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9 근무 찐빠를 내다.

머린코341(mc341) 2019. 10. 7. 09:59

실무생활-9


근무 찐빠를 내다.


전날 많은 양의 비로 질척거리는 행군 복귀로를 따라 앗세이 답게 두어번 나자빠지고 개쌍욕을 먹고 중대로 복귀했다.


워커내에 물이 스며들어 물집과 함께 노랗게 숙성된 고름이 가득하여 걷는 것 자체가 훈단때와 마찬가지로 지옥이었지만 기합이 바짝든 탓인지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중대 복귀를 해서 절뚝 거리고 뛰다가 골이 흔들릴 정도로 뒤통수 한대를 쳐맞았다. (개쫄은 아픈티를 내서는 안된다)


개쌍욕과 기합,인계사항, 구타가 난무하는 여러 날의 밤이 지나가고 포항도 12월 하순으로 치닫는다. 경계초소 넘어 민간인 지역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번쩍인다.


곤히 잠들어 있는 고참을 두고 저 담 하나만 넘으면 자유의 몸이 되지만 그랬다간 바로 탈영이고 전과자가 된다.


아부지에게  "아드님이 탈영을 했습니다." 라는 전화를 받게 하지 않아야되지 않겠나..  해병대원이라면 누구나 견뎌내는 쫄병 생활이다.

 

남들이 하는 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없고 아무리 뻉이를 쳐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어떻게든 시간을보내면 나중에는 좋은 추억거리로 남게 할 수도 있다.


2시간 동안 곤히 잠들어 있는 고참을 내려다 보면서 '꼴랑 나랑 한살차이나는데 당신도 겁나 늙어보인다' 라는 혼잣말을 했다.


그땐 고참이 왜 그리 아저씨 같이 보이는지.. 알고보면 나와 한살차이거나 동갑이거나 간혹가다 나이가 어린 고참도 있었다.


밖에 있으면 광란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수작을 걸텐데.. 지금의 현실은 추운 밤 형편없는 방한복을 입고 덜덜 떨면서 어저 다음 교대조가 오기를 기다리는 개쫄의 신세다.


다음 교대조의 고참이 지금 내 옆에 잠들어 있는 고참보다 서열이 높으면 설렁설렁 걸어서 올 것이고 낮으면 뛰어 올 것이다.


제발 뛰어 오는 교대조의 모습을 보면 좋겠다. 볼때기가 포항의 찬 바닷바람에 과메기 얼듯이 얼고 있어서 힘들었는데 꽁꽁 얼어버리는 발가락마저 감각이 없는 듯 했다.
 
근무교대 시간이 다가오자 저 멀리 헐레벌떡 뛰어오는 인원이 보인다. 암구호로 상호 확인을 하니 그 추위에 낮게 코를 골며 잘 잤던 고참이 벌떡 일어나 설렁설렁 앞장을 선다.


 '아 존나 춥다 얼렁 가자."


고참의 뒤를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걸었다. 중대에 들어와서도 생각을 끊고 정신을 차리지 않은게 화근이었다.


뭘 그리 골똘하게 생각했는지 인계사항에서 수도 없이 주의를 들었던 내용을 망각하고 병기만 병기다이에 놓아두고 내무실로 들어가 따뜻한 기운을 만끽하며 옷을 갈아입고 중앙 현관으로 나왔는데. 각 근무초소에서 돌아온 병력들이 중앙현관에서 나를 어이없다는 듯 보고 있었다.


'으악!! 내가 지금 뭔 짓을 한거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정신을 차렸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쫄병이 고참들의 병기,방한복을 챙기지 않은 채 내무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나왔으니 고참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어이 없는 일인가.


FM대로면 동일 시각 근무자 모두 중대로 복귀하여 당직사관에게 신고를 하고 고참들의 병기를 챙기고 당직하사에게 병기다이 열쇠를  받아 병기들을 모두 원위치 시키고 시건을 한 다음 고참 소속 내무실로 가서 고참이 벗어 놓은 방한복을 모두 챙겨서 중앙현관 방한복 보관함에 각잡히게 개어 놓아야만 이제 나의 환복 순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근무복귀자의 신고참여도 하지 않고 나 혼자 내무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으니 이 얼마나 천일공노 할 짓인가.


