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2 잠에서 깨다.

머린코341(mc341) 2019. 9. 29. 08:08

실무생활-2
 
잠에서 깨다.


잠깐 선잠이 들나던 찰나..


"앗세이(신병) 일어나"


란 말을 듣자 마자 용수철 처럼 튕겨 올라 정자세를 취했다.  내무실은 소등되었고 하리마우는 잠에 빠져 들었다.


중대 중앙통로의 희미한 형광등 빛이 내무실로 스며들어와 한뼘 되는 밝기를 보여주고 있었고.. 내 앞에 덩치가 산 만한 선임이 두명이나 서서 나를 내려보고 있는 듯 했다.


드디어 올께 왔구나. 전입 첫날 부터 아구창,죽통,쭐대치기,오파운드가 난무한다는 그런 실무생활이 시작되는구나.


갑자기 맞으면 죽을까봐 ㅎ 온몸의 근육들을 깨워 잔뜩 긴장을 했다. 펀치를 감당 할 수 있도록 상체를 15도 기울였다.


자.... 이제 만반의 준비는 되었다. 어서 때리십시오!!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선임의 손이 쑥 들어온다.


"아앗..."
"뭐고 이거..왜 그리 놀라냐...임마 이거 쫄았네... ㅎㅎ 먹어라 쵸코파이"


아연실색!
선임의 손에는 초쿄파이 두개가 놓여있었다. 어서 받으라는 듯 손바닥이 움직였고 얼른 받아 쥐고 있으니


"악기 보겠어"


한다.. 뭔 악기를 보는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안먹어? 먹어라고 임마."
"아...네.. 감사히 먹겠습니다."


초코파이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상태로 2개를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목이 매였다.


그러나 쫄병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내무실 하리마우 앞에 놓여있는 주전자의 물을 따라먹을 용기가 없었다. 억지로 녹여서 밀어 넣고 있는데. 고참이 물컵을 내민다.


"마시고 먹어라 체한다이~"
"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물컵을 내미는 선임의 손은 아름다웠고 목소리를 부드러웠다. ㅎㅎ 속으로 감격하며 다시 자세를 잡고 앉아있는데


"자라"
"네 감사히 자겠습니다"


뭘 감사히 잔다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아구창,쭐대치기,죽통,오파운드가 난무하는 밤이 되지 않을 거란 확신을 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마도 외출을 나갔다 온 선임 같았는데 앗세이에게 그 귀한 초쿄파이 두개를 누눠주고 내무실 하리마우 앞의 탁자에는 한통의 초코파이가 그의 몫으로 놓여있었다.



내무실 배정을 받은 후 704기 문진언 해병님과 내무실 회식때의 모습이다. "최선을 다해서 다정하게 자세 잡아라" 하는 말에 감히 내무실 하리마오의 어깨에 손도 올리는 자세를 잡았다.


부산 사나이인데 참으로 인자했던 분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적는다. 내 뒤에 계신분은 넘버2로 대구에서 소방관으로 활동중이시다.


잠이 싹 달아나.. 천천히 어둠속에 적응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무실 넘버1,2,3는 이미 단잠에 빠져 들었고 잠에 든 자세는 최선을 다해 편한 자세였다. 


"n" 자 침상으로 내가 누운 중앙에는 이병,일병 선임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고 출입구에서 창문을 기준으로 해서 왼쪽은 하리마우 (넘버1) 오른쪽은 반장 (하사) 그리고 각 사이드별로 넘버2,3선임이 취침을 한다.


오만생각이 스치는 밤이다. 동기들과 부대끼며 자유스러웠던 밤이 아니라 매시 매분 매초가  육체에 가해질 외부의 충격을 염려하는 그런 억압된 밤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러 군데로 팔려간 동기들은 만날 수 있을까? 훈단서 옆자리에 있던 동기들은 지금쯤 나와 같은 생활을 하며 서로를 그리워 하고 있을까? 아...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릴까? 이제 실무1일차인데 이걸 어찌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스스르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근무교대를 위해 일어나는 선임들의 소리에 다시 한번 잠이 깨서 또 용수철처럼 튀어나 정자세를 잡았지만


"엎어져 **놈아"


 괜한 욕만 듣고 다시 누웠다.


