병: "악.."

 

     그날 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왕해병님이 가득 따라준 소주를 마시고나서

     나는 병기 보관함옆에서 뻗어 버렸다.

     미친 척 한것일까?

 

     아니면, 고문관짓을 한것일까?

     갑자기 마셔버린 소주 한병에 취기가 올라온다.

 

     정신이 몽롱해져 온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다음 일이 걱정이 된다.

 

     "에라이.. 될대로 되부러라이.."인자는 없어진 물인디 할수없제..

     그날 밤은 아무생각도 흐기가 싫었다.

 

     꼬꾸라져 자버리는게 상책일께다.

     새까만 쫄병 놈의 생각이 기압이 몽창 빠져 버린듯 흐다.

  

출처 : daum블로그, 광여리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