근무자 중 제일 고참은 나를 보며 한숨을 쉬면서


"내가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본다. 신고하게 줄 서라"


그렇게 나지막히 읊은 뒤 중대사무실로 가서 간단하게 근무복귀 신고를 마치고 내무실로 돌아갔다. 그 근무조의 바로 위 선임은 735기 였는데 개썅욕을 하면서 얼른 방한복 챙기라고 채근을 한다. 


쫄병이 할 일을 다 마치고 내가 한 잘못을 자책하면서 중앙현관 앞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으니 735기 선임이 와서 현관밖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가자 마자 바로 귓대기가 날라왔다.


"철썩"
"철썩"


그렇게 풀 파워로 열 두어까지 횟수를 세다 포기를 했다. 


개썅욕과 함께 미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며 계속 귓싸대기를 걷어올리기 시작했는데 순간 "욱" 할 뻔 했다. '이걸 한대 쳐버리고 영창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시간에 꽁꽁 언 볼테기는 금새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스무대 쯤을 맞은 것 같았다.


내 잘못은 인정을 하지만 빠따를 치는 거도 아니고 볼테기를 걷어 올리니 정말 인내가 한계까지 갔다.


같은 이병이면서도 기수가 빠르니 선임은  선임이다. 그렇게 일장 연설까지 듣고 내무실로 돌아와 모두들 잠든 틈에서 앉아 있으니 분해서 눈물이 솓구쳤다.


지금이라도 저 개** 내무실도 뛰어가서 뒤지도록 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치밀어 올랐다.


잠시 후 내무실 하리마우가 안전해병으로 순찰을 돌고 내무실로 들어와 벌떡 일어나 경례를 하니 하리마우가 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어이 가로지기 이리와봐,,,  어!!... 니 볼떼기 왜 이러노?"
"악! 추워서 부은 것 같습니다."
"부었다꼬? 이게 추워서 부운거가?"


하리마우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총기상"


내무실 불이 켜지고 잠들어 있던 고참들이 죄다 일어나 잠결에 비몽사몽으로 자리에 앉았다.


하리마우가 넘버2에게 내무실 바닥 얼굴이 찬바람에 얼어서 부은 거로 보이냐고 물었다.


넘버2가 우물쭈물 거리자 그 인자하던 양반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거친 경상도 사나이로 변신해져 있었다.


누구한테 맞았다는 말은 '난 중대생활을 포기하겠어' 라는 말과 같다. 맞아서 머리가 터져도 미끄러 진 것이고 입술이 터지고 이빨이 흔들거려도 그냥 넘어진 것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작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내무실 하리마우는 자존심의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아직 제대로 돌아가는 걸 모르는 내 새끼를  이리 떡이 되게 만들어 놓았다는 차체가 중대 하리마우인 자기를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넘버2에게 너가 직접 나가서 중대 인원 총원을 깨우던가 해서 이렇게 만든 새끼 10분 내로 잡아 오라는 엄명을 내리고 씩씩내며 내무실을 나갔다. 


넘버2도 워낙 성품이 좋은 양반이라 나 한테는 별말을 하지 않고 내무실을 나섰다. 그제서야 모든 선임들의 시선을 한 껏 받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내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뒤 넘버2가 내무실로 돌아왔고 연이어 하리마우도 내무실로 들어왔다.


"735기 이OO 이랍니다"
"몇 내무실이야?"
"1내무실 입니다"
"하리마우가 누구야?"
"네 OOO 입니다."
"가서 좆잡고 뛰어오라 그래"


내 바로 위의 738기 선임이 1내무실 오장을 부르기 위해 뛰어 나갔고 잠시 후  1내무실 오장은 본인의 거기를 잡고 우리 내무실로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여담]


어제 언론에 보도된 해병대 간부가 사병에게 한 가혹행위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중사씩이나 단 새끼가 대원들에게 정말 못 할 짓을 했더군요. 


더욱 열받는 건 이 좋은 시절에 군생활 하면서 본인도 겪어보지 못한 쫄병 중사놈이 자기가 데리고 있던 대원들에게 했다는 것입니다.


용서 받으면 안되는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