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라면 먹다 불난 사건

머린코341(mc341) 2017. 10. 26. 12:52

라면 먹다 불난 사건


- 경기 평택시 가재동 유세현


안녕하십니까. 애청자 여러분.


때는 1994년 6월 전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하고 멋지고 빡쎄다는 해병대에 지원입대해서 힘들고 어려운 훈련소6주 교육을 마치고 해병 제2사단에 모 대대에 배치 받아 군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대대 생활이 3개월이 흐르고 군 생활에 적응을 할 무렵 대대 체육대회 준비로 각 중대 선수들이 체육대회 연습 중에 동네에서 같이 뛰어놀던 2년 선배형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곳에서 동네 형을 만나다니 정말 반갑고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선배형님은 벌써 상병을 달고 군 생활을 대충 즐기며 있던 게 아닙니까.


다음 달이면 병장을 단다고 하는데 얼마나 부덥던지......, 난 이제 이병 5호봉인데 말이죠. 그리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시 나누웠습니다. 형은


형 - “군 생활 힘들지?”

나 - “아닙니다. 할 만 합니다.”

형 -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나 - “아닙니다. 없습니다.”

형 - “그러지 말고 형한테 말해봐.”

하는 형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저는

나 - “라면이 제일 먹고 싶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고 형은,

형 - “그래, 겨우 그 정도냐? 그럼 내일 나하고 라면이나 끓여먹자. 내가 내 일 너희 중대로 찾아 갈께.”


그렇게 시간은 흘러 그 내일이 다가왔습니다.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형님은 오후3시경 어김없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저희 중대 일병 선임이


선임 - “야! 유개똥 이병! 옆 중대 김개똥 해병님이 너 찾는다. 가봐.”

나 - “네 알겠습니다.”


하고 뛰쳐나가니 형님은 저를 데리고 대대 병사 뒤 에 낡은 보급창고로 갔습니다. 형님은 이미 그곳에 라면 3봉지와 함구(육군은 반합이라고 하죠)와 고체연료를 준비하고 저와 라면을 끓여 먹을 준비를 해 놓은 겁니다.


그러고는 형님의 중대에 보급병을 불러다놓고는 “여기서 라면 하나 끓여 먹을테니 밖에서 열쇠로 잠궈라.” 그리곤 “내가 안에서 상황종료 후 열어달라는 말이 있을 때 그때 열어라.” (형님은 상병이지만 병장 선임들이 보면 기압 빠졌다고들 하니 어쩔 수없이 숨어서 라면을 끓이기 위해 보급창고로 온 거였습니다)


선배와 저는 낡은 보급창고로 들어가 고체연료를 피우고 함구에 라면을 끓여 먹기 시작했습니다.


깜깜하게 어두운 곳에서 먹는 라면이지만 정말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먹어본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잠시 시간이 흘러 라면을 먹어가던 중, 어두운 보급창고 안이 무엇인가 가득차고 희미한 그 무엇이 보이며 숨이 막혀 오는 거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라면을 끓였던 고체연료에서 옆에 쌓아 두었던 군용위장막에 불이 붙었던 것입니다.


저희는 그 어두운 곳에서 불이 번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불을 끄기 시작했고 불은 크게 옮겨 붙진 않아도 위장막에서 시커먼 연기가 계속 피어나왔습니다.


밖에선 문을 잠가 놓은 상태고 우린 계속 불이 옮기지 않게 하려고 했지만 연기에 지쳐서 “문 열어!” 라고 하며 소리를 쳤습니다. 그때 밖에선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대대장님이,


대대장 - “여기 보급창고에서 웬 연기 가 이리나는거야. 보급병 문 열어봐!”


라고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이내 보급병은 창고 문을 열었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보급창고에서 형님과 저는 켁켁 거리며 뛰쳐나오게 되었습니다.


대대장님께 걸려서 이젠 죽었다는 생각보단 연기에 질식되어 죽을 뻔한 곳에서 살아나왔다는 안도에 저희는 정신을 차리고 대대장님께 “필~~승!” 하고 경례를 올렸고, 대대장님은 보급창고 안을 둘러보시더니


대대장 - “이 자식들 봐라! 니들 뭐하는 놈들이여? 당장 대대장실로 따라 와!”


저의머릿속엔 아~ 해병대 생활의 종말을 보게 되는구나 ‘이젠 영창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대대장 실로 불려 가게 되었습니다.

상병 - “(똑똑똑!) 들어가도 좋습니까?”

대대장 - “누구야?”

상병 - “상병 김개똥 외1명 대대장님께 용무 있어 왔습니다!”

대대장 - “들어 와.”

상병 - “네! 들어가겠습니다!” “차례! 대대장님께 경례! 필~~승!!”

대대장 - “너희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든 상황을 말해봐!”

김상병 - “넵!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지역 선후배 사이인데 군 생활 도 중 대대에서 만나게 되어 이병 유개똥이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준비해서 후임병에게 라면을 끓여주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대대장 - “뭐야? 니들, 라면이 그렇게도 먹고 싶었나?”

우리는 - “아닙니다!”


잠시 후 대대장님은 밖에 있는 대대장 전령을 들어오라 하시더니


대대장 - “야! 전령!”

전령 - “네. 상병 홍길동!”

대대장 - “지금 당장 라면 2개만 끓여 이리로 가져와!”


전령은 밖으로 나가고, 잠시 아무 말 없이 긴 침묵이 이어지고 약 20분후 전령은 라면을 끓여 다시 들어왔습니다.


대대장 - “야, 너희들 라면이 그렇게도 먹고 싶었나? 이 라면 국물까지 다 먹을 수 있도록. 알겠나?”

우리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대대장 - “그래. 그럼 너희들 영창을 가겠나? 라면을 먹겠나?”

우린 - “라면 먹겠습니다!”


하고는 우린 나무젓가락을 들고 라면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후루룩~ 후루룩~~


대대장 - “(다정한목소리로)내가 너희들 심정 다 안다. 해병대에 지원 입대 하여 힘들고 고생하는 거. 거기다가 지역 선후배가 만났으니 얼마 나 반갑겠나. 또한 어려운 군 생활에 라면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도, 내가 잘 안다. 나도 예전에 너희와 똑같은 군 생활을 해왔었단다. 나 역시 해병대 병 출신이란다. 아무 걱정 말고 편하게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하며 그간 호통은 사라지고 정말 다정한 어머님과 같았습니다.

(대대장님은 저희와 같은 해병대에 병으로 자원입대하여 병 생활 전역 후 해병대가 좋아 군에 말뚝을 박은 그런 멋진 분이었던 것입니다)


대대장님 앞에서 먹는 라면이지만 대대장님의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흘려 라면 그릇에 눈물 반 국물 반이 되어 사나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먹어본 라면 이 라면의 맛을 아십니까?


대대장 - “다 먹었나?”

우리 - “네. 다 먹었습니다!”

대대장 - “그래, 그럼 이제껏 있었던 일은 가슴에 묻어두고 각자 중대로 돌 아가서 남은 군 생활

             열심히 하고 나라와 부모에 감사하고 전우 와 형제를 항상 아낄 수 있는 그런 해병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너 희들 전역 할 때까지 지켜보고 있겠다, 알겠나?”

우리 -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하며 대대장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지금은 전역 한지 13년이 흘렀고 전역 후 평택시 해병전우회 대원으로써 사회에 봉사활동을 하며 아직도 그때 그 멋진 병출신의 대대장님이 생각이 납니다.


“대대장님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건강하십시오.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