얼마나 잤을까? 당직하사의 구령이 들려온다.


 "00중대 총기상 15분전.. 15부우우우운전!"


기상 소리가 들리지 마자 쫄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무실 밖으로 후다닥 튀어나간다. 침상 정리도 않고 튀어나가는 이유를 몰랐지만 잠시후 각자 마대자루를 들고 내무실로 들어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중대에 마대자루가 모자라 항상 쫄병들은 그것을 선점하기 위해 기상 소리가 들리자 마자 화장실로 뛰어가 먼저 확보를 해야 했으며 만에 늦어서 확보를 못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죽통이 날라온다 했다.


가지고 온 마대자루를 문 앞에 세워두고 (그때 내무실 출입문 쪽은 두꺼운 비닐로 내무를 관찰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었다) 그제서야 본인의 침상을 정리하고 하의는 전투복,상의는 활동복으로 세무워카를 착용하고 열심히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00중대 총기상 5분전..5부우우우운전!!"
"00중대 총기상 초오오오오옹 기상!!  조별과업 병사떠나 5부우우우운전!!


총기상과 조별과업을 알리는 구령이 나오자 넘버1,2는 일어나 옆으로 몸을 떼구르르 구르자 쫄병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매트리스와 침낭을 정리하고 넘버1,2의 워커를 챙겨놓기 시작했다.


과연 해병대 5대 장성인 해병병장이구나!! 나도 언젠가는 저런 생활이 오겠지? 하며 진심 부러워 하고 있는데 이,일병 선임들이 눈치를 준다.  뭐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계속 눈치를 주는 것이다. 긴장을 풀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같다.


당직하사의 조별과업을 알리는 구령에 맞춰 병사밖으로 내무실별로 집결을 하고 다시 5열 종대로 헤쳐모여를 한 다음 연병장을 향해 구보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11월을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에 포항의 이른 새벽은 날씨가 차다.


조금만 뛰어 나가자 이미 타 중대가 구보를 시작하고 있었고 우리도 연병장을 구보로 돌기 시작했다. 


군가를 부르면서 구보를 하는데 이놈의 군가가 대체 뭔지 하나도 몰랐다.


훈단에서 알려준 "팔각모 사나이"  "영원한 해병" 이런 군가가 아니라 "빳따가" 묵사발가" "청룡은간다" 이런 사가 (해병대의 비공식적인 군가-전통)를 부르며 뛰는데 나는 하나도 모르니 입만 벙긋 거렸고 드디어 팔각모 사나이가 나왔는데 군가를 부르는 형태가 달랐다.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검푸른 파도타고 우리는 간다~~~"


뭐 이렇게 부르는 군가인데 실무에서는 fm대로 부르지 않고 매 끝을 올려서 악을 질러댔다.  이런식이다.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 이렇게 끝을 올려서 부르게 되면 마지막 음절 "늬" 와 "이"는 거의 악에 받치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뒤에서 따라오는 선임들은 중간중간에 "세에엣 네엣" "아자자~~~" "목소리 보자~~~" 하는 구령을 넣는다

(글고 표현하기가 힘드나 기회가 되면 해병대 사가 라고 인터넷에 검색해서 들어보면 이해가 빠르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구보를 하는데 계속 기침이 터져나왔다. 군가를 하다 말고 기침을 자꾸 하니 옆에 뛰던 선임이 주먹으로 옆구리 한방이 훅!! 들어온다. 눈에 별이 번쩍이는 통증이다.!  예고없이 훅하고 들어오니 순간적으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연병장 십여 바뀌를 돈 다음 다시 중대 앞으로 이동하여 숨쉬기 운동을 할 때 쫄병들은 병사로 뛰어 들어가서 각 내무실의 주전자와 컵을 들고와 선임들에게 물을 따라 주며 시중을 든다.


쫄병은 목이 말라도 숨이 차도 그냥 쫄병이다.  실무에서 쫄병은 누가봐도 딱 눈에 띄는게 쫄병이다.


고참과 쫄병! 그것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