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11 백일휴가!_출발 고향앞으로!

머린코341(mc341) 2019. 10. 7. 10:02

실무생활-11


백일휴가!_출발 고향앞으로!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백일휴가 3박 4일의 일정이 잡혔다.


정말 꿈만같이 기쁘다. 티를 내지 않았지만 과업내내 즐거웠다. 썅욕을 먹어도 즐거웠고 뒤통수를 호되게 맞아도 그저 즐겁기만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선 기쁨과 기대를 주체하지 못해 혼자 실실 웃기까지 했다.


휴가를 나가면 뭐를 할까? 뭐 부터 먼저 먹을까? 서문을 통과해서 제일 먼저 뭣을 할까? 머리속에 떠 오르는 수십가지 생각들을 몰래 작은 수첩에 옮겨 적으며 연신 들떠있었다.


내무실로 돌아오니 다리미를 잡는 선임들이 동정복을 들고 따라오라고 한다. 중대 병사 중앙에 위치한 공동 다리미실에는 각목과 합판으로 짠 큰 다리미 판이 있고 그 위엔 세탁소에서나 볼 법한 공업용 다리미가 놓여있었다.


줄이 하나도 없는 동정복을 펼치더니 이내 선임의 혼신의 다리미 질이 시작되었는데 옆에서 보고 있자니 과연 예술이다.


눈대중으로 줄을 슥슥 잡은 것 같았는데 다리미가 여러번 지나가니 손이 벨 정도의 줄이 잡히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등줄고 팔줄을 한번의 망설임없이 잡아나가기 시작했고 앗세이의 후즐근한 동정복은 자세가 나기 시작했다.


1차로 줄을 잡은 후 한번 세탁을 한다. 세탁한 옷에 다시 줄을 잡는 2차 작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비눗물을 내서 다시 줄을 잡는다.


비눗물이 먹으면 다리미질이 지나간 곳은 반짝반짝 윤이 나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해병대의 혼신의 다리미 질이다. 다리미는 아무나 잡을 수 없고 꼭 지정한 기수가 잡아서 같은 내무실 선임,후임의 휴가복장을 떠나기 1주일전 부터 다리미질을 시작해서 휴가 당일 입으면 줄이 예술로 잡혀서 스치기만 해도 손이 베일 지경이다.


드디어 휴가 당일이 왔다.


내 관품함 앞에는 빨간 플라스틱 명찰과 선임들이 특별히 달아준 금속 "해병유격대" 패치가 달려있었다. 짜세였다!!


기쁜 마음으로 조식을 먹고 내무실에 돌아와 대기하자 선임들이 환복하고 대대 합사로 가서 신고를 마치고 돌아오라고 지시를 내린다.

동정복을 입고 정모를 쓰니 휴가 당일이라는 실감이 난다.


대대장전령실에서 잠시 대기 후 신고를 위해 대대장님 방으로 들어갔다.


대대장님은 휴가가서 잘 보내라는 말씀과 여러가지 당부의 말씀을 하셨고 다시 중대로 돌아와 중대장,중대선임하사 신고를 마치고 내무실 하리마우에게 신고까지 마쳤다.


그 때 하리마우가 특별한 숙제를 내렸는데 이게 참 말하기 민망한 숙제이다.


그리고 넘버3까지 신고를 마친 후 나가려는데 727기 선임이 와서 복귀할 때 사와야 하는 것들을 일러주었다.


그 중에는 돼지비계도 있었는데 돼지비계를 왜 사와라 하는 지 몰랐지만 복귀하니 그 용도를 알게 되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적는다.


서문으로 나가는 길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을씨년 스러운 겨울로 접어 들었지만 마음은 꽃피는 봄이었다. 너무나 즐거워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서문에서 헌병에게 휴가증을 보여주고 드디어 민간인 지역으로 나셨다. 공기가 달랐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복장이 모두 다르다.


방금 스쳐지나간 여자의 화장품 냄새가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우선 동선 점검을 했다. 당연히 집으로 먼저 가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친구들과 광란의 밤을 이틀 동안 보내고 대구로 이동해 학교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난다는 계획이었다.
 
부모님에게는 휴가계획을 알리지 않았다. "서프라이즈" 로 찾아뵈려 했는데 놀라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니 웃음이 일었다.


포항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해 진보를 거쳐 안동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칼 같이 다려진 동정복이 구겨질까 조심조심 앉아서 그렇게 개쫄의 첫 휴가가 시작되었다.


버스는 포항의 도심을 벗어나 7번 국도를 막힘 없이 시원하게 달렸고.. 아....이게 얼마나 꿈꿔왔던 광경인가. 창밖으로 지나는 풍경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고 마음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선 주왕산이 있는 청송,진보에 들려 버스를 환승해야 한다.  표를 끊고 버스를 타고 있으니 정복 차림의 쏘가리가 버스로 올라온다. 해병소위계급장이 반짝거렸다.
 
"필승"  경례를 하니 잠시 쭈빗하더니 정자세로 경례를 받는다. ㅎㅎ  이 양반도 나와 같은 쫄병 소위로 보였다.


쫄병은 장교든 하사관이든 병이든 모두 영~ 어리버리 한게 자세도 나지 않는다. 버스 안의 좌석이 텅 비어 있었음에도 이 양반은 내 옆에 앉는다.


자기도 1사단 2연대에 갇 배속된 보병 소대장이라 소개를 했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기 위해 나와 같은 영양으로 간다고 했다.  


신임소대장과 앗세이 이병.. 둘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얘기를 했다.


소대원들이 자기를 쫄병취급해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도 서슴없이 했는데 고참들이 보면 같은 쫄병끼리 놀고 있는 풍광으로 보였으리라.


드디어 고향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신임소위에게 경례를 해주니 고맙다 라는 인사를 마치고 사라졌다.


'저 양반도 시간이 흘러 중위가 되고 중대장이 되고 운이 좋아 진급을 잘 하면 대대장도 할 수 있겠지... ' 하며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을 했다.
 
집으로 가서 내가 갑작스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니가 기절초풍을 하신다. 


소식도 없이 왠일이냐며 물었고 얼굴엔 얘가 뭔 잘못을 저질러서 탈영이라고 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어린 표정이셨다.


휴가증을 보여주고 엄마 놀래킬라고 조용이 왔다... 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표정이셨고 본격적인 사육을 위해 시장으로 나가겼다. 


휴가를 알리려 아부지 직장에 전화를 해서 신고를 했다.


아부지도 어머니의 반응과 동일했고 설명을 드리니 "사람 놀래킨다" 하면서 역정을 내셨지만 저녁에 보자 라고 간략하게 말씀하시곤 전화를 끊으셨다.


친구들에게도 도착 소식을 알리니 저녁에 어디서 누구랑 보자 라고 약속을 잡았다. 


마침 내일 외지에 나가있던 여자 동창들 몇명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어 나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그 중에 키가 크고 외모가 출중해서 친구 여럿을 훅! 가게 만들었던 장본인도 온다고 하니 더욱 신이 났다.